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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웅 Aug 09. 2022

마흔 하나, 영화 만들기 좋은 나이

4. 캐스팅과 시나리오 수정

6월의 끝자락에 만나 7월을 보낸 단편 영화 제작 워크숍도 이제 후반부에 접어들었다. 사실상 6월 25일 첫 수업을 시작할 때부터 프리 프로덕션 과정은 시작된 건데 6주가 지난 지금, 얼마만큼 진행이 됐나 생각하면 조급함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그래도 평일에는 내포신도시에 내려가 직장생활을 하고,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서울에 머물면서 단편영화 제작을 위한 과정을 쉬지 않고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지난주는 중요한 시기로 기억될 것이다.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시나리오 수정과 배우 캐스팅 부분에 의미 있는 진척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5일(금) 지하철 2호선 왕십리역 인근의 스타벅스에서 처음으로 내 단편영화에 출연할 배우를 만났다. 이번 캐스팅 과정은 일종의 모험이라고 할 수 있었다. 오디션 과정을 거치지 않았고, 처음에 염두해뒀던 배우를 통해 상대 배우를 소개받는 식으로 캐스팅을 진행했다. 이렇게 진행한 이유는 무엇보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였다. 직장생활을 한다는 제약으로 평일 시간을 마음대로 활용할 수 없기에 오디션은 주말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한 주를 오디션을 보는 데 활용하면 배우들과 시나리오 리딩하고 현장에서 리허설을 진행하는 시간이 촉박할 것 같기에 과감히 오디션을 생략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런 선택을 한 또 다른 배경에는 이번 시나리오는 지난 시나리오보다 대사가 적다는 점도 한몫했다. 사실상 이번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두 주인공이 현실을 잊고 해방감에 젖은 춤사위를 펼치는 건데, 이건 사실 오디션으로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보기 힘들기에 내가 생각하는 이미지만 맞으면 캐스팅은 쉽게 가자고 생각을 했다. 다행히 배우들을 처음으로 대면했을 때 내가 생각했던 이미지와 크게 다르지 않아 안도감이 들었다. 두 배우 모두 오래도록 연극과 영화, 드라마 분야에서 활동해오고 있기에 내가 중요한 부분만 조율한다면 연기에는 큰 문제가 없을 거라고 판단했다. 오는 14일(일)에 처음으로 시나리오 리딩을 진행하기로 했는데 약 3주의 시간 동안 내가 원하는 배우들의 연기를 끄집어내는 건 온전히 나의 역량이니 배우들이 인생 최고의 연기를 내 영화에서 펼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자.


5일 배우들과의 첫 만남에 이어 6일(토)에는 수업 시간에 시나리오 피드백을 받았다. 피드백을 통해 수정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걸 확인했다. 그중에서도 두 인물의 감정선이 최고조에 이르렀다가 해인이라는 인물을 통해 극적으로 풀리고, 결말로 이어지는 게 좋다는 피드백이 인상적이었다. 사실상 나도 그 부분을 고민하고 있었는데 정확하게 지적을 받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중간 극의 개연성에 의심이 가는 부분도 지적을 받았는데 이런 부분을 수정하면 훨씬 더 완성도가 높은 시나리오가 완성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상 이번 수정이 최종본에 이르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는데 11일(목)까지 시나리오 수정에 집중하고 이후에는 콘티 작업에 집중해야겠다.     




6일에는 수업이 끝나고 워크숍 구성원들과 함께 저녁 자리를 가졌다. 저녁 7시 정도에 시작한 술자리는 밤 10시가 넘어 끝났고, 예상하지 못한 2차까지 이어져 날을 넘기고 일요일 새벽 2시가 넘어 술자리가 끝났다. 오랜만에 막걸리를 많이 마셔 일요일부터 지금까지 고생하고 있지만 이번 술자리를 통해 함께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과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최소한 나 홀로 고립돼 있다는 생각은 버릴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중에 얼마나 많은 이들과 계속 교류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오랜만에 소중한 인연을 만난 만큼 오래도록 인연이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히 내가 먼저 다가가려 노력해야겠지.


사실 지금도 나는 하루에 열두 번이 넘게 고민한다. 영화 제작을 포기할까? 괜히 돈 들여 뭐 하는 짓인지. 내가 능력이 되는 건가? 이 같은 생각들로 내 자존감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일단 시작했으니 어떻게든 끝은 보자는 생각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이 두 대립하는 생각이 매일 서로 치고받으며 나를 괴롭히기 때문에 올여름은 생각보다 더 견디기 힘든 계절로 이미 맘속에 각인됐다.      


이제 프리 프로덕션과 프로덕션, 포스트 프로덕션까지 6주가 남았다. 지금까지 지나온 시간만큼의 시간이 아직 더 남은 만큼 포기하려는 마음은 과감히 지워버리자. 결과에 미리 주눅 들지 말고 과정에 얼마나 충실한지 생각하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자. 


지금 나의 이 노력이 얼마나 값진 것이었는지 분명 깨달을 날이 올 것이다. 

왜냐면 소중한 내 인생은 한 번 뿐이고, 한 번뿐인 인생을 값지게 사는 건 간절히 원하는 일을 최선을 다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오늘, 오늘을 최선을 다해 살자.

그리고 내일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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