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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웅 Sep 03. 2022

떳떳하고 아름답게

PORTRAIT. 2022년 9월 3일 토요일, 맑음.

서울은 아직 다가오는 태풍 ‘힌남노’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고 있다. 바람이 조금 불었지만 맑은 날씨가 낮 동안 이어져 많은 시민이 가을 주말을 즐겼다. 나도 저녁 무렵 집을 나와 한강을 걸으며 걷기 운동도 하고 기분도 전환했다. 한강에는 많은 이들이 텐트와 돗자리를 가져와 소풍을 즐기고 있었다. 그 인파를 뚫고 걸으며 간간이 주말을 즐기고 있는 이들의 표정을 살폈다. 이상할 것 하나 없는 평범하고 선한 보통 사람의 표정들이었다.      


서울은 이렇지만 지금 제주도를 비롯해 남쪽 지방에는 비가 많이 내리고 있다. 이번 태풍은 5일쯤 부산 쪽에 상륙한다고 하는데 그 규모와 위력이 역대급이라 4, 5일 전부터 태풍의 상황을 정부와 언론에서 예의 주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말에 따르면 지금까지 한반도를 통과한 태풍 중 가장 강력한 태풍이 될 것이라고 하는데 그 말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말이다. 제발 그 예측이 빗나가길 바랄 뿐이다. 그렇지 않아도 다들 힘든데 여기서 더 힘들어지면 어떻게 되는 걸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이미 각오는 했지만, 어두운 터널의 길이가 생각보다 길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     


그래도 2022년은 희망을 안고 시작했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많은 이들이 기나긴 코로나19의 터널을 이제는 벗어나나 싶어 가슴속에 작은 희망을 하나씩 담았다. 그런데 지난 2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침공당하면서 세상은 우리가 가졌던 희망과는 다르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끝없이 오르는 물가로 서민 삶이 팍팍해지고 우리 경제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거기에 전 지구적인 기후위기로 세기말적인 상황이 지구 곳곳에서 벌어졌다. 거기에 패권을 놓고 힘겨루기에 본격 나선 미국과 중국의 갈등, 우리나라는 대선 이후의 혼란스러운 정국까지 겹치며 2022년은 참 버티기 힘든 날들의 연속으로 지금까지 이어졌다. 


이제 다음 주는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다. 연휴에 가족이 모여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아마 쉽지 않을 거다.      


2022년 8개월 동안 개인적으로도 꽤 많은 일이 있었다. 그중에는 기쁜 일도 있었지만 몇몇 좌절과 실패, 그리고 후회의 기억이 더 선명히 남아있다. 하지만 이렇게 이 글을 쓰고 있으니 내게 일어났던 일들은 얼마나 소소하고 가벼운 일이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그 일의 의미와 당시 내가 느꼈던 감정이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모두 견뎌내고, 이겨낼 수 있을 만한 일이었단 걸 지금에서야 깨닫는다. 그러면서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이 불행과 고통을 위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내게 닥친 불행과 시련에 결코 멈추거나 쓰러지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이렇게 나는 또 성장하고 자라나 보다. 이건 늙음이 아니라 성장이다. 내면의 성장. 나이를 먹더라도 내면의 성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삶은 더 이상 아름다워질 수 없다. 어디에 있더라도 자신에게 떳떳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야 한다. 이건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오직 내 내면의 기준으로 봤을 때 내가 얼마나 떳떳하고 만족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지금 나는 그렇게 살고 있는가?


이제 슬슬 2022년도 정리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오늘을 시작으로 2022년의 내 모습을 돌아보고 남은 2022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생각하는 시간을 자주 갖자.      


자신에게 떳떳하고 아름다운 삶을 위하여.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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