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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진 Feb 14. 2024

11. 탱고

#236 아바네로

아바네로

  탱고가 스페인에서도 큰 인기를 누릴 때 스페인 사람들은 그 장르를 탱고 아메리카노라고 했다. 반면에 유럽인들은 탱고를 아바네로habanero라고 불렀다. 아바네로는 아바나 사람들이라는 단어다. 아바네로라는 말에 아바나의 놈들이라는 경멸의 의사를 담았다. 굳이 하바네로라고도 했다. 아바나 노예의 검은 피부를 강조하는 의사를 담았다. 그런 하바네로는 흑인들의 춤 탱고와 탱고를 위한 연주곡을 가리켰는데, 가수가 부르는 탱고곡을 하바네라라고 했다. 우월의식으로 꽉 찬 유럽인들은 탱고보다는 멸시와 차별의 의도를 담은 아바네로라는 이름을 선호했다. 1863년에 바스크 출신 작곡가 세바스티안 이라디에르Sebastián Iradier가 아바나를 여행하고 돌아와 <라 팔로마La Paloma>를 발표했다. 그리고 아바네로라 장르 이름을 붙였다. 

바스크인 작곡가 세바스티안 이라디에르. 그는 유럽 음악 최초의 탱고곡 <라 폴로마>를 작곡했다. 또 다른 그의 탱고곡은 비제의 <카르멘>의 <사랑은 길들지 않은 새>의 원곡이었다.

이 곡은 큰 인기를 얻었고, 아바네로라는 단어가 유럽에 널리 퍼졌다. 그는 불운한 천재 음악가였다. 그는 이 곡을 지은 뒤 곧바로 죽었다. 그래서 <라 팔로마>가 얼마나 유명한 곡이 되었는지도 알지 못했다. 이라디에르에게는 또 하나 슬픈 이야기가 있다. 그가 살아있을 때 <엘 아레글리토 El Arreglito>라는 아바네로 즉 탱고곡을 작곡했다. 이 곡은 아름다워서 널리 알려졌지만, 그가 일찍 죽은 탓에 작곡가가 누구인지 알려지지 않았다. 조르주 비제는 이 곡이 바스크 지역의 민요라고 여기고 살짝 다듬어 자기 작품에 썼다. 아름다운 비제의 아리아 <사랑은 길들지 않은 새L'amour est un oiseau rebelle>는 그렇게 탄생했다. 오페라 <카르멘>에서 아바네라라고 알려진 탱고곡이다. 비제의 아리아는 아바네라라는 단어를 더 유명하게 했다. 쿠바 사람들이 탱고를 아바네로라고 불렀을 이유는 없다. 쿠바 바깥의 사람들이 탱고를 아바네로라고 불렀다. 쿠바는 세상의 모든 음악의 배꼽이다. 탱고도 이 배꼽에서 빠져나와 인간 세상의 음악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쿠바의 대표적인 문화상품은 아바나의 아름다운 풍광이 아니라 뒷골목에서 태어난 탱고다. 처음 탱고 리듬이 시작된 1700년대부터 지금까지 300년 동안 탱고 리듬은 세계 대중을 사로잡아왔다. 탱고는 비제G.Bizet, 라벨M.Ravel, 생상스C. Saint-Saëns 등 근대 프랑스 클래식 작곡자들의 작품에서도 거듭 태어났다. 쿠바 안에서는 단존danzon, 맘보Mambo, 차차차Chachacha, 볼레로Bolero 같은 많은 후속 장르를 태동한 모태다.   

   

  탱고 아바네로는 세계 곳곳에서 유행했다. 한양에서는 가수 황금심이 <추억의 탕고>(1939)로 우리에게 탱고를 소개했다. 탱고다운 형식을 제대로 갖추었다. 황금심은 민요 창법을 바탕으로 노래하는 가수였지만, 전통 가요 창법은 새로운 장르였던 탱고에도 완벽하게 잘 어울렸다. 황금심의 음악은 무척 실험적이었다. 전쟁 중에 발표한 황금심의 <삼다도 소식>(1952)에서 쿠바 다이노 전통 악기인 클라베를 이용해 리듬을 이끌었다. 우리 가요 <서울탱고>에서 ‘~마세요’ 부분이 탱고 리듬이다. 이 곡은 4/4박자로 느린 탱고다. 이것을 2배 속도로 압축해 연주하면 2/4박자의 빠른 쿠바 탱고가 된다. 탱고의 명곡 <리베르탕고>가 2/4박자 탱고다. 

1939년 우리 가수 황금심이 우리 가요 최초의 탱고곡 <추억의 탕고>를 불렀다. <삼다도소식>에서는 쿠바 음악에서 중요한 클라베를 연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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