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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바나

8. 아바나

#190. 아반

by 조이진

아반

안톤이 아바나를 발견했을 때 다이노들은 그 땅을 과나바코아Guanabacoa라고 불렀다. 과나바코아의 가시관이 아바과네새Habaguanex였다. 다이노들은 가시관을 아반Haban, Haván이라고 불렀다. 다이노 말 아반은 아버지라는 뜻이다. 다이노들에게 아버지는 가시관 즉 최고 영도자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스페인이 작성한 초창기 쿠바 지도는 아바나를 아반La Havanne으로 표기했다. 그러다 아바나La Habana, La Havana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아바나 시의 정식 이름은 San Cristóbal de la Habana이다. 크리스토발 성인이 아바나의 수호신으로 정해졌다. 1519년 스페인 사람들이 가시관 호칭을 따서 이 지역을 아반이라 불렀다. 안톤도 아반의 원주민들은 엉덩이에 긴 꼬리가 달렸다고 허황하게 기록했다. 안톤은 아바나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만족하며 숨어 지냈다. 코르테스가 국왕에게 사면받아 돌아오면 모든 것이 해결될 터였다. 하지만 결국 벨라스케스에게 정보가 들어갔고, 안톤은 스페인으로 추방되었다. 그가 아바나 만에서 추방되던 날 여러 뱃사람이 그의 출항을 지켜보았다. 그는 엉뚱한 코스로 항해를 시작했다. 이제껏 한 번도 보지 못한 해로였다. 배는 급격하게 출렁거렸고 무척 위험해 보였다. 사람들은 의아했다. 물 위에서는 귀신같은 안톤이 왜 누구도 타지 않은 해로에 올라타서 저렇게 위험한 항해를 하는 것인가. 남들이 아직 알지 못하고 있던 것을 안톤은 알고 있었다. 그가 몇 해 전에 발견했던 해류가 아바나 앞바다에서 비롯한다는 것을. 아바나 만에서 빠져나오는 작은 물결을 타면 앤틸리스제도의 바다에서 밀고 오는 물줄기를 만나게 되고, 그 물길을 따르면 멕시코만에서 빠져나오는 거대한 물줄기에 올라탈 수 있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올라탈 때는 크게 출렁거려도 올라타기만 하면 어떤 새로운 세상을 마주할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가 올라탄 해류가 그를 싣고 거칠게 북으로 북으로 올려 보내고 있었다. 이 물과 바람이 배를 스페인으로 데려다 줄 터였다. 파피용처럼 안톤도 그 바다에서 자유를 느꼈다. 아메리카에서 유럽으로 돌아가는 완전히 새로운 길이 열렸다. 그 길에 뉴욕과 보스턴이 있었다. 이 해류가 세계사를 또 한 번 바꿨다. 스페인으로 가는 이 해류가 아바나를 “신세계로 가는 열쇠”로 바꿨다.

15080285-cuba-old-map-with-havana-insert-plan-created-by-vuillemin-and-erhard-published-on-le-tour-du-monde.jpg 식민지 침략 초기에 작성된 지도. 아바나의 첫 이름은 아반이었다. '아반'은 최고지도자 가시관을 가리키는 다이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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