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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웅 Jul 31. 2022

멋들어지게

PORTRAIT. 2022년 7월 31일 일요일, 비.

7월은 최소 이틀에 한 번꼴로 일기를 쓰자 다짐했었는데 사흘에 한 번꼴로 일기를 썼다. 

아쉽지만 31일 중 12일을 기록해 그나마 다행이다. 내일부터 시작되는 8월은 좀 더 자주 내 삶을 기록하도록 하자. 변변치 않은, 평범하기 그지없는 삶이라 해도 내 인생은 내가 주인공 아니던가? 그러니 쓸 게 없다 생각하지 말자. 어제와 다름없는 똑같은 오늘이라 해도 100% 같은 순 없다. 같은 듯 다른 평범한 일상이 모여야 내 삶이 완성되는 거다. 생이 끝나기 전 마지막으로 완성될 모습을 생각하며 그 일상을 소중하게 살아야 하는 거다. 그러니 감사하고 또 감사하며 현재를 살자.     


이달은 휴가가 있었다. 지리산에 가서 평생 잊지 못할 경험도 했고, 고향에 내려가 푹 쉬면서 부모님과 역시 평생 잊지 못할 추억도 만들었다. 추억이라고 하면 좀 거창하지만, 그냥 함께 식탁에 앉아 밥을 먹고, 가족 걱정이 대부분인 이런저런 얘기를 함께 나누고, 말없이 같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며 웃는 시간이 곧 잊지 못할 추억이다. 나는 확신한다. 큰맘 먹고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내 여행 다녀온 기억도 그리울 테지만 부모님이 나중에 세상을 떠나시고 나면 위에서 얘기한 것 같은 사소하고 시시콜콜한 일상을 공유했던 추억이 내 콧등을 더 자주 시큰하게 만들 거란 걸. 4박 5일 동안 부모님과 함께 한 시간이 정말 행복했다. 


그런데 최근에 아버지에게 안 좋은 일이 생겼다. 지난 29일에 아파트 단지에서 작은 접촉사고를 내신 거다. 같은 단지에 사시는 할아버지를 차로 쳐 다리뼈가 골절됐다. 여든이 넘으신 노구에 파킨슨병을 앓고 있어 몸이 많이 약하신 분이다. 그분의 가족들은 수술 뒤에도 걸으실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다고 한다. 아버지도 그 일로 많이 놀라셔서 오늘 전화 통화를 하니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나도 마음이 아프고 속상해 괜히 아버지에게 큰 소리를 내고 짜증을 부린 게 맘에 걸린다. 그나마 이 정도로 끝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지. 다 잘 해결되길 바랄 뿐이다.      


이달은 또 단편 제작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달이다. 역시 모든 게 내 뜻대로 되지 않고, 단편영화를 제작한다는 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란 걸 절감하고 있다. 사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클 때도 있다. 아직 제대로 시작도 하지 않았으면서. 무엇보다도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는 심리적 공포가 상당하다. 명상을 통해 마음을 가다듬지만 인간관계에 서툰 나는 이 공포를 견디고 이겨내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여기서 다짐하지만 포기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어쨌든 시작했으니 결과가 어떻든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지금껏 포기하고 도망쳐 오며 살아온 삶이었다면 이제부턴 달라져야 한다. 결국 사람들을 잃고 홀로 남게 된다 해도 나 자신에게 솔직하고 떳떳하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내 작품의 의미와 작품을 위해 흘린 땀을 내가 인정할 수 있다면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실패하더라도 그 실패를 통해 나는 또 한 번 성장할 테니까.


이제 내일이면 8월의 시작이다. 8, 9, 10, 11, 12.

다섯 달밖에 남지 않은 게 아니라 아직 다섯 달이나 남았다.

단편 영화제작, 장편 시나리오 집필, 대학원 진학, 그리고 영어와 일본어 실력 향상.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7월까지 이어진 성과를 바탕으로 다섯 달 더 노력해서 이 네 가지 목표를 달성하면 된다. 그러면 12월에 혼자가 되더라도 얼굴에 미소가 가득할 것이다.      


뭐, 말하지 않아도 이젠 다 알지. 그냥 되는 게 아니라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걸. 우선 내일 하루부터 최선을 다해 살아보자. 그 시작을 새벽 5시에 일어나 하는 거다. 5시에 일어나 8시까지 단편 시나리오 수정에 매진!!     

8월은 시작을 그렇게, 멋들어지게 해 보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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