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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ngzort Aug 30. 2021

죽음이 두려운 아이

쏜애플 「이상기후」

https://www.youtube.com/watch?v=n0TLYrEDka8

쏜애플 2집 「이상기후」 Track 10 '물가의 라이온'


【쏜애플】 「이상기후」


죽음이 두려운 아이


초등학교 5학년 12살,

아직까지도 선명한 기억이 있다.

"내가 죽으면 어떻게 될까?"

그렇게 내게 물었었다.


어린 난 그 물음에 답하기보단 '공포감'에 휩싸였다.

아마.. 화장실 변기에 앉아 한참을 서럽게 울던 기억이 난다.

그 후, 몇 달을 그 질문에 대한 ''을 찾아 나섰다.


숨이 붙어있는 인간은 알지 못할 미지의 영역, '죽음'

죽음을 설명할 순 있지만,

정확히 자신이 어떻게 되는지 알턱이 없었다.


불안감은 나날이 커져만 갔다..



"그 불안을 잠재우려 그랬던가?"

인간의 수명을 아득히 넘긴 '그들'에게 눈을 돌렸다.



'불멸의 존재'

아직까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며,

그들의 '가르침'이 현세에도 전해져 살아 숨 쉬는..

'성인'들에게 관심을 가졌다.


"뭐.. 공자, 맹자, 부처 같은"

아마 동경했던 것 같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어처구니없는..

어린 시절 내 꿈은 '성인'이 되는 것이었다.


"죽어서도 살고 싶었던 내 욕심이었을까?"

"내 존재가 세상에 사라지는 게 두려웠던 걸까?"



아무튼..

서양철학자 니체는 말했다.

인간을 세 가지 동물로 비유할 수 있다고,


'사자' '낙타' '아기'


사람으로 살며 부딪히는 제약,

'도덕, 규율 혹은 타인의 시선', '필연적 환경'

그에 순응하냐, 저항하느냐,

아니면 그 자체를 인식하지 않느냐..


성인들의 행적과 가르침이 담긴 책에서 보았다.


"'그것'들을 인식하지 않고 했던 아기 같은 행동들"

후세의 사람들 입에까지 오르내리며 칭송받아,

지금 이 순간까지 전해졌다는 사실이 놀랍고 허무했다.


"어떻게 사람인데, 그럴 수가 있지?"


난 그들처럼 착하게만 살 수 없다는 걸 인정했다.

"그래 '성인'이 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죽음'이 두려웠던 '꼬마의 꿈'

아예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낙타는 주인이 묶어둔 목줄의 범위에 머문다고 한다.

줄을 풀어도 스스로에 그곳에 자신을 묶어 둔다고 한다.


"난 낙타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그들'처럼 아기가 될 순 없지만,

일상의 충실한 노예가 되긴 싫었다.


'아기'가 될 수 없었던 어린 난

예정된 내 '죽음'을 인정하곤,


내 앞에 선 장벽을 노려보며

포효하는 '사자'가 되어있었다.


쏜애플 「이상기후」
쏜애플 「이상기후」 수록곡


소개한 음반[ 쏜애플 ]'이상기후'

보컬 '윤성현'을 필두로 독특한 가사, 몽환적인 밴드 사운드를 뿜어낸다.

2010년 데뷔, 11년 차 밴드, 연일 단독 공연 매진으로 강력한 티켓팅 파워를 보여준다.


영국의 라디오헤드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  있으며,
감성적인 영향은 '이석원'의 '언니네 이발관'에 영향받았다고 한다.


Thornapple은 환각작용을 일으키는 식물 Datura의 또 다른 이름이다.

쏜애플이 가진 독특한 세계관과 밴드 사운드에 잘 어울린다.


특히 2집은 수록곡 모두 버릴 게 하나 없는 명반이라 생각한다.

모호한 가사가 오묘히 매력적이다.

재생목록에 넣어 차근차근 들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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