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5 트럼펫
트럼펫
프랑스와 스페인이 뉴올리언스를 떠났을 때 군인들은 부피 큰 군악기들을 버리고 갔고 남겨진 악기들을 흑인들이 사용했다. 군악대 악기는 대개 큰 소리를 내는 덩치 큰 금관악기나 목관악기였다. 큰 악기들은 흑인들의 박자를 따르지 못했다. 그중에서는 트럼펫이 가장 민첩했다. 트럼펫의 본래 이름은 나피르였다. 로마 군인들은 오른손으로 나피르를 불고 왼손으로 칼을 들고 적진을 향해 전진했었다. 프랑스에서는 트럼펫을 클래론clairon이라고 한다.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까지 3,000년 동안 트럼펫은 고음의 날카롭고 사나운 소리를 내는 악기였다. 스페인은 떠났어도 밴드를 앞세운 댄스 행렬이 화려하게 행진하던 코퍼스 크리스트 문화가 뉴올리언스에 남았다. 아바나는 매일 콤파르사를 하며 춤을 추었다. 뉴올리언스는 아바나의 콤파르사처럼 춤추는 퍼레이드로 늘 시끌벅적했다. 일요일에는 그 규모가 컸다. 죽은 자의 장례식도 주검을 따라 줄지어 행렬하는 흑인들에게는 격하게 춤추는 하루의 행렬이었다. 뉴올리언스가 트럼펫에 피스톤 세 개를 더했다. 여러 다른 음역이 생겨났다. 피스톤 밸브를 누르면 음역마다 반음을 낼 수 있었다. 손가락으로 두세 밸브를 같이 누르면 반음과 반음이 섞였다. 여러 반음을 섞어 음정을 조절할 수도 있었다. 이제는 전투에서 신호 목적으로 불던 단조로운 악기가 아니었다. 트럼펫은 뉴올리언스의 쏟아지는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트럼펫은 퍼레이드에서 강렬하고 화려한 악기로 변신했다. 텅 빈 하늘에 대고 퍼레이드의 피부 검은 트럼페터들은 옥타브의 끝까지 스크리밍했다.
뉴올리언스에서는 이제 열 손가락으로 트럼펫을 다루었다. 피스톤 밸브를 눌러 조옮김을 했다. 트럼펫이 변하니 음악이 크게 바뀌었다. 가장 먼저 뉴올리언스의 미군 군악대가 브라스밴드로 악기 편성을 바꿨다. 큰길에서는 브라스밴드가 안성맞춤이었다. 큰 사운드를 뿜어내는 미군 군악대가 연주하고 뒤를 따르는 흑인들이 춤사위를 맞췄다. 흑인들도 장례식 행진에서 브라스밴드를 앞세웠다. 거리는 매일 같이 음악 소리로 가득했고 주말에는 10여 동아리의 브라스밴드 행진이 뉴올리언스 중심 거리를 채웠다. 밴드를 뒤따르는 사람들은 기괴하고 익살스럽고 화려하게 꾸며 가장행렬을 했다. 목화밭에서 흙을 밟으며 만든 박자에 맞춰 노래하던 흑인들이 일요일 낮 거리에서 트럼펫 가락에 맞춰 춤을 추고 노래했다. 곡 속에는 춤추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상투적인 리듬 파트가 있었다. 밴드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리듬 파트를 몇 번씩이고 거듭 반복해 연주했다. 뒷날 재즈라는 꽃으로 피어날 리듬 파트가 뉴올리언스의 골목 모퉁이마다 씨앗으로 뿌려졌다. 뉴올리언스 사람들은 브라스밴드의 음악을 공기처럼 마시며 살았다. 1,901년생 루이 암스트롱도 그랬다. 빈민가 날품팔이 뜨내기였던 아버지는 떠나고 매춘하는 16세 미혼모 손에 자라는 소년은 뉴올리언스의 사창가 골목을 헤집고 뛰어다니며 석탄을 배달했다. 소년원 브라스밴드에서 처음으로 음악을 배웠고 거리와 살롱에서 코넷과 트럼펫을 연주했다. 어린 루이는 뉴올리언스 모퉁이마다 뿌려진 씨앗들을 거둬 재즈라는 꽃으로 피워냈다. 뉴올리언스 골목에 뿌려진 씨앗들은 1970년대에 펑크와 힙합이라는 새로운 리듬을 또 피워냈다. 프랑스와 스페인, 아바나와 미국이 뒤섞인 뉴올리언스의 골목길 퍼레이드에서는 피부와 피부가 만났고 생명과 생명이 만났고 음과 음이 만났다. 새로운 리듬이라는 새롭고 선명한 색채가 태어났다. 이것이 음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