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콜럼버스

5. 콜럼버스

#105. 대결

by 조이진

대결

콜럼버스가 라 나비다드에 돌아왔을 때 구가나가리는 사신을 보내 이 사건을 콜럼버스에게 고했다. 내정에 개입해 달라고 요청한 셈이다. 그 자신은 가온아보와의 전투에서 입은 부상으로 치료 중이었으니 직접 환영 나갈 수 없었다. 사신에게 큰 탈을 주어 보냈다. 아주 화려하고 금으로 장식한 것이었다. 다이노 문화에서 탈을 보낸 일은 왕을 대신한 탈이 상대를 영접한다는 의미였다. 구가나가리는 가온아보가 자기 여자 두 명을 빼앗아 간 원한을 잊지 않았다. 나비다드 파괴 사건은 구가나가리와 가온아보의 오랜 원한 관계의 결과다. 가온아보의 권력으로 둘의 관계는 억지력을 유지했으나 콜럼버스가 나타나 힘의 균형이 무너지려는 참이었고, 언제든지 불붙을 수 있는 둘의 관계에 불을 지핀 셈이었다. 콜럼버스로서는 라 나비다드에서 스페인 선원들이 몰살당한 이 사건을 가온아보를 침공할 명분으로 삼았다. 그리고 구가나가리 진영을 아군으로 확보했다. 콜럼버스에게는 돌멩이 하나로 두 마리 새를 잡는 격이 될 터였다. 가온아보의 땅은 금이 많다고 했다. 그곳을 차지해야 했다. 또 가온아보는 기스가야Quisqueya라고 불린 히스파니올라섬의 중앙을 다스리는 왕의 왕이었다. 이 섬 전체를 장악하기 위해 그와의 승부는 필연이었다. 콜럼버스로서는 지금, 이 순간이 투우의 심장에 창을 깊숙이 꽂아 박을 ‘진실의 순간’이었다. 콜럼버스가 이 섬에 상륙한 후로 히스파니올라섬의 다이노 사회는 정치적으로 균열이 시작되었다. 섬 전체가 내전 상태로 전환되었다.

구가나가리.jpeg

첫 번째 대결은 싱겁게 끝났다. 콜럼버스는 2차 항해 때 말을 실어 왔다. 지중해 전쟁사에서 트로이 목마는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콜럼버스는 목마가 아닌 진짜 말을 이용했다. 그는 가온아보에 선물을 보내 유화적으로 접근했다. 그는 화려하게 치장한 말을 한껏 뽐내며 가온아보와 면회하러 갔다. 그리고 가온아보에 말을 태워주겠다고 유인했다. 가온아보의 눈에도 말은 스페인이라는 바다 너머 세계의 가시관인 콜럼버스의 위용을 돋보이게 한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가 말을 탔다. 순간 그를 태운 말은 곧장 콜럼버스 진영으로 달렸다. 아차, 하는 순간이었지만 때는 늦었다. 그가 체포되자 다이노들은 분노했다. 가온아보의 동생 마니가테새Manicatex와 7,000명의 다이노가 스페인 군대를 공격했다. 대규모 전투가 벌어졌다. 기온아보를 구출해 냈다. 그러나 전투가 거듭되면서 말을 탄 스페인 군사를 당해내지 못했다. 맨살로 몽둥이를 쥔 다이노에 말과 철갑옷을 입은 기마병은 탱크와 같았다. 말이라는 처음 보는 괴물도 위력적이었다. 마치 한니발이 코끼리를 데리고 알프스를 넘었을 때 로마군이 기겁해 무너진 것과 같은 일이 아메리카에서도 벌어졌다. 스페인군에서 총소리가 났다. 화살과 죽창을 움켜쥔 다이노들은 무너졌다. 어디서 날아오는지 알 수도 없고 보이지도 않는데 다이노들이 픽픽 쓰러졌다. 다이노들은 그 이유도, 무기의 정체도 알지 못했다. 주검을 딛고 적의 눈앞까지 겨우 나갔지만, 죽창은 적의 목까지 미치지 못했다. 전투의 양상이 사뭇 달랐다. 가온아보는 처음으로 두려웠다.

학살당하는 다이노들. 손과 발이 잘리고 목을 매달렸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5. 콜럼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