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 아이티
아이티
두 번째 윤회가 시작되었다. 이때 처음 땅이 생겼다. 땅이 만들어질 때 높은 산이 생겨나고 동굴도 생겨났다. 히스파니올라에는 세 개의 큰 동굴이 있다. 다이노들은 세상을 연 시조가 아이티에서 처음 탄생했다고 믿었다. 히스파니올라섬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산을 다이노들은 아이티라 불렀다. 히스파니올라섬 가운데 가온아보가 통치하던 영역에 속해있다. 다이노들도 동굴을 중시했다. 그들은 동굴을 여자의 자궁이라 여겼다. 그래서 동굴을 생명이 나오는 입이라 여겼다. 그 세 동굴 가운데 가온아보가 다스린 영역에 속한 동굴에서 다이노의 첫 조상이 빛의 세상으로 나왔다.
첫 번째 동굴은 이구아나보이나Iguanaboína다. 히스파니올라섬 동쪽에 있다. 큰 뱀이 산다는 동굴이다. 이구아나는 뱀 같기도 하고, 이무기 같기도 하고 용을 닮기도 했다. 이 동굴에서 해와 달이 나왔다. 태초에 하늘과 시간이 나온 동굴이다. 여기서 나온 큰 이구아나는 두 샴쌍둥이를 낳았다. 하나는 비의 신을, 다른 하나는 맑은 날의 신을 낳았다. 이 동굴에서 나온 큰 세 뱀이 자연과 기후를 다스렸다. 농업 수렵사회에서 이보다 중요한 신은 없다. 그래서 이 이구아나를 닮은 세 기후의 신들은 재미zemís로 만들어지고 모셔졌다. 낙타 등처럼 봉긋 올라와 3면을 이룬 재미는 면마다 세 이구아나들이 새겨있다. 다이노들은 이 재미를 가장 중요하게 섬겼다. 그래서 이구아나보이나 재미가 가장 정교하게 만들어졌다. 반대로 자연의 균형을 깨트리는 신들도 셋이 있었다. 균형이 무너지면 다이노와 생명들은 힘들어진다. 허리케인을 부르는 여신 과반새Guabancex, 많은 비와 거친 바람을 부르는 신, 그리고 큰 산의 물을 모아들이는 신도 이 동굴에서 나왔다. 앞의 세 신은 사람에게 이로운 물, 뒤의 세 신은 삶을 파괴하는 물인 셈이다. 물은 인간에게 이롭기도 하고 또 지나치면 해롭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치수를 중시한 가시관은 물의 신들에게 제를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