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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웅 Aug 31. 2022

웃을 수 있도록

PORTRAIT. 2022년 8월 31일 수요일, 흐림

당연한 말이지만 내리던 비도 언젠가는 그치기 마련이다. 이 문장으로 2022년 8월의 마지막 일기를 시작해야 할 것 같다.


8월의 마지막 날이니 기록으로 남겨야 할 것 같아 이렇게 노트북 앞에 앉아있다. 방금까지 지나간 2022년의 8개월을 조금 생각을 해봤다. 대학원 진학 포기, 한겨레교육문화센터 수업, 광주 순례, 브런치북 발행 등 나름 뭔가에 도전하며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과정에서 포기한 일이 올해도 몇 번 있었다. 우선 대학원 진학이 그렇고, 최근에 단편영화 제작 워크숍 수업 참여 포기가 그렇다. 공교롭게 모두 영화와 관련된 것들이네. 최근에 수업을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을 내렸던 과정은 좀 매끄럽지 않았다. 끝마무리를 잘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끝을 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나와 맞지 않는 관계를 단지 마무리를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억지로 이어가는 게 너 나쁘다. 살아오면서 내가 터득한 삶의 지혜다. 이미 결단을 내렸으면 후회하지 않는 법. 이것도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며 배운 삶의 지혜. 그러니 지금부터 2022년 7월부터 8월까지 내 일상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던 단편영화 제작 워크숍은 더는 내 기억에 없다. 문득, 생각이야 나겠지만 중요한 부분은 아니니 이 생각에 붙들려 소중한 시간을 낭비할 수 없다. 대학원 입학과 워크숍 중도하차로 내가 영화를 포기했냐고? 아니 절대 아니다. 실패의 경험을 밝으며 더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나가고 있는 과정이다.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 그건 바로 결과도 좋지만, 과정도 좋아야 한다는 것. 꼭 좋은 사람들과 다시 의기투합해 결과물을 만들어 낼 것이다. 

좌절과 후회, 사람을 향한 서운함과 원망은 여기까지다.


8월의 마지막 날 이런 다짐을 하게 돼 다행이다. 아직도 내게는 2022년의 4개월이 남아있으니까. 4개월 동안 다시 대학원 진학 준비를 하고, 단편영화 촬영과 후반 작업을 마치고, 장편 시나리오 한 편을 탈고하고, 일본어능력시험(JLPT) 공부하고, 영어 공부도 하고, 부모님과 여행도 다녀오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새로운 삶의 터전도 알아보고.     


할 일 정말 많다. 뭔가 좌절한 채 늘어져 있을 여유가 없다. 

정말 그렇다. 지난 월요일에 고민 끝에 결단을 내리고, 어제는 푹 쉬고, 오늘부터 다시 달려보기로 다짐했다. 아마 젊었던 시절, 20대나 30대 초반에는 내상이 꽤 컸을 것이다. 그러나 40대가 되고 보니 최근에 내가 겪은 일이 전혀 큰일이 아니란 걸 본능적으로 안다. 어차피 사람은 관계 때문에 상처받고, 세상에 사람은 많으니까. 또한 지구는 넓으니까.


8개월 동안 쓰러지지 않고 여기까지 잘 왔다. 다음 주에는 추석 연휴. 그 연휴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새로운 삶을 위한 준비가 시작될 것이다. 항상 여유를 잃지 말고 전체를 보며 지혜롭게 행동하자. 그리고 지금 나를 위해 애써주는 인연들에 감사하자. 그들만 챙기기에도 인생은 짧다.      


내일부터 시작될 9월. 그리고 앞으로 남은 2022년의 4개월. 

12월 31일에 오늘처럼 일기를 쓰면서 웃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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