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6. 죽방렴
죽방렴
야야얼을 담고 있는 박 속 물이 터져 쏟아져 나와 바다가 되었고, 야야얼의 뼈마디들은 물고기가 되었다. 동쪽에서 떠서 남쪽을 지나 서쪽으로 지는 오리온자리가 한밤중에 보이면 야야얼의 뼈가 변한 큰 물고기들이 알을 낳으러 강으로 올라왔다. 다이노들은 마취 성분이 있는 식물을 강물에 담가두면 물고기들의 헤엄이 둔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둔해진 물고기는 화살을 쏘아 잡았다. 다이노들은 큰 그물과 작살을 들고 큰 바다로 나갔다. 빨판상어는 30cm 정도 크기인데 큰 고기들에게 슬쩍 달라붙는 습성이 있다. 영리한 다이노들은 빨판상어remora를 미끼로 써 거북이를 잡았다. 콜럼버스도 두 번째 항해 때 낚시하는 물고기fishing fish 이야기를 기록했다. 저 먼바다에 잠겼던 북극성이 다시 바다 위로 떠오는 때인 8월, 9월이 되면 바다 아래 펄에 사는 여왕 소라 코보Cobo들이 갯가로 올라왔다. 다이노 아낙네들은 망태기를 들고 소라고둥을 잡았다. 다이노가 소라고둥을 먹을 때 우레칸이 허리케인을 몰아올 때가 되었다.
다이노들은 사선으로 엇갈리게 이어 엮은 대나무 울타리를 바다에 세웠다. 물의 흐름을 따라 들어온 물고기는 나가는 길을 알기 어려웠다. 물이 빠질 때를 기다려 입구를 가두면 물고기들은 빠져나올 수 없었다. 가둔 물고기들을 죽이지 않고 키우다 날마다 필요한 만큼만 잡아먹었다. 인류학자들은 다이노들의 이런 고기잡이 방법이 창의적이라며 놀랍다 했다. 우리에게는 무척 익숙한 고기잡이다. 남해의 어민들은 이와 똑같은 방법으로 죽방멸치를 잡는다. 명승 제71호로 지정된 남해 지족해협 대살, 죽방렴을 설명하는 안내문 일부다. “……. 대나무 발그물을 세워 고기를 잡는다는 의미에서 비롯된 것으로 대나무 어살이라고도 하며, 물때를 이용하여 고기가 안으로 들어오면 가두었다가 필요한 만큼 건지는….” 죽방렴으로 갈치, 꽁치, 전어, 새우도 잡는다. 서해안, 남해안, 제주도에서는 갯가에 길고 둥글고 낮은 돌담을 쌓아 밀물 때 들어온 고기를 썰물 때 막아 가두었다 필요할 때마다 잡아먹는다. 이런 어로법을 독살, 석방렴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