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 연지
연지
라몬 파네가 다이노 노인에게 들은 옛이야기를 기록했다. 여자들을 모두 어느 작은 섬에 두고 온 사내들이 큰비가 오는 날 여보yobo라는 나무를 타고 내려오는 매끈한 피부의 누군가를 여럿 보았다. 그들은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니었다. 사내들 가운데 피부가 가장 거친 네 사내를 골라 그 성이 없는 존재들을 각각 붙들어 껴안게 하고 도망가지 못하게 발을 묶었다. 그리고 인리리Inriri라는 딱따구리를 불렀다.
딱따구리는 그중 성을 알 수 없는 그 존재들을 나무에 하듯 구멍을 파 여성의 성기로 만들었다. 여성이 되었다. 이때 인리리 딱따구리 머리에 붉은 반점이 생겼다. 다이노들은 딱따구리가 여성의 성기를 만들 때 여성의 몸에서 처음 흘린 핏방울이 머리에 묻어 붉은 반점이 생겼다고 믿었다. 그래서 다이노 여자들은 혼인하는 날 이마에 붉은 연지를 그렸다. 여보 나무의 열매는 대추와 닮았다. 대추나무처럼 열매를 주렁주렁 맺는다. 남아메리카 인디오들도 여자가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올 때 이 나무를 타고 내려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들은 여보 나무에서 나왔다고 여긴다. 여자가 만들어질 때 4번째이자 마지막 창조도 시작되었다. 여자가 태어남으로써 다이노 사회는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