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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다이노

6. 다이노

#123. 천문

by 조이진

천문대

가시관은 바위를 높게 쌓은 단에 올라 천문을 관측했다. 바위가 없는 지역에서는 능처럼 흙을 쌓아 단을 높였다. 푸에르토리코에 남아있는 천문대는 가로세로 243m와 147m로 타원형이다. 신성과 권위를 상징하는 관인guanín을 찬 가시관이 하늘의 별을 보고 점을 치는 일은 신성했으므로 제를 지내는 공간 주위는 금줄이 쳐져 있었다. 금줄로 쓰인 판돌은 폭이 약 5m 정도로 천문대 주위를 빙 둘렀다. 타원형으로 세워진 판돌은 하나의 인줄처럼 잘 이어졌고 동쪽과 서쪽으로는 문이 나 있다. 큰 산을 등지고 물을 앞에 둔 곳에 자리 잡았다. 물줄기가 관측소 양쪽 주위를 지나 산에서 강으로 바다로, 또 북에서 남으로 흐르는 곳이다. 인류학자들은 풍수지리를 반영해 배치한 결과라고 했다. 큰 바위를 겹겹이 쌓아 높게 올린 천문대는 북동쪽을 향했다. 관측소의 동문과 서문을 연결한 선을 직각으로 관통하는 선이 타원형 공간의 중심축이다.


그 축선의 방위각이 115°다. 이 각도에서 동짓날인 12월 21일에 해가 뜬다. 동짓날 밤에는 전갈자리가 뜬다. 긴 S자의 전갈자리를 다이노들은 큰 뱀 이구아나보이나 별자리라고 불렀다. 서쪽으로 난 문의 양 귀퉁이를 축선에 연결하면 각각 춘분점과 추분점이다. 밤에는 오리온자리가 뜨는데 다이노들은 야야얼 자리라고 불렀다. 큰 바위를 높이 쌓은 피라미드가 천문대다. 천문대인 피라미드를 서문에서 축선으로 연결하면 방위각 65°. 천문대에서는 3가지를 관측할 수 있다. 먼저 6월 21일이면 이 천문대에서도 하지의 해가 떠오른다. 그리고 6월 5일이면 해가 뜰 때 좀생이별도 함께 뜨고 날이 밝아지면 사라진다. 이때 일출 방위각은 67°. 마지막으로 5월 19일에서 7월 25일까지 천문대의 천정으로 태양이 지나간다. 이때 일출 방위각이 69°다. 이 68일간의 한가운데 날이 하짓날이다.

20231127_162009-1.png 북쪽을 향해 오른쪽으로 115도 기울여 공간을 배치하는 기준으로 삼았다.
바테이 방위각 001.jpg 례도를 지내는 바테의 공간<Tainos and Caribs The aboriginal cultures of the antilles>(Sebastian Robiou Lamarche)


절기

하지의 해가 뜨는 날 좀생이별 플레이아데스도 같은 시간에 같은 곳에서 뜨는 날이 있다. 이날은 다이노에 중요한 의미가 있는 날이었다. 다이노들은 좀생이별의 움직임이 분명한 이때를 한 해의 시작으로 보았다. 한가운데 하지가 들어있는 5월 19일에서 7월 25일까지는 해가 천문대의 수직 하늘에 떠 있고 또 수직으로 진다. 5월 19일에서 34일 지나면 하지, 하지에서 34일 지나면 7월 25일이 된다. 이 기간은 태양을 중시한 다이노들의 세계관, 전통과 풍습에 중요한 시기이기도 했다. 동지 때도 비슷했다. 12월에 이구아나보이나 또는 용자리 또는 전갈자리가 태양과 같이 뜰 때 건기가 시작되었다. 카리브해에 비가 오지 않는 시기는 12월부터 3월까지다. 건기가 지나면 내내 열대의 우기가 된다. 이구아나보이나가 태양과 함께 뜨는 12월 21일 동짓날이 되면 다이노 농부들은 땅을 갈고 유가와 감자, 고구마를 심을 준비를 시작했다. 그러므로 다이노들에 동지는 농사를 짓는 한 해가 시작되는 때다. 다이노들은 천체력에 따라 농사를 지었고, 유가를 심는 때를 한 해의 설로 삼았다. 설에 큰 제례를 올렸는데 이것은 보통 때의 굿을 하는 례도와는 달랐다고 한다. 마을 공동체가 모두 함께 제례를 올린 뒤 마을 가시관이 파종할 유가 종자를 집집이 나누어 주었다. 한 해를 먹을 양식의 씨를 주었으니 복을 주는 일이었고, 복을 주는 가시관에 모두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았다. 스페인 기록자에 따르면 이때가 되면 “가시관이 모든 마을 사람을 가내로 불러 모았다. 그들은 줄을 선 듯 앉았고, 껑충껑충 뛰고 춤을 추는 듯 행동을 했다. 그런 다음 모든 참석자는 약간씩의 카사바를 받았다. 그리고 각자 집에 가져갔다. 그것을 마당에 파묻고 한 해 동안 성스러운 물건처럼 보존했다. 그들은 살면서 불행을 당하거나 허리케인 같은 재해를 입을 수 있지만, 그것이 그런 재앙을 막아준다고 여겼다.” ‘껑충껑충 뛰고 춤을 추는 듯 행동’이란 무슨 행동이었을까? 어른과 상전에게 큰절하는 몸짓이 스페인 기록자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을 것이다. 카사바는 유가의 또 다른 이름이다.

다이노의 24절기 001.jpg 북극별을 중심으로 도는 북두칠성. 18도가 움직일 때마다 달이 바뀌고 춘분, 하지, 추분, 동지, 우기와 건기를 구분해 농업과 어업을 운영했다.


다이노들도 동지가 지나고 보름달이 뜨면 씨 열매의 껍질을 부숴 속의 씨를 먹었다. 그러면 병이 오는 귀신을 막을 수 있다고 믿었다. 다이노들은 또 곡식을 수확한 때를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그래서 하늘과 조상에 첫 수확물을 바치는 제를 올렸다. 동북아시아에서도 그랬다. 많은 풍습이 천체력에 따라 지켜졌고 높은 지위의 가시관은 풍수관과 천문관을 따로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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