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콜럼버스

5. 콜럼버스

#099. 2차 항해

by 조이진

2차 항해

트럼펫과 하프와 파이프 악기들이 카디스를 채웠다. 수많은 현수막이 대서양 바람에 펄럭였다. 콜럼버스의 십자군은 새로운 예루살렘을 향해 돛을 펼쳤다. 돛에는 십자군을 상징하는 엠블럼인 붉은 십자가가 굵게 그려져 있었다. 배를 탄 이들이 1,500명이 넘었다. 17척 배가 카디스를 천천히 빠져나갔다. 장관이었다. 스페인의 첫 대양해군이 바다로 출항하고 있는 장면이다. 이 대함대가 앞으로 100년간 대서양 바다를 차지한 스페인 무적함대의 뿌리다. 오랜 욕정으로 농익은 카디스도 그녀를 닮은 딸을 낳으러 아메리카로 떠날 준비를 마쳤다. 항해의 목표는 정복과 식민이었다. 원주민들의 육체와 생명을 빼앗아 노예로 삼고, 그들의 여자에게 마음껏 배설하고 싶어 하는 자들의 탐험이 시작되었다. 이제 그들이 가는 곳 어디든 그들의 식민지가 될 터였다. 황금으로 뒤덮인 지팡구 땅에 도착하면 황금을 모두 벗겨내서 천년왕국 예루살렘을 만들 것이다. 국왕 부부의 지시는 분명했다. 콜럼버스에게 금광을 찾아내고 광산을 운영할 것을 허락했다. 국왕의 원주민을 노예처럼 착취하는 엔코미엔다를 허락했다. 그러기 위해 스페인 사람들을 데려가 이주, 정착시켜 식민지를 지배하라고 했다.


종말이 다가오고 있지만, 콜럼버스는 자신이 지금 새로운 예루살렘을 만들고 있다고 여겼다. 오늘 콜럼버스는 창세기 속 노아가 해낸 신의 사역을 직접 감당하고 있었다. 노아는 정결한 짐승 암수 일곱 마리씩, 부정한 짐승 암수 한 마리씩을 실었다. 노아의 심정을 헤아리며 콜럼버스도 여러 동물 암수를 골라 실었다. 신대륙 건설에 필요한 동물들로 골랐다. 말, 소, 노새, 돼지, 닭, 양, 염소, 고양이, 사냥개 같은 것들을 실었다. 밀 씨앗, 포도주를 위한 포도 묘목, 병아리콩, 멜론, 올리브, 양파, 상추, 무 종자도 실었다. 밀항자들이 숨어들었다. 쥐, 벼룩들이 가장 먼저 방주에 올랐다. 두 번째 항해는 그가 붙잡아간 다이노가 새로운 항로를 잡아주었다. 다이노는 나침반을 보지 않고서도 방향을 잘 잡았다. 밤하늘의 별을 보고 항로를 알았다. 항해전문가들은 이때 항해한 항로가 실제로 유럽에서 아메리카로 가는 최단 항로라고 밝혔다. 다이노가 놀라운 천문관측 능력을 갖추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증기기관 선이 도입된 19세기 중반이 되기 전까지 350년 동안 스페인과 아바나에 오가는 바람을 이용하는 범선은 이 항로를 따랐다.


이달고

콜럼버스가 침략한 이후 10년 동안 골드 러시를 위해 배에 오른 자는 거의 다 레콘키스타의 퇴역군인, 몰락한 가난한 이달고, 부랑자, 가장 질 낮은 인간쓰레기 부류들이었다. 돈키호테와 산초 판사들이다. 레콘키스타가 끝나 신분 상승의 기회가 없어진 이달고들에게 신세계는 절호의 기회였다. 이들이 새로운 예루살렘을 건설할 실행 집단들이었다. 디에고 벨라스케스Diego Velazquez가 그런 이달고였다. 그는 나폴리 정복 전쟁을 마치고 돌아왔다. 20대인 그가 이 배를 탔다. 히스파니올라섬에서는 콜럼버스의 동생 바르톨로뮤 콜럼버스 밑에서 다이노들을 광산 노예로 끌어가 금을 캐는 일을 지휘했다. 그의 감독하에 많은 다이노들이 죽어야 굴 밖을 나갈 수 있었다. 10살도 채 안 된 아이들도 그렇게 부렸다. 나중에 콜럼버스 형제가 스페인으로 압송되었을 때 벨라스케스가 식민지 총독으로 임명되었다. 그는 승승장구했고, 쿠바로 옮겨 아메리카 대륙 전체를 관장하는 총독이 되었다. 그가 쿠바를 아메리카 전체 식민지 중심 거점으로 정했고, 바라코아를 거쳐 산티아고 데 쿠바로 수도를 이전하고 도시를 개발했다. 산티아고 데 쿠바의 중심 광장 세스페데스 공원에는 그의 식민지 총독 관저가 가장 전망 좋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500년 된 이 목조건축물이 쿠바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이 관저의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석양의 낙조는 일품이다. 관저 파티오에서 벨라스케스는 다른 이달고들을 모아 멕시코 아스텍 침략을 계획했다. 이 집이 중남미 식민지 정복의 본부였다. 멕시코를 정복한 코르테스도, 베네수엘라, 콜롬비아를 정복한 이들도 모두 이달고다. 이만하면 종교재판에서 산 사람을 화형에 처하는 장작에 불을 붙이며 살았던 하급 인생 이달고들이 크게 출세했다 할 만하다. 벼락출세한 이달고들이 기독교 복음 전파를 위한 충직한 개가 되었다. <돈키호테>에 “이달고가 성스러운 임무를 위해 배를 탔다”라는 표현이 있다. 바로 지금 이 장면이다. 돈키호테와 산초 판사는 벨라스케스와 코르테스가 되기를 꿈꿨다.


