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8. 해류
파피용
그가 바다로 뛰었다. 코코넛 자루를 타고 해류에 몸을 맡겼다. 하늘을 보며 바람과 자유를 느꼈다. 그는 악마의 섬 절벽에서 뛰어내렸다. 남미에는 2개의 기아나가 있다. 하나는 영국의 식민지였고, 또 하나는 아직 프랑스의 식민지다. 두 기아나 사이에 있는 수리남도 기아나 지역이었다. 수리남은 네덜란드의 식민지였다 독립했다. 베네수엘라와 브라질 사이가 기아나 지역이었고 기아나 지역 원주민이 코리아보Koriabo족이다. 나라 이름 기아나는 물과 관련한 코리아보족의 말에서 나왔다. 파피용이 복역한 악마의 섬은 프랑스령 기아나 앞바다에 있다. 프랑스는 나폴레옹 3세가 통치하던 1852년 이 섬을 차지하고 정치범과 흉악범을 가두는 유형지로 썼다. 독일 첩자라는 누명으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던 드레퓌스도 복역했다. 코코넛 자루를 탄 파피용이 바람처럼 자유를 느끼던 그 바다에는 상어가 득실거렸다. 파피용이 해류를 타고 이동했다면 쿠바와 멕시코 사이 유카탄반도를 스쳐 텍사스와 미시시피 하구 뉴올리언스를 지나 플로리다까지 떠갔을 것이다. 카리브해 일대에는 몸길이가 5m나 되는 대형악어들이 우글거린다. 이 악어는 본디 아프리카가 고향이었다. 악어들은 오래전에 대서양을 건너 카리브 바다까지 왔다. 이들도 남적도해류를 타고 왔다.
해류
남적도해류는 적도 위를 흐르는 강력한 해류다. 적도선 아래 아프리카 기니만 주변의 해안은 영어식 이름이 많다. 노예 해안Slave coast, 황금 해안Gold coast, 상아 해안Ivory coast, 곡물 해안Grain coast 같은 이름이다. 유럽이 아프리카에서 저지른 범죄를 증명하는 지문들이다. 그 한가운데 엘미나 성이 있다. 엘미나에서 배를 띄우면 남적도해류에 실려 대서양을 건너 기아나에 도착한다. 기아나 앞바다에서 해류가 북쪽으로 비껴가니 그 흐름에 맡겨 두면 소앤틸리스제도를 거쳐 대 앤틸리스 섬들에 닿는다. 계속 흐름을 타 플로리다와 쿠바 사이를 통과하면 루이지애나 뉴올리언스에 도착하고, 남적도해류가 힘에 부칠 때 북적도 해류가 새로운 힘으로 밀어 올린다. 엘미나에서 띄운 배는 플로리다 동쪽 해안선을 따라 뉴욕으로도 올라갈 수 있다. 이 해류를 타고 아프리카 노예선이 다녔다. 미국과 캐나다 앞바다를 지난 해류는 북극의 찬물에 막혀 영국 쪽으로 길을 잡아 이베리아 앞바다로 내려와서 카나리아가 있는 사하라 앞바다에서 다시 남적도, 북적도 해류가 되어 다시 쿠바 앞바다로 돌아온다. 이베리아를 떠난 콜럼버스는 이 해류를 타고 카나리아로 와서 식량과 물을 실었고, 이 해류를 타고 아메리카에 도착했다. 유럽에서 아메리카로 갈 때는 위도 20도 부근에서 북동쪽에서 1년 내내 불어주는 무역풍을, 아메리카에서 유럽으로 갈 때는 위도 30도 부근에서 부는 편서풍을 탔다. 스페인이 아메리카 대륙의 모든 식민지를 총괄하는 식민지 총독 사령부이자 수도를 아바나에 둔 이유는 이 해류와 바람들 때문이었다. 아바나는 북위 23°에 있다.
유카탄반도에서 쿠바까지는 200km 떨어져 있다. 앤틸리스 섬들 사이로 쏟아져 들어온 적도 해류가 카리브해에서 멕시코만으로 빠져나갈 때 유카탄반도에 부딪혀 유속이 매우 빠르고 강한 반류가 생겨난다. 그 해류가 쿠바섬의 서쪽 해안을 따라 돈다. 이 반류 때문에 카누를 타고 유카탄반도에서 쿠바로 건너기는 어렵고 위험하다. 콜럼버스가 두 번째 항해에서도 쿠바섬 서쪽 끝을 탐험하기를 포기하고 자메이카로 되돌아간 일이 있는데, 그의 항해 기술로도 이 강하고 빠른 반류를 건너기가 어려웠다. 그가 이 반류를 넘었더라면 멕시코와 뉴올리언스에 도착했을 것이다. 유카탄반도와 쿠바 사이를 통과하는 해류를 탔다면 2~3일이면 뉴올리언스와 미시시피강에 다다를 수 있었다. 그랬다면 아메리카 대륙이 콜롬비아 대륙으로 이름이 바뀌었을 것이다. 물의 결을 따라 다이노들은 멕시코에서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를 지나 쿠바섬에 정착했다. 앤틸리스의 섬과 섬을 징검다리 삼아 건넜다.
무역풍은 이베리아가 있는 동쪽에서 쿠바가 있는 서쪽으로 불었다. 그 무역풍이 쿠바까지 오면서 바다의 수분을 머금어 화산으로 솟아오른 섬에 부딪혀 많은 비를 쏟았다. 그래서 대서양을 바라보는 아바나의 말레콘은 늘 높은 파도가 부딪치고 물거품은 비처럼 쏟아지고 무지갯빛 안개가 되어 덮인다. 반면에 가장 높은 곳의 해발이 1,975m인 시에라 마에스트라Sierra Maestra 산맥이 있는 섬의 남동쪽은 사정이 다르다. 산맥을 사이에 두고 대서양 쪽 바라코아와 카리브해 쪽 관타나모의 기후는 서로 완전히 다르다. 바라코아 쪽은 산맥에 가로막혀 바람과 우레를 동반한 스콜이 내려 해안마을의 좁은 옛길은 아바나의 말레콘과 마찬가지로 늘 축축이 젖어 있다. 비 같고 안개 같은 물거품이 내리는 바라코아 말레콘. 또각또각 말발굽 소리가 끄는 마차가 바라코아 말레콘의 이른 새벽을 이끈다. 반대로 산맥 너머 관타나모는 비가 내리지 않는 사막이다. 명랑한 쿠바 사람들이지만 건조하고 뜨거운 날씨의 이곳에서는 찡그린다. 식물의 분포도 매우 다르고 사람들의 기질도 다르고, 음악의 감성도 다르다. 관타나모 지방의 중심도시 산티아고 데 쿠바 출신 트로바도르들의 노래들에는 뜨거움과 갈증을 뚫어주는 시원함이 있다. 관타나모의 기질을 닮아 쿠바 독립 혁명의 지도자들은 이곳 출신들이 많다. 우리의 백범 선생에 해당하는 호세 마르티와 쿠바 혁명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가 그렇다. 콜럼버스는 무역풍을 타고 바라코아에 도착했고, 피델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는 유카탄반도의 지류를 타고 관타나모에 상륙하여 시에라 마에스트라산맥에서 게릴라가 되었다. 허리케인은 카리브해에서 발생해서 멕시코만을 통과하면서 세력을 키워 플로리다와 루이지애나, 조지아, 텍사스 일대에 피해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