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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다이노

6. 다이노

#165. 배달

by 조이진

배달

경남 창원 비봉리 갯벌에서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배 유물이 발굴되었다. 이 배는 8,000년 전 신석기시대에 제작되었다. 길이 310cm, 폭 60cm, 두께 2~5cm, 깊이 약 20cm로 카누 형태의 배다. 이 배도 돌도끼로 통나무를 파내고 속을 숯불로 태워 재로 만들어 속을 파내기를 반복해서 만들었다. 콜럼버스 시대 스페인 정복자들이 기록한 카누 제조 방법과 같았다. 한반도의 신석기인, 중남미 다이노들, 북미 인디언들이 모두 같은 방법으로 배를 만들었다. 반구대 암각화에 고래잡이를 하는 19명이 타고 있는 배도 카누다. 한반도 남쪽에서는 이런 쪽배가 여러 곳에서 발굴되었다. 오호츠크해 연안에서도 카누는 흔하게 발굴되었다. 동북아시아 사람들은 카누를 가누어 한반도 주변 바다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했다. 쪽배 또는 카누는 바다에 따라 밑바닥의 생김이 달랐다. 물살의 성질이 배의 바닥을 결정했다. 큰 바다에 나가는 카누와 가까운 내해를 다니는 카누는 그 바닥이 서로 달랐다. 바닥 용골이 뚜렷하면 직진성이 좋고 빠르지만 회전하기에 안 좋다. 섬이 많은 한반도 연안에서는 회전이 중요했다. 그런 가까운 바다를 다니는 쪽배는 배 밑이 판판했다. 조선 수군의 판옥선도 바닥이 판판했다. 비봉리에서는 도토리 저장 구덩이도 카누와 함께 발굴되었다. 카누를 탄 신석기인들은 먼 항해 때 도토리를 먹었다.

21598_32182_197 (1).jpg 신석기시대 배가 국립김해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김해뉴스

신석기시대 동북아시아 사람들이 쪽배를 가누어 북상하는 북태평양해류를 타고 알류샨 열도까지 다닌 증거는 많다. 알류샨 열도에는 온돌과 구들장, 아궁이 유적이 있다. 북태평양해류는 알류샨에서 알래스카를 따라 시계 방향으로 돌아내려 흐른다. 해양학자들의 실험에 따르면 알류샨 열도에서 이 해류에 카누를 타고 몸을 가누면 7일 만에 시애틀에 도착할 수 있다고 했다. 알류샨 열도의 온돌, 구들장 유적은 3000년 전에 사용된 것들이다. 동북아시아 사람들이 카누를 타고 알류샨 열도를 오갔다. 북태평양해류는 적도에서부터 올라온다. 이 해류가 흐르는 알류샨 열도는 1월 평균 기온도 영하 2°로 그리 춥지도 않고 8월 평균 기온도 13°로 연교차도 적다. 서울의 1월 평균 기온은 영하 6°다. 그 섬들은 두 지각판의 경계에 있어 분화구가 많다. 뜨거운 온천수가 펄펄 솟는 섬은 한겨울에도 눈이 쌓이지 않는다. 밴쿠버를 지나 시애틀 쪽으로 내려오면 가까운 곳에 ‘배달Bedal’이라는 지명이 있다. 그곳에 왜 ‘배달’이 있는가.

20231218_104523.png 울산 반구대 암각화 일부. 쪽배에 탄 신석기인들이 고래를 사냥하는 모습을 그렸다./국립해양유물전시관 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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