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 청개구리
청개구리
과아요나가 여자들을 모두 한 섬에 데려갔을 때 엄마와 헤어진 아이들은 근처 냇가에 데려다 두었다. 가엾은 아이들이 배를 곯았다. 울다가 울다가 작은 청개구리들로 변했다. 비가 오면 청개구리들은 엄마가 보고파 울었다. 다이노들은 작은 청개구리를 또나tona라 했다.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는 브라질 인디오들과 함께 살면서 그들을 관찰하고 전래 설화를 채집했다. 그가 채집한 브라질 인디오들의 설화에도 물가에 살던 아이들이 배가 고파 울다 죽어 하늘의 별들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플레이아데스 별 구름이다. 중남미 매우 넓은 지역에서, 또 여러 문헌에서 이런 이야기는 아주 많이 채록되었다. 레비스트로스는 브라질 인디오들은 플레이아데스성단의 위치를 기준으로 한 해를 시작하는 때로 삼고, 또 우기가 시작되는 시기를 안다고 했다. 아마존 인디오들도 다이노들처럼 집집이 돌로 만든 작은 개구리를 부엌에 두고 비가 오기를 기원했다. 인류학자들은 다이노의 청개구리 이야기와 브라질의 플레이아데스 이야기는 같은 이야기이기지만 내러티브는 다이노의 청개구리 이야기가 더 문학적이라고 했다. 카리브 지역 다이노와 중남미 전역의 청개구리는 같은 플레이아데스 별들의 이야기다. 모두 비와 연관되어 있다. 비는 물이다. 카리브 다이노들도, 브라질 인디오들도 플레이아데스의 움직임과 위치를 보고 우기를 예측했고, 농사를 계획했다. 농사를 시작하는 일이 곧 한 해를 시작하는 때였다. 또 수확한 뒤 하늘신에 제를 올려 첫 수확물을 바쳤다. 쿠바, 푸에르토리코, 자메이카 등 카리브해 지역에서 청개구리는 아주 많이 사용되는 디자인 오브제다. 카리브 젊은이들은 작은 청개구리가 그려진 티셔츠를 즐겨 입는다. 500년 전 다이노들은 재미zemís를 비롯해 개구리와 관련된 미술 사료를 많이 남겼다.
플레이아데스성단은 북반구 어디서든 볼 수 있다. 고대 바빌로니아 사람들은 플레이아데스를 “물Mul”이라 했다. 서양 사람들은 “물Mul”이란 단어가 “별 중의 별”이란 뜻이라고 짐작한다. 물은 농사에서 가장 중요하다. 그러니 바빌로니아 사람들도 플레이아데스성단은 가장 중요한 별이라고 생각했다. 농사에 중요한 플레이아데스는 고대 바빌로니아 사람들에게도 물을 상징하는 별이었다. 그런데 왜 하필 바빌로니아 사람들도 그 별을 “물”이라 불렀을까. “물water”을 “물mul”이라 소리 내어 말하는 사람들, 이 사람들이 가장 먼저 하늘을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별이 말해주는 뜻을 가장 잘 이해한 사람들이었으리라.
우리 조상들은 플레이아데스 별을 좀생이별이라 불렀다. 얼핏 보면 별 7개가 나란히 빛나 일곱 자매 같지만, 실제는 백이 십여 작은 별들이 모여있는 별 무리다. 음력 2월 초엿샛날 사람들은 별 뜨기를 기다려 마당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좀생이별을 보았다. 좀생이별은 그해 농사의 풍흉을 점쳐 주었다. 초승달은 어머니가 밥을 담아 이고 가는 광주리로 보았고 초승달 옆 작은 좀생이별들은 밥 달라는 아이들이라 여겼다. 좀생이가 달에 너무 가까이 있으면 아이들이 배가 고파서 보채는 모습이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면 아이들이 배가 고파 지쳐있는 모습이니 틀림없는 흉조라 그해 농사는 망칠 거라고 점쳤다. 초승달과 좀생이별들이 나란히 가거나 혹은 좀생이별이 조금 앞서가야 풍년이라 점쳤다. 아이들을 두고 시집가버린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일곱 아이가 굶어 죽어서 좀생이별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우리 전래 동화집에도 들어 있다. 좀생이별에 담긴 옛이야기는 한반도에도, 바빌로니아에도, 카리브에도 있다. 모두 농사와 관련된 비 이야기다. 물이 부족하면 배가 고파 아이들이 죽는다는 슬픈 이야기다. 동북아시아와 바빌로니아와 카리브의 이야기가 판박이다. 비 오는 날 슬피 우는 청개구리 이야기는 우리에게도 친숙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