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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바나

8. 아바나

#200 단존

by 조이진

단존

자유를 산 자들은 군역의 의무를 부담했다. 백인들 병사가 한 조가 되어 아바나 항구를 지키고 흑인으로만 구성된 분대가 교대했다. 입대는 신분을 향상하고 자유 신분을 유지하는 데 유리했다. 스페인 군대에서 군악대는 알모라비데처럼 작전을 전달하는 통신대 역할을 하는 중요한 부대였다. 군악대원이 되면 흑인들은 취주악기를 배워 불 수 있었다. 1768년에 스페인 보병 부대에 타악기 드럼이 채택되었다. 팀발timbale과 트럼펫, 클라리넷이 기병 군악대에 기본으로 편성되었다. 이런 악기 연주자 8~12명 정도로 구성된 세트를 오르케스타 티피카orquestas típica라 했다. 오케스트라는 본디 무대 아래에 연주자들이 모여 연주하는 공간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점차 그곳에 앉아 연주하는 악기 세트나 연주자 그룹을 가리키는 말로 변했다. 18세기에 오르케스타 티피카는 불어서 소리를 내는 취주악기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관악기 코넷과 트롬본, 2개의 클라리넷을 중심으로 2개의 팀발 드럼과 2개의 바이올린으로 8명의 밴드가 초창기 쿠바 오케스트라의 전형적인 최소 구성이었다. 19세기 후반에 이 편성을 기초로 구성이 확대되었다. 더블 베이스와 케틀드럼 그리고 기러 연주자가 따로 추가되거나 기존 연주자가 이런 악기를 함께 연주하기도 했다. 이런 구성이 지금까지 기본적인 쿠바 오케스트라 앙상블이었다. 대개는 흑인이었고, 백인이 한두 명 끼어있기도 했다. 쿠바 오케스트라가 최초로 연주한 장르가 쿠바의 단존danzón이다. 그러니까 쿠바에서는 단존을 연주하기 위해 오케스트라가 만들어졌고, 단존 장르 연주를 위해 필요한 악기들이 오케스트라의 기본 악기로 편성된 것이다. 그때 유럽에서는 현악기를 중심으로 하는 오케스트라가 기본 편성이었다. 드럼 같은 타악기 편성이 쿠바 오케스트라가 유럽 오케스트라와 다른 가장 큰 특징이었다.

스페인 콘트라단자. 남녀가 마주 보고 추는 춤이다. 외설적인 분위기가 강한 쿠바에서는 남녀가 팔로 상대방의 목을 감싸고 허리춤을 만지며 춤을 추었다. 쿠바 단존이다.

18세기에 유럽에서는 마주 보고 추는 춤 콘트라단자contradanza가 유행했다. 천천히 부드럽고 점잖게 남녀가 짝을 맞춰 추는 춤이다. 몸을 접촉하지는 않았다. 이것이 스페인을 거쳐 쿠바와 멕시코에 전해졌고, 크게 유행했다. 여자가 부족한 아바나의 사회 분위기는 성애 표현에 늘 노골적이었다. 쿠바에서 시작한 단존은 남녀가 팔로 상대방의 목을 감싸고 허리춤에 손을 올리고 추었다. 이런 춤을 쿠바에서는 이름도 바꿔 단존danzón이라 불렀다. 쿠바 단존이 멕시코로 퍼졌다. 쿠바의 음악학자는 단존의 장르를 앵글로-프랑코-스페인-아프로-쿠바노anglofrancohispanoaprocubano라고 유머를 섞어 표현했다. 영국, 프랑스, 스페인, 아프리카가 다 쿠바에서 섞여 탄생한 춤과 음악 장르라는 특징을 잘 설명한다. 다이노 악기 클라베와 기러도 단존에서 중요한 악기로 활약했다. 그러니 엄밀하게는 앵글로-프랑코-스페인-아프로-다이노-쿠바노라고 해야 할 것이다. 여러 문화와 인종, 역사와 삶이라는 실들이 단존이라는 하나의 옷감으로 짜였다. 음악은 미워하는 자와 미움받는 자들의 마음을 건너는 다리가 되었다. 쿠바는 무엇이든 다 녹이고 융합하여 새로운 음악으로 빚어내는 용광로가 되었다. 가볍게 숙녀의 손만 잡고 사뿐거리며 왈츠를 추었던 유럽인들이 보기에 남녀가 상대의 몸을 팔로 휘감고 가슴을 밀착해 안고 추는 춤은 상스러운 것이었다. 그러므로 단존을 물라토나 흑인의 춤이라고 했고, 백인 상류층은 이 춤을 추지 않았다. 그러므로 이 춤은 반도인과 비반도인을 나누는 계급 춤이 되었고 크리오요, 흑인, 물라토 쿠바인을 단결하게 하는 힘이 되었다. 이 춤은 국제적으로 인기를 얻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쿠바의 음악과 춤이 세계에 영향력을 미치기 시작했다. 이 단존은 모든 쿠바 음악의 모태가 되었다. 단존에서 맘보, 차차차, 하바네라가 시작되었다. 유럽인들은 단존을 비천한 아바나 사람들의 음란한 춤과 음악이라는 의미로 하바네라라고 불렀다. 비제의 <카르멘> 중 <하바네라>가 장르로는 단존이다.

콘트라단자를 추는 스페인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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