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 아이
아히
카리브해의 고추는 아주 작다. 다이노 아히Taino haxi라는 단어는 1493년 콜럼버스가 처음 기록했다. 콜럼버스는 자신이 인도에 도착했다고 주장하고 싶었다. 그래야 인도와 가타이, 지팡구와 거래해서 발생하는 수익까지 자신의 몫이 되기 때문이었다. 인도에 갔다면 후추도 있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카리브에서 후추를 찾지 못했다. 그는 이 다이노 아히를 후추라고 주장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 그가 검은 후추라는 단어를 짜냈다. 인도에서 나는 후추는 그냥 후추인데 난데없이 색깔 개념을 끌고 들어와 새로운 분류법을 만들어냈다. 그럼으로써 자신이 찾아낸 다이노 아이를 레드 페퍼라고 불렀다. 색을 기준으로 다양한 후추가 있고, 카리브에서 가져온 것이 새로운 종류의 후추라고 인식시킬 수 있는 뇌 속 새로운 인식의 공간을 만들어낸 것이다. 후추가 아닌 고추를 붉은 후추라고 부르게 된 것은 콜럼버스의 사업 수완의 결과다. 그가 아주 뛰어난 감각의 사업가임은 분명하다.
라스 카사스는 “후추보다 더 귀한 매운 후추가 많다. 모든 다이노들은 아이ají 없이는 음식을 먹지 않고, 이것을 먹어서 자신들이 매우 건강하다고 생각한다. 이 후추는 매년 50척의 캐러벨선에 실어 보낼 수 있을 만큼 많은 양을 구할 수 있다”라고 적었다. 다이노들은 매일 고추를 양념으로 넣은 수프와 스튜를 요리해서 먹고, 거의 모든 요리에 고추를 넣는다고 기록했다. 수프와 스튜에는 육포인 자르기charki와 잘라 말린 감자, 옥수수, 여러 채소를 넣었다. 따습게 덥힌 그런 요리를 따스오tasajo라고 했다. 이들은 고추를 태운 연기로 잡신과 부정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태어난 아기의 입술에 고추를 문질렀다. 멕시코 원주민들은 8,000년 전부터 고추를 먹기 시작했고, 6,000년 전부터는 종자를 개량하여 재배했다. 옥수수, 감자, 토마토를 비롯한 여러 작물이 재배된 농업혁명의 시기에 고추도 종자 개량되었다. 멕시코 원주민들도 아이를 맷돌에 갈아 가루로 빻았다. 멕시코 사람들도 맷돌을 돌렸다. 그들 ‘맷들matlatl’이라고 부른다. 맷돌로 간 옥수수 가루를 메주갈mazcal이라고 한다.
라스 카사스에 따르면 고추는 3가지 종류가 있었다. 그중에는 웃추Uchu라 부르는 고추도 있다. 아스텍 사람들은 고추를 ‘질chil’이라고 불렀다. ‘질’은 아스텍 사람들 말로 ‘길다’라는 뜻이다. 다이노들이 즐겨 먹었던 아이aji를 콜럼버스가 스페인으로 데려갔다. 이 아이가 이탈리아를 비롯해 유럽에 널리 퍼졌다. 시간이 흘러 스페인 사람들은 다이노 고추와 인도 후추가 아주 다른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스페인 왕실은 콜럼버스가 토끼를 잡아 온 것이 아니라 고양이를 가져왔다고 성을 냈다. 스페인은 고추와 올스파이스 같은 새로운 향신료를 유럽에 가져다 팔았다. 그렇지만 고추로는 돈을 벌지 못했다. 후추와 달리 이 고추는 유럽 어디에서든 너무 잘 자랐기 때문이다. 심지어 헝가리에서는 이 고추를 보자마자 맵지 않은 파프리카로 개량해 냈다.
+ 우리말 고어 '아히'는 '아이'라는 말이다. 즉 '아히'가 '아이'로 변했다.
+ 캐러벨은 100t 규모의 상선으로 15세기 스페인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함선이다.
+ 자르기jarki는 영어 jerk가 되었다.
+ 멕시코, 볼리비아, 에콰도르, 페루 일대 인디오 케추아족 언어로 'matlatl'은 '맷들'로 발음한다. 이들을 잉카족이라고도 한다. 케추어 언어를 연구하는 배재대 손성태 교수는 'Quechuas'를 '꽤추어'라고 읽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 우리 나라 남부지방에서는 '길다'를 '질다'라는 지방어로 말한다.
+ 나라 이름 칠레Chile는 긴 고추를 닮은 땅의 생김새와 관련 있는 이름이다.
+ 한국식품연구원은 우리 민족은 이미 임진왜란 이전부터 곳쵸라는 이름으로 고추와 고추장을 먹고 있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 헝가리는 농업과 유목을 함께한 한민족의 일원이었다.
+ 맷들로 아가배를 갈아 가루로 만든 뒤 반죽한 메주갈mazcal을 숙성 발효해 멕시코 전통주를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