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콜럼버스

5. 콜럼버스

#103. 켄타우로스

by 조이진

켄타우로스

첫 번째 항해 때는 가는 곳마다 다이노들이 나와 엎드려 절하고 선물을 가져와 물건을 바꿔갔다. 하지만 스페인 사람들의 기록에 두 번째 항해 때는 그런 기록이 없다. 다이노들은 기독교인들이 침략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으로 보인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식민거점 라 이사벨라는 스페인에는 큰 신의 축복이자 은혜를 입은 입지였다. 그 자리는 바닷가 끄트머리인지라 다이노들이 별로 살지 않아 저항 없이 정착할 수 있기도 했지만, 우연하게도 그곳은 서로 다른 두 가시관이 다스리는 영역의 경계였다. 비무장지대인 셈이다. 그러므로 두 가시관은 서로 움직이지 않고, 다른 가시관이 콜럼버스의 스페인 군사에 먼저 대응하기를 관망했다. 그러는 동안 라 이사벨라는 자리를 잡아갔다. 200여 채의 집을 지었다. 지붕은 풀로 덮은 사냥 오두막 같은 집이었다고 표현했다. 다이노 원주민들의 초가집을 본떠 만들었다. 콜럼버스의 일지에는 라 이사벨라에 굉장한 요새를 지은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라 이사벨라는 1차 항해 때 핀타호 선장 핀존이 금을 발견한 계곡과 가까운 곳이었다. 기독교인은 주변 다이노 마을에서 먹고 살 많은 양의 식량을 조달했다.

라 이사벨라. 1493년 콜럼버스가 이곳에 첫 식민도시를 세웠다.

1,500명은 적은 사람이 아니다. 이들은 작은 바닷가 마을 사람들의 먹을 것을 모조리 빼앗아 갔다. 라 이사벨라 타운이 자리를 잡자 콜럼버스는 금을 찾을 부대를 보냈다. 부대원은 15명, 지휘자는 알론소 데 오헤다Ojeda. 그는 이달고 출신으로 종교재판의 심문관이자 인간 백정으로 악명이 높았다. 그는 키 작고 영리하면서도 모질고 사나워 자신의 칼 솜씨를 믿고 남에게 결투를 곧잘 신청했다. 기록자 라스 카사스는 그를 “작은 체구에도 누구보다 먼저 피를 뽑아내는” 검객이라고 묘사했다. 스페인에서 무모할 만큼 용감하고, 잔인하게 복수하기로 이름난 자였다. 잘생긴 그는 여자들에게는 다정했다. 2차 항해에 출범한 17척의 배에서 오헤다가 최연소 선장이었다. 오헤다가 지바우 계곡에 다녀와서 상상보다 많은 양의 황금을 찾았다고 보고하자 콜럼버스는 더 많은 군사를 동원했다. 160km를 진군했다. 콜럼버스는 많은 수의 깃발을 들게 했다. 그리고 드럼을 두드리고 트럼펫을 불게 했다. 다이노 원주민을 소리로 기겁하여 제압할 요량이었다. 심리전. 이 싸움의 방식은 북아프리카를 건너온 모슬렘들이 이베리아를 건너와 기독교인들을 정복할 때 쓰던 방식이었다. 콜럼버스는 말 탄 기병 20과 보병 400으로 꾸린 군대를 직접 이끌었다. 기병은 모두 중세의 철갑옷을 입었고 긴 창과 칼을 들었다. 이 말을 탄 기병들이 다이노들을 괴멸시키는 핵심 공격력이었다. 트럼펫의 큰 소리와 많은 깃발로 이미 겁을 먹은 다이노들은 말과 말을 탄 기병이 하나의 괴물 생명체라고 여겼다. 켄타우로스 같은 반인반마의 괴수였다. 철갑옷과 투구는 햇볕을 받아 번뜩였다. 부뚜 몽둥이도 활도, 돌멩이도 쇠갑옷과 투구를 입은 켄타우로스를 타격할 수 없었다. 괴수가 달려들자 모두 혼비백산 흩어졌다. 지리멸렬했다. 다이노들이 대패했다. 1,500명은 노예가 되어 광산으로 끌려갔고, 600명은 스페인으로 실려 갔다.

철갑옷과 무구를 갖추고 말을 탄 스페인 군인들을 다이노들은 막아낼 수 없었다.
정복자 알론소 오헤다. 콜럼버스의 2차 항해 때 정복에 참가했다.


콜럼버스가 금이 있는 지바우 산을 정복하고 라 이사벨라로 돌아왔을 때 걱정했던 일이 일어났었다. 전염병이 돌아 라 이사벨라에 남아있던 기독교인들 절반 이상이 죽었다. 전염병은 좁은 배에 너무 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갇혀 함께 배를 타고 오는 동안 발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화재가 일어났다. 다이노 식으로 지은 초가 오두막집 대다수가 불에 탔다. 죽은 유럽인들은 거절할 수 없는 선물을 다이노에 주었다. 역병이 다이노들에 퍼졌다. 다이노를 죄다 광산에 끌어갔으므로 기독교인들이 먹을 식량도 금세 부족해졌다. 17척의 배가 왔지만, 보급품을 실어 오기 위해 12척의 배를 다시 스페인으로 돌려보냈다. 이때 콜럼버스는 토레스라는 자에게 국왕에게 올리는 보고서를 딸려 보냈다. 콜럼버스는 이 보고서에 향신료가 많이 난다고 또 거짓과 과장을 했다. 카리브 지역에서 나는 것 중에 향신료로 취급할 수 있는 것은 아히ají라고 부르는 고추 정도였다. 후추나 육두구, 계피 같은 스페인 왕실이 알고 있는 향신료는 카리브에서는 생산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이 섬의 내륙에서 “믿을 수 없을 정도의 금이 강에서 난다”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강에서 나는 사금보다는 광산에서 캐는 금이 질이 훨씬 좋으니 광산 개발을 위해 광부를 보내달라고도 국왕에게 요구했다. 기독교인다운 면모도 있었다. 스페인 사람들이 계속 병에 걸리고 있으나 하느님이 지금까지 인도해 주셨으니 다 금세 치유될 것이라고도 했다. 가장 결정적인 제안은 카리브의 원주민들은 식인종이니 이들을 노예로 삼자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국왕에게 실상을 알리기 위해 남녀노소 식인종 여럿을 ‘샘플’로 보낸다고 했다. “이 야만적인 식인종들은 몸도 좋고 머리도 좋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비인간적인 성질을 버리면 흑인 노예보다 더 나을 것이며, 또 이들이 자신들의 땅에서 벗어나면 금세 그런 성질을 버릴 것입니다”라며 식인종을 노예로 판매해 수익금으로 식민지를 개발하자고도 했다. 그러면서 국왕에게도 노예무역에 따른 세금 수입이 크게 생겨나니 일거양득이라고도 조언했다. 콜럼버스는 보고서 끝에 말을 가진 부하들이 콜럼버스에게 말을 내주지 않는다며 국왕에게 자신이 탈 말을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국왕은 명령에 따르지 않는 자를 처벌하고 그 말을 사용하라고 답장했다.



+ 알론소 오헤다는 아메리고와 함께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 등을 원정했고, 베네수엘라라는 이름을 붙였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5. 콜럼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