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이베리아

1. 이베리아

#017 노예

by 조이진

노예

시를 노래하고 춤을 추는 가이나들은 풍류 사회를 떠받쳤지만 노동하는 하급 노예는 모슬렘 경제를 떠받친 바탕이었다. 모슬렘 사회에서 노예라는 개념은 아주 친숙하고 자연스러웠다. 기독교에서는 누구나 다 죄인으로 태어나듯이, 이슬람교에서는 누구나 다 노예로 태어났다. 죄인을 노예로 삼았으니 둘은 같은 말이었다. 코란은 모든 이슬람교도는 알라의 노예라고 정의한다. 코란은 노예를 사회 기본 구성 요소로 인정했고 제도화했다. 노예들은 여러 곳에서 잡혀 왔는데 대개 피부색이 검었다. 검은 노예들은 이슬람교가 아프리카에서 한참 성전을 벌이며 사하라 아래로 세력을 넓혀 가고 있을 때 많이 유입되었다. 이슬람 율법은 이슬람교를 믿지 않는 자를 노예로 사고팔 수 있게 했다. 아랍에서는 이슬람교가 형성되기 이전에도 사람을 노예로 삼는 일은 오랜 관습이었고, 특히 흑인 노예가 많았다. 아프리카 지역 안에서도 오래전부터 흑인이 다른 흑인 종족을 노예로 사고팔았다. 이집트, 카르타헤나, 그리스에서 흑인을 노예로 썼고, 로마가 지중해를 장악한 후에는 노예 거래 규모가 급성장했다.


코란에 어느 민족이 다른 민족보다 우월하다든지 하는 사상은 들어있지 않다. 하지만 현실에서 모슬렘 앞에서 일하는 노예는 대개 흑인이었다. 7~8세기에 아프리카 동부 해안 지역에서 끌려온 여자 노예들이 많았는데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그것들은 나쁜 점이 차고 넘치는데, 특히 피부가 까말수록 얼굴은 추하고, 치아는 더 튀어나왔다. … 춤과 리듬은 본능이고, 타고난 뛰어난 재능이다.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질이 낮지만, 그 모든 단점은 춤과 노래로 다 보상할만할 정도로 뛰어났다.” 그런 모슬렘들이 이제 새로운 생각에 이르렀다. 흑인이란 본래부터 노예로 사용할 물건으로써 타고난 인종으로 간주하기 시작했다. 14세기 무렵에 쓰인 글에는 '니그로 족속들은 대개 노예로 다루어지는 데에 순종한다. 그들은 사람으로서의 능력이 거의 없고, 말 못 하는 짐승들과 아주 비슷한 특성들을 갖고 있다'라고도 기록되었다. 율법으로 노예제를 승인한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들이 노예 거래 시장을 운영했고, 흑인들이 대량으로 아프리카 밖으로 송출됐다. 이렇게 팔려나간 흑인들이 지중해 곳곳에 퍼져 이슬람 음악의 퍼포먼스를 바꾸어 놓았다.

8세기 세계의 중심 바그다드였다. 압바스 왕조 술탄이 신하들과 토론하고 있다. 당시 이슬람 세계는 현저히 뒤떨어진 유럽을 더 공략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공격하지 않았다.

바그다드는 7~8세기 경 코르도바와 함께 예술과 과학이 가장 찬란하게 피어난 무슬림 세계의 중심 도시였다. 인도와 가까운 덕에 음악 스타일도 융합적이었다. 인도 음악의 특징은 즉흥성이다. 미리 짜이고 훈련된 대로만 부르지 않고, 즉석에서 변화를 주면서 자유롭게 연주하고 노래 부른다. 예측할 수 없는 즉흥곡 impromptu는 공연 현장에서 더욱 흥을 돋웠고, 다양한 변주는 음악을 다양하게 만들었다. 이런 음악이 바그다드에서 뒤섞였다. 바그다드는 가장 큰 흑인 노예 수요 도시였고, 음악적으로는 가이나, 임마, 우드의 고향이다. 바그다드의 노예제와 이런 즉흥적인 음악 스타일이 코르도바를 거쳐 아바나에서도 그대로 재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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