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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웅 Nov 21. 2022

이야기들

2022년 11월 21일 월요일, 맑음.

이제 심심찮게 크리스마스트리를 마주친다. 어제저녁 동네를 한 바퀴 돌 때 어느 교회 마당에 밝게 빛나고 있던 큰 트리를 마주쳤고, 오늘 아침 시외버스를 타러 들른 센트럴시티 터미널 안에서도 아담한 트리를 마주쳤다. 트리를 바라보며 ‘아, 이제 정말 12월이 다가왔구나’하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시간 참 빠르네’라고 넋두리했다. 이제 남은 2022년은 40일 정도. 잘 마무리를 해야 할 텐데. 자신 없지만 그렇다고 포기하지 말고 한 번 해보자.     


11월은 산을 찾으며 위안을 얻고 마음속에 잡념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마 그렇게 기억될 것이다. 지난주에도 토요일에 북한산 국립공원을 찾았다. 불광역에서 내려 터널 앞에 있는 입구로 들어가 향로봉까지 오르진 못하고 그 근처까지 갔다가 연신내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돌아왔다. 점심을 먹고 오후 2시 정도에 출발해 오후 5시 조금 넘어 집으로 돌아왔는데 그 정도 시간이 내겐 적당했다. 샤워하고, 저녁을 먹으며 텔레비전을 봤다. 그 시간이 참 행복했다. 무엇보다 다소 험한 북한산 자락을 걸으며 잡념을 많이 버릴 수 있었다. 자연스레 떠오른 분노와 미움, 부끄러움과 후회 등등의 감정들을 곱씹으며 걸으니 산을 내려올 때쯤엔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처럼 감정들로부터 해방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거창하진 않지만, 용서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됐다. 내게 상처를 준 이들에 대한 용서일 수도 있고, 만족스럽지 못했기에 늘 자책했던 자신에 대한 용서일 수도 있다. 그저 지나간 일은 그렇게 남겨두고 다시 앞을, 또 내일을 바라볼 수 있는 마음가짐을 얻어 돌아왔다. 그 마음가짐으로 겨우 이제야 이렇게 글을 쓴다. 시간이 빠르다고 넋두리하며.


2022년이 지나고 2023년부터 시작될 내 인생의 길은 이제 거의 확실해졌다. 새로운 출발. 아직 구체적으로 길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새롭게 출발한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을 거다. 내가 머무는 곳도 달라질 것이고, 관계도 달라질 것이다. 하루를 채우는 내용도 물론 달라질 것이다. 몇 번을 망설였는데 더는 미룰 수 없다. 달라진 하루와 하루가 모여 만드는 삶을 통해 나는 최대한 내 안에 있는 이야기들을 밖으로 내보내려 한다. 내가 세상에 내보내는 이야기들이 언젠가는 세상을 더 아름답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으로 인생의 후반전은 그 길을 가보려 한다. 최근에 일어났던 안타까운 일을 비겁하게 지켜보기만 하며 인간에 대한 환멸과 분노가 나를 완전히 사로잡았었는데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이 거창하게 수행과 고행까진 아니더라도 이런 나를 치유하는 과정이 됐으면 좋겠다. 

이 선택은 어떻게 보면 자신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선택을 한 것인데, 게으른 성격상 그렇게라도 해야 뭐라도 하나 나올 테니 결정을 되돌리진 않을 거다. 가보는 거다.




시간 참 빠르다고 넋두리하고 있는데 더더욱 빠르게 할 일이 생겼다. 바로 카타르 월드컵. 오늘부터 예선전은 최소 하루에 한 경기씩 볼 것 같은데 그러면 눈 깜빡할 새 12월이 와 있겠네.     


와우.

정신 차리자.     


월드컵을 즐기면서도 할 일은 해야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처럼.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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