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 코리안
코리안
예일대학의 어빙 로즈Irving Rouse는 콜럼버스가 침략하기 전의 카리브해를 연구한 고고인류학자다. 어빙 로즈는 방사성탄소연대 법으로 고고학적 유물의 시기를 측정하고 사용된 토기들을 분석했다. 콜럼버스와 스페인이 침략한 후 500년간 유물과 유적지, 문화 흔적들은 대부분 파괴되고 소멸하였다. 약탈적인 식민지 정복과 개발, 다른 문화를 이단으로 간주하여 관용하지 않았던 편협한 기독교, 황금에 탐닉한 인종주의의 영향이다. 연구자들에게 남아있는 것은 오래전에 버려지고 묻힌 토기 조각뿐이었다. 스페인 역사학계는 16세기에 벌써 다이노가 멸종된 것으로 스페인 문서상에 선언되었다고 했다. 광산 노동에 끌려가 죽은 남자들에 비해 스페인 남자들에게 소유된 여자들이 좀 더 오래 살기는 했지만, 이들도 역시 1,550년까지 거의 다 멸종되었다고 스페인 왕실 문서는 기록했다. 그러므로 고고인류학자들은 토기 유물의 변화를 기준으로 인구집단의 특징을 분류했다.
7,000년 전부터 쿠바섬에 사람이 살고 있었다. 아직 농사법을 몰랐고 수렵채집 하며 살았다. 섬에는 단백질원으로 이용할만한 큰 동물이 없었다. 있었다고 할지라도 사람이 잡아먹어 더는 살지 못했다. 단백질을 섭취할 수 없었으므로 종족이 번성할 수 없었다. 그들 다음으로 서기전 4,000년부터 서기전 2,000년까지 유카탄반도에서 반류하는 해류를 타고 쿠바섬에 두 번째 집단이주가 있었다. 그들은 돌을 쪼개는 기술을 알았고, 돌과 뼈, 조개껍데기로 농사에 필요한 도구로 만들었다. 서기전 2,660년부터 토기와 석기 문명을 갖춘 민족이 유카탄에서 카리브로 이주했다. 세 번째 대량 이주였다. 세 번째 이주했던 민족과 같은 민족의 후손들이 서기 후 600년대 이후부터 더 발전된 토기 기술을 갖고 또다시 유입했다. 네 번째 이주한 이들이 멕시코와 쿠바에 마지막으로 집단 이주한 세력이었고, 이들이 콜럼버스와 스페인 정복군에 진멸된 원주민 다이노들이다. 이들은 유카탄반도에서 쿠바로 건너기도 했지만, 대개는 콜롬비아를 지나 베네수엘라 오리노코강까지 남미 북쪽 해안이자 카리브 남쪽 해안을 따라 동쪽으로 이동해 북적도 해류를 타고 앤틸리스의 여러 징검다리 섬을 건너 쿠바에 들어왔다. 그런 그들이 콜럼버스가 침공한 1492년까지 약 300년 동안 쿠바, 히스파니올라섬, 푸에르토리코 등 대 앤 틸리스제도에서 신석기 문화를 꽃피웠다. 이들이 또 카누를 타고 현재의 플로리다와 뉴올리언스로 들어갔다.
1938년 어빙 로즈는 히스파니올라섬 아이티의 북쪽 해안가 포르 리베르테Fort Liberté만 인근 평야 지대와 섬의 남쪽 해안 일레 아 바체Île-à-Vache에서 유물을 발굴했다. 아이티는 프랑스가 스페인으로부터 빼앗아 식민지로 삼은 역사 때문에 대부분 지명이 프랑스어다. 포르 리베르테는 콜럼버스가 첫 번째 항해에서 선원 39명을 남겨두고 떠났던 라 나비다드와 가까운 곳이다. 몇 달 뒤 콜럼버스가 돌아왔을 때 남았던 선원들은 모두 죽어있었다. 이들의 패악에 분노한 가시관 가온아보가 이끄는 다이노 군사가 유럽인 침략자들을 몰살했던 곳이다. 유럽인과 아메리카인 사이에 벌어진 두 대륙 간 최초의 전투지가 포르 리베르테다. 어빙 로즈는 이곳에 살았던 원주민들을 코리안Courian이라 칭했다. 그들의 신석기 문화를 코리 문화Couri culture라고 명했다. 유물 발굴 지역의 원주민들이 스스로 코리Couri 사람들이라고 했고, 그 지역을 코리 마을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어빙 로즈는 콜럼버스 스페인군과 전투를 치른 가온아보가 이끄는 아메리카 인은 코리안이고, 코리안이 유럽인과 전투한 최초의 아메리카 인이라고 했다. 콜럼버스와 스페인이 침략한 땅은 코리안의 땅이고, 그들은 코리안의 땅에 최초의 식민지를 세웠고, 코리안이 스페인 식민제국주의의 첫 희생양이었다.
