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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다이노

6. 다이노

#131. 보이오

by 조이진

초가집

스페인 기록자들은 가시관의 집 가내caney와 보이오를 “나무와 풀을 엮어 종 모양처럼 만들어....... 지붕을 매우 높게 짓는다”라고 적었다. 인구 대부분을 차지한 다이노 나보리야는 초가지붕을 원뿔 모양으로 얹은 원형 오두막에서 살았고, 지배계급인 가시관과 니다이노는 직사각형 집에서 살았다. 다이노에 원형은 하늘이요, 직사각형은 땅을 상징했다. 오비에도는 가시관의 집 가내caney가 반듯한 사각형이라고 기록했다. 니다이노의 거처인 가내와 보이오가 직사각형인 것은 니다이노가 땅과 하늘의 연결자라는 인식 때문이었다. 직사각형의 집은 밤새 횃불로 밝혔다. 그것은 니다이노의 위엄을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했다. 지붕은 야자수 잎사귀 같은 말린 풀을 엮어 씌웠다. 덩굴을 말려 새끼줄을 꼬아 지붕 덮개를 엮었다. 지붕은 슬래브처럼 경사졌다. 이 집들은 광장을 중심으로 니다이노와 나보리야의 거주 공간을 달리하여 배치되었다.

49d128095f9dd7ee1f7d5f2ec1936cc3.jpg 보이오와 가내


지금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 일대에 사는 원주민들도 높고 둥그런 지붕의 초가집을 짓고 산다. 건축물의 이름도 500년 전의 다이노 때와 같다. 이 원주민들은 자신들을 ‘소도So’to에 사는 사람들’이라고 부르는데, 짚으로 지붕을 둥그렇게 인 집을 ‘조물주가 사는 우주’라고 여기는 개념을 갖고 있다. 소도에 살고 있다는 인디오들이 집을 작은 우주라 여기듯 500년 전 다이노들도 초가집에 그들의 우주관을 투사했다. 집을 지을 때 지붕의 둥근 형식은 둥근 천체를 상징했고, 동과 서를 기본 축으로 하여 정남향으로 집을 지었고, 가장 큰 문은 해가 솟는 동쪽으로 냈다. 구조물의 한가운데 대들보를 가장 높게 올려서 꼭대기를 높게 하여 둥글게 지붕을 펼쳐 집을 지었다. 다이노들에 집이란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존재인 사람이 사는 곳이자, 집을 통해 하늘과 땅을 연결하여 소통하는 곳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또 집을 바닥에서 3단으로 쌓아 높이를 구분하였고, 3단은 단마다 땅과 사람과 하늘을 상징했다. 하늘의 아들인 가시관은 늘 3단에 거처했다. 카리브해와 중앙아메리카에 남아있는 피라미드 건축물도 3단 건축이었다.


Cahokia. 리오그란데..png 피라미디 위에 사각형 초가집을 올리고 조상인 태양신에게 제를 올렸다. 바닥과 초가집까지 3단으로 이루어졌다.
aztec-city-1574249324.jpg 3단으로 이루어진 아즈텍 제단

보이오

가시관이 사는 집의 형태는 두 가지였다. 마을을 다스리는 가시관이 사는 집을 가내caney라 했다고 스페인 사람들은 기록했다. 다이노 가시관은 가내에 콜럼버스 일행을 초대했고 보이오bohío로 초대하기도 했다. 보이오는 벽이 없이 들보와 지붕만 있는 건물로 밖이 잘 보이는 4면 건물 팔각지붕의 구조물이다. 스페인 침략자들은 보이오도 가시관의 집이라고 이해했지만, 그곳은 사람이 거주하는 집이 아니라 일종의 접견이나 회의 시설이었다. 대왕 야자나무는 열대 우림 기후에서 부패 저항력이 가장 강한 나무다. 그런 대왕 야자나무로 만든 대들보와 서까래 위에 야자나무 잎을 엮어 지붕을 얹었고, 진흙과 돌을 섞은 반죽으로 다진 바닥은 정사각형에 가까웠다. 마을 입구에 세워진 보이오에서 귀족들이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고을의 여러 일을 의논했다. 사각 건물과 팔각지붕은 사방팔방의 방위개념을 상징한다.

e3f4b4d751b902e3ecbd74320faf3afd.png 다이노 마을 풍경



+ 백제 석촌동 고분도 3단으로 돌을 쌓은 피라미드다.

백제 석촌동 고분.jpg 백제 석촌동 고분/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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