뱃머리에 선 위대한 발견자이자 식민지 부왕인 콜럼버스가 넓은 바다를 바라보며 포부를 구상했다. 그의 곁에는 종교재판을 담당하는 심문관이 늘 함께 앉았다. 신세계의 원주민들은 모하메드를 믿지도 않았고, 유대인도 아니었고, 유대교를 믿었다가 기독교로 개종한 콘베르소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들은 돌이나 나무, 동물, 재미 같은 것을 숭배했다. 기독교를 믿지 않으니 원주민들은 또 다른 이단이자 이교도였다. 그들을 대하는 방법은 이미 정해졌다. 콜럼버스는 “모든 동원 가능한 방법과 수단들”을 다 쓰라고 지시했다. 그 말이 무슨 말인지는 지시받는 자들은 잘 알고 있었다. 스페인에서는 추기경을 교황이 아니라 국왕이 통솔했다. 모슬렘과 싸우는 스페인 국왕을 위해 교황이 인센티브로 그 권한을 양도한 탓이다. 새로운 땅도 스페인 땅이다. 그러므로 이곳에서는 부왕인 콜럼버스가 신부들을 지휘했다. 베네딕트수도회 신부가 탔다. 콜럼버스의 방주에서 내린 신부가 처리한 첫 번째 일은 1차 항해 때 나비다드에 남겨 둔 기독교인을 돌봐준 가시관 구가나가리를 붙잡아 죽인 일이었다. 남은 39명 스페인 사람이 죽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구가나가리는 콜럼버스와 협력자인 자신이 죽인 것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했다. 기독교인들이 섬을 휘젓고 다니며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 다녔는데 이에 격분한 가온아보가 그들을 찾아내 죽인 것이고, 자신은 스페인 사람들을 지켜주려고 가온아보 군을 상대로 싸우다 다쳤다며 상처를 보여주며 억울하다 했다. 하지만 신부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콜럼버스는 그런 구가나가리를 분명히 믿었고, 나비다드가 파괴된 데 대해 그에게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저승사자를 끌어들여 자신의 정치적 경쟁자를 제거하려던 스페인 부역자 구가나가리는 결국 저승사자 콜럼버스에게 버려졌다.

이달고. 아메리칸드림을 꿈꾼 아메리카 정복의 주력군이었다.

국왕 부부는 첫 번째 항해부터 꼭 회계사를 선원으로 포함했다. 새로 발견한 땅에서 거두어들일 황금이나 향료의 양을 셈하는 역할을 맡겼다. 콜럼버스를 포함한 선원들이 왕실 몫의 황금을 빼돌릴 것을 의심했다. 사제는 회계사와도 셈이 맞지 않았다. 종국에는 황금 분배 때문에 선원들을 선동해서 사제가 콜럼버스에 반란을 일으키고 지휘했다. 사제는 원주민에 복음을 전하고 성화시킬 직무로 아메리카에 왔다. 하지만 그는 단 1명의 원주민도 기독교인으로 영혼을 인도하지 않았다. 이단인 원주민 살해와 황금에 집중했다. 기독교 왕국을 건설하겠다는 포부를 가진 콜럼버스는 다이노에 세례를 금지했다. 다이노가 기독교인이 되면 노예로 삼을 수 없게 된다. 노예로 삼지 못하면 광산 노동도 못 시키고, 팔지도 못한다. 그러니 다이노들이 기독교를 믿어서는 안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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