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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바나

8. 아바나

#194. 플루스 울트라

by 조이진

플루스 울트라

펠리페 2세. 스페인 최전성기의 왕으로 유럽 절대 군주 가운데사도 대표적인 인물이다.

스페인 펠리페 2세. 그가 광대한 식민지를 획득해 스페인을 '해가 지지 않는 제국'으로 만들었다. 또한 그의 임기 때 무적함대가 영국 함대에 패해 스페인의 전성기는 저물었다.

그는 아라곤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 총독을 파견해 제국 전체를 직접 통치하여 중앙집권체제를 마련하고 또 스페인 수도를 바스크 지역 인근에 있는 바야돌리드에서 이베리아반도 한가운데 마드리드로 옮겼다. 그리고 마드리드 교외에 엘 에스코리알을 건설했다. 오랜 세월을 스페인은 로마가톨릭을 지키는 사명을 맡아왔는데 그도 로마가톨릭 세계를 수호하는 맹주를 자처했다. “만일 내 아들일지라도 신교도가 된다면 화형에 쓸 땔감을 아끼지 않고 집어넣으리라”라고 할 정도로 가톨릭 신념에 충실했다. 종교재판소도 여전히 번잡했다. 시대가 변하면서 적그리스도의 대상이 바뀌었다. 이제는 개신교 기독교 세력이 로마가톨릭의 적그리스도였다. 또한 본인도 신심 깊은 가톨릭교도였다. 펠리페 2세가 아바나에 2개의 요새를 건설한 것도 개신교라는 적그리스도에 대한 전쟁의 일환이었다. 그가 발칸 지역과 동유럽, 동지중해를 차지하고 서진 무슬림들에게는 술탄이자 기독교인들에게는 동로마 황제가 되고자 했던 오스만 제국을 그리스 바다 레판토에서 승리하여 이슬람을 제압하고 이탈리아를 포함해 지중해를 석권해 스페인 무적함대로 만들고 포르투갈도 합병했다. 합병의 효과는 대단했다. 포르투갈은 뛰어난 항해 기술을 보유한 해양 강국이었다.

레판토해전. 400여 척 이상의 함선이 투입된 전투 지중해 역사상 최대의 해전으로 꼽힌다.

포르투갈 식민지인 앙골라 콩고 같은 아프리카 남서부 전역이 스페인의 것이 되었다. 포르투갈이 독점해 온 아프리카 노예무역을 스페인이 장악했다. 아메리카 식민지를 더 넓혔고, 필리핀, 이탈리아, 말라카, 보르네오 등을 침략했다. 최초로 ‘해가 지지 않는 나라’를 만들었다. 그의 시대가 스페인의 ‘황금 세기’였다. 그 시절 유럽인들이 인식한 세계 영토의 1/3 이상을 펠리페 2세가 통치하게 되었다. 그의 아버지 카를로스 1세가 만든 카스티야 왕실의 비전 슬로건인 “플루스 울트라Plus Ultra”을 아들이 이루어냈다. 쿠스코 포도시에서 은광이 발견되었다. 스페인어에는 ‘포도시만큼의 가치가 있는’라는 관용 표현이 있다. ‘큰 횡재’라는 뜻이다. 독일 계몽주의 철학자는 “암소는 스페인이 키웠으나 그 젖은 유럽이 마셨다”라고 했다. 스페인의 암소는 아메리카다. 암소에서 짠 젖은 아메리카인의 피였다. 포도시의 그 많은 젖을 스페인은 적그리스도와 전쟁하는 데 다 소모했다. 오스만튀르크와 레판토 혈투를 벌였고 로마가톨릭에 경쟁하는 신교를 믿는 나라들과 30년 종교 전쟁을 시작했다. 그러나 프로테스탄트의 나라들이 반스페인 진영을 만들고 스페인에 격렬히 반발하였다. 그리고 영국이 스페인 무적함대를 침몰시켰다. 펠리페 2세는 스페인이 이단의 기독교에 오염되지 않도록 외국에서 스페인으로 책이 들어오는 것을 막았다. 스페인 젊은이가 타국으로 유학하는 것도 금지했다. 코르도바의 전통은 완전히 소멸하였다. 오직 가톨릭과 스페인만이 절대 선이고, 수호해야 할 대상이었다.

엘리자베스 1세 잉글랜드 아일랜드 여왕. 서유럽에서 가장 열세였던 영국을 세계 최대 제국으로 발전하는 도약대를 만들었다.


1588년 그의 사촌 여동생 엘리자베스가 영국 여왕으로 즉위했다. ‘짐은 국가와 결혼했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며 평생 독신으로 살아 처녀 여왕The Virgin Queen으로 불리며 영국인들의 사랑을 받았다. 엘리자베스가 영국 국교로 선포한 성공회를 믿는 해적들이 스페인의 배들을 약탈했다. 그 시절 영국은 스페인에 비하면 아직 국력이 한참 미치지 못하는 나라였다. 엘리자베스는 스코틀랜드 여왕 메리를 반역 혐의로 단두대에서 참수했다. 스코틀랜드는 가톨릭 국가이자 켈트족이다. 앵글로·색슨족인 잉글랜드와는 애초에 피 다른 민족이다. 메리 여왕 참수 사건은 스코틀랜드 사람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치욕적인 사건이 되었다. 죽은 메리 여왕은 가톨릭 신도였고, 펠리페 2세는 가톨릭 수호자였고 메리 여왕을 죽인 엘리자베스는 성공회 신도였다. 엘리자베스는 해적 드레이크를 지원하여 스페인 보물선을 지속해서 약탈했다. 더군다나 엘리자베스는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도록 네덜란드 신교도 반군을 후원했다. 스페인으로서는 여러모로 영국에 보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영국 해적의 노략질로 스페인 왕실의 돈줄이 마르는 것을 견딜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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