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이베리아

1. 이베리아

#010 반달루시아

by 조이진

반달루시아

로마라는 태양도 서산으로 기울었다. 이베리아의 북쪽 문이 열리고 중부 유럽의 추운 곳에서 살던 자들이 피레네산맥을 넘어 눈사태처럼 덮쳤다. 이베리아의 로마 사람들은 그들이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개 짖는 소리 같은 소리를 낸다고 바르바르라 하며 그들을 야만족이라 했다. 라틴 말과 글자를 몰랐기도 했지만, 로마화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야만이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로마화의 핵심은 로마인들처럼 기독교를 믿는 것이었다. 아직 기독교화되지 않은 게르만들이 동쪽에서 몰려오는 머리에 새 깃털을 꽂고 큰 활을 쏘는 강한 기마 민족에 쫓겨 이베리아 북쪽 문을 열고 내려왔다. 드넓은 중앙아시아 서쪽 스텝 초원을 말 달렸던 훈족이 서쪽으로 이동했다. 큰 활을 쏘는 훈의 아틸라 칸의 기마부대는 로마제국에 버금가는 영토를 차지하여 훈 제국을 건설했다. 자부심 강한 훈은 적과 전투를 시작할 때 꼭 '우리는 훈 사람들이다'라고 스스로 밝혔다고 로마인들은 기록했다. 아틸라의 훈이 서쪽으로 움직이자 유럽 세계에서 민족이 대이동 하기 시작했다.

아틸라/헝가리 중세 삽화 연대기

오랫동안 로마가 식민지로 삼지 못했던 사나운 게르만들도 훈을 막아내지 못해 라인강과 도나우강을 건넜고, 그중 일부가 피레네도 넘었다. 카디스와 히스팔리스에서 텔레투사들에 빠져있던 로마인들은 싸울 능력이 없었다. 여러 부족이 피레네를 넘어왔지만, 그중에서도 폴란드 라인강 주변에서 도망해 온 반달Vandal족이 유독 사나웠다. 반달족은 이베리아에 살던 수에비족을 포르투갈 지역으로 몰아냈고, 수에비는 오래전부터 살고 있던 바스크와 피를 섞었다. 그 땅에 수에비 왕국이 섰으므로 포르투갈은 다른 스페인 지역 사람들과 다른 민족이다.

<아틸라의 향연> 아틸라가 왕좌에 앉아있다 /위키피디아

로마는 반달족을 이베리아에서 몰아내기 위해 라인강 서쪽에 있는 비지 고트vishgoth족에게 용역을 주었고 고트는 200년 동안 이베리아를 지배한 반달족을 이베리아의 남문 밖으로 몰아냈다. 용역은 마친 비지 고트들이 되돌아가지 않았고 되려 그들이 로마인들을 쫓아내고 이베리아를 차지했다. 남문으로 쫓겨난 자들은 바다 건너 더운 북아프리카로 갔다. 반달족도 이베리아에 지명으로 지문을 남겼는데 반달루시아Vandalucía가 그것이다. 반달족이 사는 땅이라는 뜻의 반달루시아를 나중에 아랍 사람들이 이베리아 땅을 가리키는 말로 알-반달루시아 al-vandalucía라고 불렀다. 그것을 이슬람교도를 몰아낸 기독교들이 이슬람 색채를 살짝 가리기 위해 안달루시아라고 고쳐 불렀다. 안달루시아라는 이름에도 여러 문화의 지문이 겹쳐졌다. 반달들은 북아프리카에서도 또렷하게 지문을 찍었다. 반달족이 북아프리카에서 피를 섞었으므로 북아프리카 사람들은 유럽인의 생김새와 꽤 비슷해졌다. 남이 사는 땅에 들어가 새로 땅을 얻어 사는 일은 만만하지 않다. 또다시 쫓겨난 자들은 더는 오갈 데가 없었다. 오직 바다 위에 떠 있어야 했다. 반달들이 지중해 최초의 선상난민 곧 해적이 되었다. 해적은 어둠의 바다를 장악했고 늘 로마를 공격하고 약탈했다. 이 일로 반달리즘vandalism은 곧 파괴와 강간, 약탈을 뜻하는 단어가 되었다. 해적은 1,000년이 지나 카리브 바다와 아바나를 약탈했다. 1,000년 전에 알-반달루시아를 떠난 반달족의 후예들이 1,000년이 지난 후 카디스의 딸들이 노래하고 춤추는 아바나에 대포를 쏘아댔다.


+ ‘훈, 헌’은 ‘한’의 고대어 발음이고 한민족의 ‘한’과 넓은 의미로 같은 민족이다. 신용하 선생은 헝가리는 '훈이 땅을 갈아 농사짓는 땅'이라는 뜻이라고 했다. 우리 말 ‘땅을 갈아먹는다’라는 표현은 ‘농사를 지어 먹고 산다’라는 뜻이다. 몽골인들은 스스로 훈누Hunnu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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