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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다이노

6. 다이노

#124. 순환

by 조이진

순환

4번째 윤회가 끝났다. 다이노들은 모든 윤회가 끝난 뒤로는 자연이 일 년을 주기로 순환하듯 시간도 하나의 큰 동그라미처럼 반복하여 돈다고 여겼다. 그들은 이런 세계관을 태극무늬로 새겼다. 례도를 올리는 밭batú은 신성한 곳이므로 세속과 경계하는 금줄을 세웠다. 금줄로 사용한 돌 판에는 토템을 상징하는 동물과 여신, 태극무늬를 새겼다. 음력과 양력을 따라 자연이 순환을 거듭하듯이 그들의 신도 설화도 되새김했고, 별자리와 해의 움직임이 되풀이하듯 그에 맞춰 풍습도 농사일도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 반복하는 자연은 계절을 구분하는 절기로 만들었고, 절기는 세시풍속을 만들었다. 설화와 천문과 절기와 풍속이 하나로 합쳐졌다. 이런 천체력이 다이노들의 세계관을 형성했다.


하짓날 좀생이별이 새벽에 뜨는 때에 여름 농사를 시작했다. 5월에서 7월까지 우기가 시작되는 때다. 농사를 시작하는 때가 먹을 것이 가장 없을 때다. 태산보다 높을 고개를 넘을 때 다이노 아이들은 배가 고파 울었다. 슬피 울다 청개구리가 되었다. 북극성 가시관 아나가구야와 북두칠성이 대서양 바다 너머로 아침에 떠오를 때는 8월과 9월. 허리케인이 일어난다. 오리온자리를 카리브에서는 야야얼 별자리라고 한다. 팔다리가 잘린 야야얼 말이다. 오리온이 밤하늘에 보이기 시작하면 다이노들은 우기가 끝날 때라는 것을 알았다. 비와 풍랑이 멎었으니 그때 다이노들은 너울 잠잠해지는 대서양 큰 바다로 고기를 잡으러 카누를 저었고 그물을 내렸다. 이때가 10월부터 1월까지다. 큰 뱀 이구아나가 보이는 용자리 또는 전갈자리가 동짓날 아침에 떠 있으면 건기가 시작되었다. 12월에서 3월에 흙을 갈고 밭에 거름하고 유가를 심어 한 해 농사를 시작했다.

용자리를 다이노들은 큰 뱀 이구아나 별자리라고 했다. 동짓날 아침 이 용자리 별이 뜨면 건기가 시작되어 농사를 시작했다.


바다 아래로 북두칠성이 잠기면 샛별이 항해를 시작했다. 금성의 항해가 시작될 때 큰 소라고둥이 갯가에서 많이 잡힐 때다. 코보는 중요한 먹거리이기도 했지만, 일종의 트럼펫처럼 사용했다. 소라 끝을 따내고 불면 저음의 고동 소리가 크게 울렸다. 푸-투-투-Fotuto 하는 소리를 냈다. 다이노는 카리브족이 쳐들어왔을 때 바닷가 관측소에서 코보를 불어 고동 소리로 신호했다. 가시관의 행차를 알리는 의식에서도 고동을 불었다. 비슷한 시기 고려와 조선에서도 왕이 행차할 때 나각을 불었다. 동북아시아의 우리 민족은 삼국시대부터 나각을 불었다. 나각은 여왕소라로 만들었다. 그런데 나각으로 쓴 큰 소라고둥 코보는 어디서 가져왔을까. 한반도와 동아시아 일대에서는 나각으로 쓸 만큼 큰 소라고둥은 나오지 않는다.

20231127_161040.png 바다 아래로 북두칠성이 잠기면 큰 소라고둥이 많이 잡혔다.
여왕소라고동concha shell.png 여왕 소라고둥. 콘차 쉘이라고도 한다. 고려와 조선의 왕이 행차할 때 부는 악기 나각 고둥으로 한반도 주변에서는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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