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 마니
마니
쿠바 사람들은 땅콩을 마니maní라 부른다. 콜럼버스가 상륙하기 전까지 스페인어에는 땅콩이라는 단어가 없었다. 그런 식물이 유럽에는 없었다. 그때 유럽인들은 콩도 처음 보았지만, 땅속에서 나는 주렁주렁 딸려 나오는 땅콩이 신기했다. 다이노들이 땅콩을 캐면서 “마니마니”라 했다. 스페인 사람들이 다이노 말을 따라 땅콩을 “마니”라고 불렀다. 또 "굽어gouber, 핀다pindar"라고도 한다고 기록했다. 땅콩 껍데기는 굽어있고, 땅콩은 꽃이 활짝 피었을 때 수확해야 씨알이 야물고 수확량이 많다. 땅콩도 본래부터 있던 종자가 아니었다. 다이노들은 대략 7,000년쯤 전에 야생의 종자를 교잡해 완전히 다른 종자로 개량했다. 땅콩이 유럽으로 퍼졌다. 땅콩을 발명한 다이노들이 유럽에 노예로 팔려 갈 때 땅콩도 함께 팔려 갔다. 1900년대 초 쿠바 음악 <마니세로manicero>라는 곡이 세계 대중음악에 크게 영향을 끼쳤다. 수레에 땅콩을 싣고 다니며 파는 가난한 땅콩 장수의 사정을 노래하는 곡이다. 작은 수레를 끌고 땅콩 행상하는 가난한 농부를 마니세로라고 한다. 어린 마니세로가 길거리에서 ‘땅콩 사세요, 땅콩 사세요. 땅콩 많이 드려요’라고 하는 풍경을 노래한 곡이다. 오늘도 쿠바에서는 마니세로가 “마니마니maní’maní’”라고 외친다.
땅콩은 식물계통상으로 콩이지 견과류nut가 아니다. 땅속에서 자라는 콩이라는 것을 다이노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영어를 쓰는 사람들이 세력이 강했으므로 언어 싸움에서 피넛peanut이 이겼다. 미국의 유명한 땅콩버터 브랜드는 구버Goober다. 다이노 말 ‘굽어’가 지문으로 남아있다.
카카오
다이노들이 카카오 껍질을 깎아내 말렸다. 단맛을 내는 섬유질로 가득 찬 카카오 껍질로 섬유질을 섭취할 수 있고, 또 발효하여 갈색 술을 담갔다. 술은 향기가 독특했다. 그런 카카오나무를 일부러 키웠다. 원주민들은 카카오 껍질을 칼로 깎아 벗겨내면서 카카kakaw, 카카와kakawa라고 말했다. 이 말을 스페인 사람들은 이 열매의 이름으로 알아들었다. 카카오 씨앗을 빻은 가루를 코코아라고 하고, 코코아에 설탕과 우유, 향료를 넣어 굳게 하면 초콜릿이 된다. 쿠바 동부는 대단위 카카오 산지다. 쿠바가 미국에 사실상 식민지로 예속된 시기에 허쉬HERSHEY’S가 초콜릿 생산을 위해 카카오를 재배한 대규모 플랜테이션이 있었다. 허쉬는 쿠바에서는 카카오를 재배만 하되 생산은 미국에서만 했다. 고용도, 투자도 쿠바에서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오직 노동력만 값싸게 이용했다. 쿠바 혁명을 마친 체 게바라가 이곳에 머물렀다. 이곳의 카카오를 이용해서 가난하고 배고픈 쿠바 사람들에게 초콜릿을 만들어주었다. 소설가 김훈은 소년 시절에 미군이 던져준 초콜릿을 처음 먹어보았다. 처음 맛본 단맛은 ‘눈이 번쩍 뜨이는’ 정도로 충격적인 맛이었다고 추억했다. 그가 맛본 허쉬 초콜릿도 쿠바의 어느 소년이 열매를 깎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