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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웅 Dec 31. 2022

2022년의 나는

2022년 12월 31일 토요일, 맑음.

한참 전부터 2022년을 정리하자고 해놓고 오늘까지 손 놓고 있었다. 사실 뭐 정리할 게 거창하진 않은데도 게을러서 그걸 생각하기 귀찮아하네. 말이 나온 김에 지금 생각을 좀 해볼까나. 오늘은 또 2022년의 마지막 날이니까. 

연초에 해야지 다짐해놓고 시작조차 하지 못한 것은 제쳐두고, 지금까지 이룬 성과만을 정리하자. 하지 못한 걸 생각하면 한없이 초라해진다. 그래도 내겐 2023년이 있으니까. 올해 이룬 성과를 바탕으로 앞으로 나가자.     


1. 살아있다.

가장 큰 성과가 아닐까? 거기에 크게 아픈 곳 없이, 이렇게 건강히 숨 쉬고 있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성과인가. 뭐, 세월의 무게를 감당하느라 근육은 좀 소실되고, 머리카락도 점점 가늘어지고, 배에 살도 좀 붙었다만 매일 아침 스트레칭을 빠뜨리지 않고, 하루에 만 보는 꼭 걸으려 노력하면서 이렇게 나름의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는 몇 년 만에 치과 치료도 받았다. 태어나 처음으로 금으로 이빨을 씌우고, 어금니를 때우면서 상당한 돈과 시간을 투자했다. 향후 몇 년은 문제없겠지. 

한 가지 아쉬운 건 근력 운동에 게을렀다는 점이다. 내년에는 꼭 노력해서 균형 잡힌, 멋진 몸매를 만들어보자. 남들에게 자랑하려는 욕심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건강이 최우선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말로 그치지 말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시간을 투자하자.     


2. 창작.

작은 성과가 있지만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성과라면 오랜만에 단편소설 ‘미영과 철구’ 한 편을 완성했고, 단편영화 ‘옐로나이프’ 시나리오를 창작해 촬영까지 마쳤다. 영화 촬영을 마친 게 10월 초인데 여전히 후반작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거의 손도 대지 않았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거다. 어떻게든 후반작업에 들어가 올해가 끝나기 전에 성과를 내야겠다. 

이번에 다시 단편영화 촬영을 진행하면서 정말 많은 변수를 만났고, 그 과정에서 정신적으로 상처를 많이 받았다. 요약하자면 관계에서 오는 상처와 오해, 아쉬움 등등이다. 홀로 상처를 치유하면서 이 길이 맞는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하는 시간을 가진 것도 중요한 성과라면 성과다. 

단편소설은 비록 공모전에 당선되진 않았지만 만족스럽다. 예전의 내 작품과 비교했을 때 한결 나아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음 같아서는 매일 조금씩 쓰고 싶은데 그게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3개월 아침에 일찍 일어나려고 노력하며 한 편의 완성된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건 인생에 있어 소중한 성과가 분명하다. 이로써 난 완성된 단편소설을 3편 갖게 됐다. 물론 지금까지 탄생한 작품은 습작의 과정 중 탄생한 작품이라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계속 작품을 쌓아간다면 언젠가 많은 이들이 내 작품을 읽고 공감하는 날이 올 것이다. 그 전환점도 나는 2023년으로 잡았다. 내년부터는 집필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투자할 것이기 때문이다.

단편소설과 단편영화는 소기의 성과가 있었지만 역시 가장 아쉬운 부분은 장편 시나리오 집필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건 거의 손을 놓고 1년이란 시간을 낭비했다. 반성하고 또 반성하자. 그리고 다시 시작하자. 일단 초고를 완성한 작품 ‘보이저’를 수정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이건 내가 어떻게든 꼭 완성할 거다. 내 가족에게 바치는 작품이자 이 시대를 힘겹게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작은 위로를 건넬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다. 길을 찾으면 반드시 길은 나타날 거다. 지금 보이지 않는다고 좌절하지 말고 우선 열심히 길을 찾자. 그게 바로 끊임없는 집필이다. 꾸준하게. 어쩌면 가장 소중한 재능인 ‘꾸준함’을 키우는 2023년이 되자.     


3. 독서와 영화 감상.

창작을 위한 자양분이자 자극제. 그리고 의미 있는 삶을 위한 지침. 책을 읽고 영화 및 다큐멘터리와 교양프로그램 등을 본 성과는 조금 아쉽다. 우선 영화는 넷플릭스 시리즈를 포함하면 목표에 약간 못 미치는 성과를 냈다. 1년에 70여 편 정도는 봤는데 작년보다 편수가 줄었다. 100편을 목표로 잡았는데 남은 20여 일 노력해서 80편까지는 채워야겠다. 

독서도 애매하다. 50권이 목표였는데 40권을 아직 채우지 못했다. 남은 2022년 노력하면 40권을 채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장담하긴 어렵다. 

그건 그렇고, 이런 성과에도 가장 아쉬운 점은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난 후 비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리뷰를 많이 하기로 다짐했는데 그걸 지키지 못했다. 

내년에는 못해도 영화는 최소 20편, 책은 최소 10권은 비평 글을 남겨야겠다. 이 정도면 브런치북을 발간해도 괜찮을 분량이다. 다 나중에 큰 자산이 되니 꼭 실천하자.     