코리안은 다이노 중에서 어빙 로즈가 발굴한 발굴지인 코리 마을에 살았던 소규모 사람들을 가리키는 연구용 명칭일 뿐이다. 그러므로 코리안은 다이노 민족에 속한다. 다이노는 멕시코를 거쳐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를 거쳐 앤틸리스제도로 이주했다. 다이노들이 이주해 온 시기는 서기 후 1100년부터 1524년까지다. 콜럼버스가 침략했을 때까지 계속 이주해 오고 있었다. 다이노 민족의 이동은 베네수엘라 가리배족과의 영토 갈등도 원인이었다. 콜럼버스가 상륙했을 때는 가리배족이 베네수엘라에서 새로 소앤틸리스까지 유입하면서 먼저 자리 잡아 살고 있던 다이노족의 영토를 잠식하고 있을 때였다. 그러니까 가리배가 확장하면서 다이노를 히스파니올라와 쿠바섬 같은 대 앤틸리스로 밀어 올리고 있던 때였다. 오늘날 아라왁Arawak이라고 부르는 아마존 일대 민족이 가리배들이다. 가리배는 다이노에 비해 거칠고 사나웠다. 다이노들이 콜럼버스에게 소앤틸리스 방향을 가리키며 ‘이갈리나’라고 말한 것은 이런 이유였다. 이런 성격의 차이가 있는 가리배와 구분하기 위해 어빙 로즈는 콜럼버스가 사용한 다이노라는 명칭을 인류학에서 사용했다.
인류학자들은 다이노 민족이동 경로를 이렇게 설명했다. 밴쿠버와 시애틀은 태평양에 맞닿아있다. 두 도시 근처 플랫헤드Flathead강과 배달Bedal에서 로키산맥 줄기를 따라 남하를 시작한 다이노들은 멕시코에서 “┣” 모양으로 갈라졌다.
멕시코를 거쳐서 남아메리카로 계속 내려가 페루와 볼리비아를 지나고 칠레 끝 파타고니아까지 갔다. 또 다른 한 부류는 멕시코에서 해 뜨는 동쪽 텍사스 해안을 따라 뉴올리언스까지 와서 미시시피강을 따라 북으로 방향을 틀어 오하이오, 보스턴까지 올라갔다. 해 뜨는 동쪽을 찾아 플로리다로 방향을 잡은 이들도 있었다. 파나마를 통과한 다이노들 일부는 콜롬비아에서 다시 “┣” 모양으로 갈라졌다. 카리브 바다 해안선을 따라 해 뜨는 동쪽 베네수엘라로 방향을 틀어 나아갔고 오리노코강에서 카누를 타고 소앤틸리스를 건너 대 앤틸리스에 이르렀다. 어빙 로즈는 플랫 헤드와 배달에서 이동해 남하한 민족을 코리안Courian 민족 또는 코리Couri문화라고 했다. 이들은 오랜 세월 아메리카에 살았고, 여러 차례 이동했다. 그들 가운데 콜럼버스 침략 시기에 중앙아메리카 일대에 살다 스페인 기독교 세력에 의해 파괴되었던 집단을 다이노라는 이름으로 구분했다. 남미 분기점인 콜롬비아에 코리Cori라는 고을 이름이 있는 이유다. 그 바로 이웃하여 신라Silla라는 이름의 고을도 있다. 그 지역에 우리Uari족이 있고, 소도So’to족이 있고, 코리아보Koriabo족이 있다. 이들이 모두 다이노와 코리안의 일부였다. 콜럼버스가 처음으로 쿠바에 도착해서 발을 디딘 곳의 지명이 발해이Barai다. 칠레의 해발 2,600m에 있는 유럽 천문관측소 ESO가 있는 곳의 지명은 신라La Silla다. 신라 옆에 세계 최대의 은 광산마을 포도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