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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웅 Apr 14. 2023

마흔둘, 영화 만들기 좋은 나이

1. 목요일

지난달 2일 개강 이후 벌써 한 달 반 정도가 지났다. 게으름 탓인지, 아니면 정리가 되지 않아서 그런지 이제야 겨우 끄적인다. 앞으로는 좀 더 자주 글을 올려야겠다. 그럼 첫 번째 얘기를 시작해 볼까? 우선 지금까지의 대학원 생활에 관해 적어보자. 


15년 만에 새로운 학생증을 받았다. 고대하던 학생증을 지난 13일 받고 기념으로 강의실에서 사진을 한 장 찍었다. 학생증도 받았으니 정말 본격적으로 시작해 보자.

 

1학기 전공 수업은 두 과목으로 목요일 오전과 오후에 진행된다. 그래서 나는 매주 목요일 학교에 가 ‘장편영화제작워크숍1’과 ‘이야기의 특성과 갈래’ 등 두 과목의 전공수업을 듣고 있다. 여기에 다른 전공과목인 ‘AI데이터분석시각화’ 수업도 청강하고 있다.      

수업을 듣기 위해 학교로 가는 과정은 꽤 만만하지 않다. 오전 10시 수업을 위해 보통 집에서 오전 7시 30분에 나와 지하철로 양재역까지 이동하고, 다시 양재역에서 광역버스로 갈아탄다. 그러면 보통 2시간 정도 걸린다. 간접적이나마 경기도 지역에서 서울로 매일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의 고충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첫 수업이 끝나면 두 번째 수업까지 1시간 정도 여유가 생기는데, 그때 학생식당으로 가서 급하게 점심을 먹는다. 단국대학교 학생식당은 중앙도서관 뒤에 있는데 대학본부에서 대학 상징 조형물인 곰상까지 이어진 경사로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그래서 수업이 있는 글로컬산학협력관에서 학생식당까지 가는 길도 쉽진 않다. 그래도 점심은 굶을 수 없기에 매번 조급한 마음을 다잡고 밥을 먹는다.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다시 수업이 이어지고, 5시 10분부터 청강수업을 들으면 저녁 7시 30분 정도 된다. 다시 광역버스를 타고 을지로역 부근에서 내린 뒤 을지로역까지 분주히 걸어가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 도착하면 밤 9시 30분 정도 되는데 씻고, 늦은 저녁을 먹고 조금 쉬면 어느새 자정이다. 

이렇게 목요일 하루가 정신없이 지나간다.     


몸은 고단해도 오랜만에 학교에 가서 공부하니까 기분은 좋다. 뭐 아직까진 그렇다는 말이다. 

워낙 일정이 빡빡해 여유를 느낄 시간은 부족하지만, 새 학기 부푼 마음으로 교정을 누비는 젊은 학생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빛나는 젊음의 시절이 부럽기도 하고, 대견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나도 이제 나이가 이만큼 먹어서 이런 생각이 드는 것 같다. 

물론, 이런 생각과 함께 또 한 번 20대 시절에 겪었던 생활을 할 수 있는 내 삶에 감사하게 된다. 이제 학생증도 발급받았으니 주말에도 학교에 가서 공부하고, 조용히 교정을 산책하며 캠퍼스의 낭만을 만끽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    


뭐, 여전히 직장인과 대학원생의 경계에 놓여 한쪽에 집중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고민과 불안이 공존하지만 불안에 잠식당하지 않고 현실에 충실하며 대안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사실 입학 전까지 많은 우여곡절과 포기가 있었다. 일단 경제적인 부담. 한 학기에 600만 원 정도 하는 등록금은 부담일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나는 최근 몇 년간 대학원 지원과 합격을 반복하면서 포기할 이유를 찾는 데 급급했다. 스스로 정당화하고,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다는 교만함으로 무장하며 같은 삶을 반복했다.

게으름에 매번 참패했으며 지금까지 자신을 이겨본 적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이번 결정을 통해 다시 깨달은 건 일단 시작해봐야 한다는 것.      

분명, 이 결정이 아니면 얻을 수 없는 소득을 얻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가르침이란 기술적인 부분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소득이 아닐까 싶다.      

앞으로 남은 수업도 열심히 들어 학기가 끝나는 6월까지 최선을 다해야겠다.  

일단 그렇게 한 학기를 무사히 마치면 또 다른 길이 열릴 테고, 또 다른 결정이 나를 기다리고 있겠지. 그러니까 다시 한번 다짐하지만 이 선택과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최선을 다하자.

   

고맙습니다. 


p.s : 두 번째 얘기는 수업 내용에 관해 자세히 적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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