4. 저축.

많은 돈은 아니지만 올해도 검소하게 생활하며 일정 정도의 돈을 모을 수 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돈을 모으는 만큼 지출도 많았던 한 해였다. 우선 수업료를 포함해 단편영화 제작비가 많이 들어갔고, 앞에서 말한 치과 치료도 비용이 꽤 들었다. 거기에 노트북도 하나 장만했고, 촬영과 관련된 몇몇 소소한 장비도 구입했다. 자기 계발을 위한 수업에도 돈을 썼구나. 이렇게 지출이 작년보다 많았지만, 다행히 마이너스까지 되진 않았다. 이곳, 내포에 있으면서 잘 자고, 잘 얻어먹고, 서울을 오르내리는 동안 조금이라도 돈을 모을 수 있었다. 그 돈으로 나는 미래를 꿈꿀 수 있었고, 고향에 내려가면 부모님과 맛있는 음식도 사 먹었다. 비록 적은 돈이긴 하지만 돈에 얽매여 내 자유가 침해당하지는 않았으니 만족한다. 내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지금 직장은 이제 내년 초에 정리할 예정이다. 새로운 직장을 구하지 않으면 당분간 경제활동을 하지 못할 텐데 걱정이 든다. 그러나 조급해 말고 천천히 기회가 오길 기다리며 나에게 집중하자. 그러면 또 길을 열릴 거다.      


5. 여행.

창작과 함께 가장 아쉬운 성과 중 하나. 더 많은 곳을 돌아다니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렇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홀로 광주에 다녀왔다. 42주년을 즈음해 광주에 내려가 망월동 국립묘지를 참배하고, 도청 부근을 둘러봤다. 특히 올해는 전남대학교에 가서 윤상원 열사 흉상도 보고, 교정을 걸으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올해는 몇 년 만에 다시 지리산도 찾았다. 1박 2일로 다녀왔는데 평생 잊지 못할 멋진 경험을 했다. 비가 내려 장터목 대피소에서 천왕봉까지 오르진 못했지만, 장대비를 맞으며 새벽에 랜턴 하나에 의지해 지리산을 홀로 내려왔다. 그 과정에서 물이 불어 힘차게 쏟아지는 폭포의 장엄한 모습에 감탄하고 전율을 느끼기도 했다. 뭐랄까. 오랜만에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언제 이런 경험을 또 해볼까? 정상에 오르진 못했지만 그렇기에 다시 찾을 수 있는 마음을 품게 돼 더 좋았던 여행이었다.     


6. 가족.

올 추석 때 모처럼 우리 가족 6명이 모두 모여 저녁 식사를 했다. 아버지와 어머니, 큰형과 작은형, 그리고 형수님과 나. 이렇게 6명이 모여 소고기를 구워 먹으며 술도 한잔했다. 가진 건 많지 않지만, 가족 모두 건강하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다. 이걸 내 성과라고 할 순 없지만 그럼에도 나를 든든히 뒷받침해 주는 힘이기에, 또 오랜만에 6명이 함께 모여 밥을 먹었다는 건 대단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아마 내년 설 연휴나 추석 연휴에 또 이렇게 6명이 다 모이지 않을까 싶다. 

성과를 말하면 올해는 작년보다 조금 더 많은 시간을 부모님과 보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부모님도 이제 어느덧 모두 칠순을 넘기셨기에 매번 볼 때마다 마음이 짠하다. 아직은 건강하시지만 이젠 같이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훨씬 적다는 걸 실감하기에 조금이라도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했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계획도 세웠다. 평범한 하루라 해도 지나고 나면 그 시간이 너무 소중하게 기억될 거란 걸 알기에 내년엔 더 많은 시간을 부모님과 보내기 위해 노력하자.      


7. 미래.

마지막 내 성과. 난 여전히 꿈꾸고 꿈을 위해 노력한다. 올해의 성과는 모두 내 꿈을 위한 과정에서 내가 이룬 성과다. 비록 많이 부족하지만 꿈을 포기하지 않았기에 실패도 아니고, 끝도 아니다. 난 이렇게 여전히 꿈꿀 미래가 있기에 부자다. 이제 올해가 지나면 3년간 생활했던 이곳, 내포 생활을 정리한다. 부모님도 알고 계시고, 직장 상사에게도 보고했다. 내년부터는 다시 학업을 시작해볼 계획이다. 

경제적인 활동을 잠시 접을 수도 있기에 불안하지만 남은 인생을 살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자기 계발의 과정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해볼 마음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내게 다가올 미래를 나는 의심하지 않는다. 이제 방향은 정해졌으니 의심하지 않고 가기만 하면 된다.          


이렇게 돌아보니 작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 한 해를 또 살아냈다.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해서 의미가 없는 1년은 결코 아니었다. 난 나만의 속도로 내 삶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아직 끝이 아니고 결론에 다다르지도 않았기에 수많은 길 중에 한 길을 나는 내년에도 당당히 걸어갈 것이다. 올해 내가 이룬 이 성과가 그 길에 많은 도움을 줄 것은 분명하다. 올해 성과를 발판 삼아 내년에는 좀 더 많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 특히 올해 부족했던 부분에 투자를 많이 해 아쉬움이 덜한 2023년을 만들자. 

난 할 수 있다. 

해보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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