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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다이노

6. 다이노

#170. 알류샨

by 조이진

알류샨

알류샨 열도는 시베리아 캄차카반도와 알래스카 사이에 있다. 약 2,000km에 걸쳐 화산섬들이 줄지어 활 모양으로 이어져 있다. 알류샨 열도는 베링해와 태평양을 나누는 벽이다. 알류샨의 북쪽 바다 베링해는 북극해에서 내려온 물이라 차다. 그러나 알류샨 열도의 남쪽 바다는 적도에서부터 올라오는 북태평양해류로 아직 따뜻하다. 그래서 알류샨은 가장 추운 1월 평균 기온은 영하 2°에 그친다. 서울의 1월 평균 기온은 영하 6°다. 알류샨은 화산섬이다. 뜨거운 온천수가 사방에서 솟으니 한겨울에도 눈이 쌓이지 않는 곳이 많다. 알류샨은 생각처럼 추운 곳이 아니다. 시베리아나 알래스카와는 다르다. 북쪽에 있으니 여름 기온도 높이 올라가지 않는다. 지구과학자들은 베링해 가까운 알류샨 어느 섬에서 영상 50° 가까이에서만 살 수 있었던 곤충 화석을 발견했다. 베링해는 추운 곳이 아니었다는 증거다. 오히려 한때는 뜨거운 곳이었다. 알류샨 열도의 섬과 섬은 보통 30~40km 떨어져 있다. 가장 긴 거리도 100km가 채 되지 않는다. 북태평양 난류는 일본 열도를 지나 오호츠크해 옆 쿠릴열도를 스쳐 올라온다. 알류샨을 따뜻하게 보온해 주는 북태평양 난류는 캐나다 태평양 해안으로 흘러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까지 내려간다.

알류샨열도와 베링해 (출처:aswc.seagrant.uaf.edu).

2007년 미국 고고학회지에 알류샨 열도에 관한 보고서가 실렸다. 알류샨 섬 중 하나인 아막낙Amaknak 섬에서 3,000년 전의 집터 유적을 발굴했다. 구들장 밑으로 불길과 연기를 다루고 가두는 고래가 있는 온돌집터였다. 이 유적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온돌, 아궁이가 있는 집터였다. 온돌은 흙을 이용한 누운 불을 사용해 불이 꺼진 뒤에도 열기를 간직하게 하는 한민족 고유의 난방장치다. 두만강 하구 신석기시대 서포항 집터 유적에도 초기 구들이 있었다. 2,500년 된 쪽 구들 온돌이었다. 간도와 연해주에는 온돌 유적이 여럿이다. 미국 고고학계는 이 유적을 코리안 온돌Korean Ondol이라고 지적했다. 아막낙섬보다 아메리카 대륙에 더 가까운 코디액섬, 미 북서부 꼭대기에 있는 싯카 마을, 시애틀의 퓨겟사운드, 오제테 마을 등에서는 암각화가 발견되었다. 울주군 반구대 암각화보다 더 늦게 새겨진 이들 암각화에도 반구대 암각화처럼 고래가 그려져 있다. 캄차카는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끝 반도다. 새로운 대륙으로 떠나는 이들은 이곳에서 카누를 띄웠을 것이다. 사람은 몸을 가누어 카누를 탈 수 있었지만, 말과 소가 몸을 가눌 수는 없었을 것이다. 캄차카반도에 사는 민족은 코려Koryak족이다. 학자들에 의하면 이곳 원주민들의 가족 명칭은 우리와 거의 일치한다. 그 아래 연해주를 아무르강이 흐른다. ‘아’는 ‘우리’라는 뜻이었고 ‘무르’는 ‘물’이다. 4,000년 전 반구대 암각화를 그렸던 신석기시대 동북아시아인들이 카누를 타고 한반도에서 연해주, 오호츠크해, 쿠릴열도를 거쳐 캄차카반도, 알류샨열도를 건넜다. 그리고 신대륙에 도착했다.

알루샨 열도에서 발굴된 3,000년 전에 사용된 한국식 온돌집터가 발굴되었다. 미국 고고학계는 이를 코리언온돌이라고 명명했다.

아막낙섬 온돌 정착지에서 고래 뼈로 만든 탈도 발굴되었다. 나무로 된 탈은 캄차카와 알래스카 해안에서 흔하지만, 뼈로 만든 예는 매우 드물다. 18세기 후반에 알류샨 열도를 방문한 최초의 러시아인은 알류샨 토착민들이 종교의식을 할 때 탈을 썼다고 기록했다. 원주민들은 장례를 치르고 나서 고래 뼈로 만든 탈을 부수는 전통이 있었다. 고래로 다시 태어나기를 기원하는 의식이었다. 야야얼의 뼈를 바다에 던져 물고기가 태어났다는 다이노 신화와 같다. 알류샨 탈은 우리 전통 탈의 표정과 무척 흡사했다. 울산 반구대 암각화에도 사람 얼굴을 한 탈이 새겨져 있다. 다이노들은 탈을 괴자라고 했다. 가시관들에 중요한 상징물이었다. 카리브해에서는 옥으로 만든 괴자 등 많은 종류의 탈 유물이 있고, 푸에르토리코 박물관에는 경주박물관의 ‘신라의 미소’와 닮은 미소와 표정을 한 아름다운 탈이 있다. 산호를 깎아 만든 푸에르토리코의 탈은 소박하면서 인간적이다. 달처럼 탐스러운 얼굴에 길게 웃음 치는 두 눈과 도드라진 볼, 알 듯 모를 듯한 입의 표정. ‘신라의 미소’에서 느끼는 오묘함과 무척 비슷하다. 가볍지 않되 은근하고 푸근하여 간파하기 어려운 그 웃음도 이중 삼중의 뉘앙스를 품고 있다. ‘다이노의 미소’라 부를 만하다. ‘신라의 미소’는 한반도 여인이라기에는 코가 무척 우뚝하여 분명하다. 왜 그럴까.

알류샨 열도에서 발굴된 고래뼈 탈. 알래스카에서도 이와 비슷한 탈들이 많이 발굴되었다.
달의 여신_과달루페섬.png 카리브해 과달루페섬에서 발굴된 달의 여신 탈. 산호로 만들었다.
274462_71263_24.jpg 반구대 암각화에 새겨진 얼굴 형상/경상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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