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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웅 Jul 04. 2022

절반

PORTRAIT. 2022년 7월 4일 월요일, 폭염. 

에어컨이 켜진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밖으로 나왔을 때 사우나실에 들어온 걸로 착각할 뻔했다. 과장이 아니라 정말 사우나실에 들어갔을 때의 기분과 똑같았다. 야, 이거 어떡하냐. 이제 겨우 7월 4일인데. 아직 9월까진 두 달이 남았는데. 8월 31일까지 매일 오늘 같은 날씨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대부분은 이렇게 더울 텐데. 올해 폭염의 기세로 보면 9월에도 오늘 같은 더위가 이어질 것 같아 벌써 두렵다. 그래도 견디고 버티며 올여름을 나겠지만 매년 더 심해질 폭염을 생각하면 막막하기만 하다. 


솔직히 막막함을 넘어 죄책감이 들기도 한다. 나도 이제 어느덧 중년이 돼 자라나는 아이들을 바라보면 한없이 귀엽고 이쁘기만 한데 이들이 자라서 맞이할 지구는 지금보다 더 기후위기로 인한 폐해가 극심할 지구일 텐데. 그럼에도 나를 포함한 기성세대는 여전히 반성할 줄 모르고 습관화된 낭비와 파괴로 자라나는 아이들을 불지옥에 몰아넣고 있구나. 


영화 ‘인터스텔라’의 대사처럼 언제나 그렇듯 우리(인류)는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그리고 제발 노력했으면 좋겠다.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에서 벗어나 나 하나라도 실천해야 변화가 시작된다는 걸 절감하며 하나뿐인 지구를 위해,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 기후위기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처했으면 좋겠다. 난 오늘부터 조금 더 적극적으로 실천할 것이다. 


지난주에 다녀온 예산군 봉수산 자연휴양림. 예당호가 내려다보이는 멋진 곳이었다.


2022년도 절반이 지났다. 아마 많은 사람이 올 한 해의 절반을 어떻게 지냈는지 되돌아보고, 남은 절반을 잘 보내기 위한 계획을 세우거나 마음속으로 다짐하며 지난 주말을 보냈을 것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기록을 하진 못했지만, 주말에 쉬면서도 항상 생각은 6개월 동안 내가 한 게 무엇이고, 하지 못한 게 무엇인지 생각하느라 제대로 손에 잡힌 일이 없었다. 늘 이런 생각을 하면 부족한 게 가장 먼저 생각나고, 거기에 얽매여 시야가 좁아진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많은 계획을 세웠지만 6개월간의 성과를 살펴보니 초라하기만 해 자존감이 바닥으로 추락한 상태다. 그러나 조금 더 객관적으로 자신을 평가한다면 분명 이룬 것들도 있는 게 사실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브런치에 연재한 ‘용산주공’ 에세이를 완성한 걸 꼽을 수 있다. 또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프리미어 프로 CC 완전정복’ 수업을 들었고, 지금 ‘단편영화 만들기’ 워크숍에 참여하고 있는 것도 성과다. 거기에 읽은 책과 본 영화, 꾸준히 쓴 일기와 몇 편의 영화 리뷰도 성과라면 성과다. 거기에 참고 또 참으며 6개월 동안 출근해 돈을 조금 모은 것도 성과다. 


그렇다면 부족한 건 무엇일까? 당연히 글쓰기다. 지금쯤이면 장편 시나리오 두 편이 완성돼야 하는데 여전히 초고와 트리트먼트로 남아있는 이야기들. 거기에 짧은 메모로만 묵혀두고 있는 이야기들까지. 자연스럽게 2022년 남은 절반의 목표는 이야기를 완성하는 것으로 생각이 귀결된다. 한 번 제대로 미쳐서 창작에 몰두하는 일. 어쩌면 내 존재를 증명하는 일. 


구구절절 늘어놓을 필요도 없다. 남은 절반은 쓰자. 쓰고 또 쓰자. 다른 거 신경 쓰지 말고 쓰자. 그래서 2022년 한 해 목표의 균형을 맞추자. 


할 수 있다. 

해보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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