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 사과
사과
미국이 독립 전쟁에서 승리하자 영국은 북아메리카를 떠났다. 이때 스페인이 플로리다를 되돌려 받았다. 그러나 스페인은 다시 얻은 플로리다를 소유할 능력이 없었다. 본디 플로리다는 쿠바에서 카누를 타고 건너온 다이노들이 14,000년 살아온 땅이다. 그러므로 다이노 인구가 가장 밀집된 지역이고, 큰 흙무덤mound이 수 천기가 있는 곳이다. 스페인이 이 땅에 식민지 정착지를 설치하던 초기에 소와 말, 돼지를 들여왔다. 플로리다는 쿠바와 뉴올리언스, 아이티에서 도망친 노예들의 도피처이기도 했다. 그러니 플로리다는 탈출한 노예들까지 가세해서 미국에 대한 공격의 기지가 되었다. 미국은 스페인에 항의했다. 스페인은 거기까지 손을 쓸 여력이 없었다. 문제를 일으킨 원인은 플로리다 인디언에만 있지 않았다. 조지아와 사우스캐롤라이나 같은 지역에서 땅 욕심 많은 미국인이 무단으로 스페인 땅 플로리다로 이주했다. 스페인은 이것도 막을 수 없었다. 땅을 빼앗기고 있는 다이노 인디언들은 당연히 저항했다. 무단 이주한 미국인들이 스페인을 무시하고 반란을 일으키더니 일방적으로 루이지애나 공화국을 선포했다. 그들의 선언에 서부 플로리다 일부가 그 땅에 포함되었다. 그런저런 복잡한 상황 때문에 나폴레옹은 루이지애나를 미국에 팔아치워 버렸다.
그때 서부 플로리다도 함께 미국 땅이 되었다. 미국인들은 또 동부 플로리다를 침입하여 스페인과 분쟁을 벌였지만 늘 미국이 이겼다. 계속되는 미국인들의 침략으로 살 곳을 빼앗기는 다이노 인디언들이 저항했고, 미국은 다이노들이 저항한다는 명분으로 플로리다를 장악했다. 요즘으로 보면 미국인을 상대로 테러하는 단체의 근거지이므로 미국인 보호와 테러리스트 박멸을 위해 탱크와 폭격기를 보내 정복한다는 논리와 같다. 표면상으로는 스페인 땅이었지만 실질적으로는 미국 땅이 되었다. 이때 미국 국무장관이 애덤스였다. 당시 스페인은 본국에서 전쟁이 한창이었으므로 군사를 보내 미국의 침략으로부터 플로리다를 지킬 수 없었다. 결국 스페인은 1821년에 미국에 플로리다를 양도했다. 더 많은 미국인이 플로리다로 이주했고, 다이노들과 마찰은 더 심해졌다. 미국은 대놓고 다이노 인디언들을 노골적이고 야만적이며 잔인하게 추방했다. 빼앗은 터에 대규모 목화밭을 만들고 수많은 흑인 노예를 부렸다. 스페인의 플로리다 양도는 곧 스페인은 종이호랑이라는 것을 사실로 확인한 계기였다. 미국 국무장관 애덤스는 주인이 없어 보이는 섬에 가까운 쿠바를 삼키고 싶은 욕심이 불붙었다. 그가 카리브의 여러 섬이 지리적으로 북미 대륙에 딸린 섬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니까 본디 미국의 부속 섬이라는 논리였다. 그 가운데에서도 쿠바섬은 미국 본토에서 맨눈으로 보일 정도로 가까울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나 통상적 측면에서도 미국의 이익에 매우 종요로운 곳이라고 했다. 너무나 중요해서 그 어떤 섬도 미국에 미치는 영향에서 쿠바섬과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미국의 이익에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므로 미국 연방의 일원이 되는 데 기존의 다른 연방에 비해 부족함이 없다고 했다. 쿠바를 병합하고 미국 연방의 일원으로 삼는 것은 필수 불가결한 일이라고 했다. 쿠바가 지리적으로 부속 섬이라는 주장은 멕시코와 같았지만, 훨씬 강력하고 노골적이었다. 이런 생각을 지닌 애덤스가 미국의 다음 대통령이 되었다. 미국은 독립 이후 150년간 남쪽을 공략한 다음에 곧바로 서쪽으로 빠르게 팽창해 갔다. 태평양까지 닿았으니 이제 카리브라는 호수 가운데 섬 쿠바 차례였다. 미시시피강은 캐나다 국경 주위에서 시작해서 멕시코만으로 흐른다. 그 최남단에 뉴올리언스가 있다. 그 무렵 미국의 모든 농산물은 미시시피강 주위에서 생산했다. 미시시피강 주위 평원에서 생산한 미국 농산물을 실은 배는 뉴올리언스에서 유럽 시장과 라틴 아메리카 시장을 향해 출항했다. 흑인 노예를 이용한 미국의 농업 생산량은 급속히 증가하고 있었다, 미시시피강 주위 분지의 땅이 미국 영토의 40%에 달한다. 이 어마어마한 넓이의 땅이 눈 덮인 듯 새하얀 목화밭, 루이지애나 코튼 필드였다. 이곳에서 면화와 면 가공 직물을 생산하고 있었다. 농업 말고 아직 다른 산업이 없던 그때 뉴올리언스는 미국에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항구였다. 누가 쿠바를 차지하느냐에 따라 미국은 중대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쿠바를 장악한 나라는 뉴올리언스에서 출항하는 미국의 뱃길을 틀어쥘 수 있기 때문이다. 쿠바가 미국 통상의 인후부인 셈이다. 누가 목젖을 차지하느냐에 따라 미국의 목숨이 치명타를 입을 수 있었다. 미국으로서는 그런 상황이 되도록 놓아둘 수는 없었다. 미국이 쿠바를 갖는 것은 통상이나 지정학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물리의 법칙인 중력의 문제였다. 나무에서 떨어진 사과가 땅으로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떨어지는 사과가 떨어질 곳은 이미 정해져 있는 법이다. 떨어질 곳은 미합중국이라는 치마폭 안이다. 애덤스는 쿠바가 스페인에 속해 있는 것이 오히려 매우 부자연스러운 관계라고 보았다. 같은 이치로 그 무엇도 미합중국의 보자기 바깥, 다른 나라의 품으로 쿠바를 떨어뜨리게 놓아두지도 않겠다고 했다. 애덤스의 생각을 미국 역사학자들은 <애덤스의 사과>라고 한다. 애덤스든 그다음 세대의 미국 정치가든 쿠바를 미국이 삼키는 것은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언제 하느냐의 문제일 뿐이었다. 그것은 중력이라는 자연법칙이기 때문이었다. 병합은 필연이었다. 독립된 나라로 남고 싶은 쿠바가 여전히 미국과 사이가 좋지 않은 것은 이 불행한 뉴턴의 자연법칙 중력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