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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r blue sky Oct 22. 2021

나의 고양이 2

: 공수표로 얻은  고양이 '토르'


사람은 살면서 항상  자기 자신 또는 타인과의 약속에 얽매여 살아간다.

아침에 눈 뜨는 시간부터 밥을 먹고, 일을 하고, 누군가를 만나고, 잠을 잘 때까지도...

그러나 우리는 항상 그 약속을 지키면서 살아갈 수는 없다.

때로는 잊기도 하고 거부할 때도 있다.

    

최근에 나에게 생긴 약속에 대한 일화.     

사람 사이에 첫인상이 있듯이 진료를 하다 보면  강아지와 고양이에 대한 첫인상도 있다.

어떤 경우에는 마치 자신의 반쪽을 만난 듯한  첫인상 같은 묘한 끌림이 있는 경우가 있다.     

진료 접수증과 함께 진료실로 들어온 여자 보호자와 아메숏 (아메리칸 숏 헤어) 한 마리.


토르 병원에 온 지 2개월 즈음 곰팡이 피부병이 완치되고 나서


항상 봐오던 고양이이고, 진료인데, 이날 이 녀석을 맞이할 때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털색이며 얼굴은 예쁜데, 얼굴부터 몸, 다리에 곰팡이성 피부병이 좀 많이  퍼져있는 상태였다.


 “ 큰 질병이 아니니 걱정 말고, 만약에 정 못 키우겠으면 저라도 키울 테니 데리고 오세요.

   그 정도로 예쁜 아이입니다 ”


그러나 이런 유머 섞인  칭찬에도 보호자의 얼굴에는 웃음이 없었다.

" 저는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아요... 근데 남자 친구가 갑자기 생일선물로 애를 주는 바람에..."

분양가도 상당하고, 곰팡이성 피부병이 그리 심각한 것도 아니어서 조금 크면 없어질 것이니,

진짜 못 키우겠다고 데리고 오지는 않겠지 하는 생각에 공수표를 날린 것이었다.

그리고 그 뒤로도 1차 예방접종을 하고 피부 상태도 호전되고 있었다.

그래서 나도 그날 흘린 그 말은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는데....


어느 날 병원으로 걸려온 전화 한 통

간호사가 전화를 받고는 나에게 와서 “ 원장님!! 고양이 보호자인데 원장님께서 입양해주기로 했다고  지금 병원으로 데리고 온다는데요?”

“ 응? 무슨 소리. 난 그런 말 한 적이 없는데....”

그리고 차트를 확인하니 그 아메숏이었다.


그리고  ‘만약에 정 못 키우겠으면 저라도 키울 테니 데리고 오세요.’라는 부분만 내 머리 위로 둥둥 떠다니는 것이다.

보호자도 갑자기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겼겠지만,  

입양받아 준다는 말은

‘진짜 예쁜 고양이이고, 피부병은 곧 나으니까 걱정 말고 잘 키우라’는 의미였는데,

그 말의 포장만 찰떡같이 믿고 진짜로 보낼 줄이야....

먼저 보호자와 전화 통화를 했지만 이미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

약속은 약속이니 보호자의 믿음을 저 벌릴 수 없어서 병원으로 데리고 오라고 했다.


처음엔 강아지 토토와 고양이 토니만 끝까지 책임질 마음이었기 때문에 내가 입양해서 키울 생각은 없었다.

‘ 품종도 있고, 성격도 좋고, 예쁘기까지 하니 피부병만 치료되고, 예방접종, 중성화 수술을

마치고 나면  아마 잘 키워줄 사람이 있을 거야 ‘라는  생각을 가졌다.     

그런데 이상하게 고양이의 입양을 원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항상 그때마다 내가 안 된다고 자꾸 이유 같지 않은 핑계를 데는 것이었다.

피부병이 덜 나아서, 예방접종이 완료되지 않아서, 중성화 수술이 아직....     

그리고는 진료 테이블 위에 종이를 펴고는 이름을 짓기 시작하는 것이다.

‘토토, 토니, 모두 토자 돌림이니까 토......., 그래 얼마 전 본 영화의 주인공 ’ 토르‘가 좋겠다’

이렇게 이름까지 짓고, 강아지 토토와 고양이 토니와도 친하게 지내게 하고 난 뒤,

고양이 토니와 둘이서 지낼 멋있는 집도 장만하고....

벌써 마음속으로는 내가 키울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는 어느 순간부터  ‘토르’는 병원 식구이니 입양 보낼 곳은 알아보지 않아도 된다고

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진료실에서 쉬고 있는 토르

처음 볼 때부터 뭔가 이상한 인연의 끈이 토르와 연결되어있다는 것을 느꼈지만 이렇게

내가 입양해서 키울 줄은 나도 몰랐다.

‘토르’는 병원 이곳저곳을 다니며 놀고, 장난치고 진료실에 있는 나에게도 와서 매일 웃음을 주었다.



공수표 덕에 나에게 입양된 고양이 ‘토르’

작은 약속을 지키고,  나는 그보다 더 큰 행복을 선물로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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