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7 블루노트
블루노트
아프리카인들은 이슬람이 아프리카를 점령했을 때 멜리스마 기법을 터득했다. 코란을 읊으면서 아프리카인들은 멜리스마 창법을 배웠다. 아랍인들은 코란을 욀 때 드럼이 아닌 우드를 많이 연주했다. 사막에서는 드럼을 만들 큰 나무를 구하기 어렵기도 했고 휴대하기도 어려웠으므로 드럼을 쓰지 않았다. 이슬람화 된 아프리카에서는 그리오가 코란을 노래 불렀고 아프리카와 모슬렘의 음악을 통합했다. 노예가 되어 미국에 온 그리오는 흑인들의 현실에 맞춰 음악을 변형했다. 아프리카 음악에서는 통상적인 5 음계 가운데 제2음과 제4음을 반음 내린 변형 음계를 썼다. 장조도 단조도 아닌 블루스만의 처연하고 구슬픈 미묘하게 독특한 느낌이 나는 이유다. 이 반음 내린 음이 아프리카적인 음note이다. 엄밀하게는 반음도 아니고 4분의 1음 사이 어디쯤으로 숫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 어딘가의 음정 레벨이 블루노트blue note다. 12음계 유럽 음악의 장조에서 제3음과 제7음이 반음 정도 낮아진 아프리카 음 체계가 결합한 미국 남부 흑인의 독자적인 5 음계 선법이 블루노트다. 이것은 오선지에는 정확하게 그릴 수 없고 다만 감각, 필feel로만 짚을 수 있는 음정이다. 이 아프리카적인 변형 음계가 블루스 특유의 한스럽고 울적하면서도 틀에서 벗어난 듯 자유로운 그루브를 표현한다. 유럽의 음 체계를 벗어난 선법은 백인들에게는 야만적인 음색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런 음조는 지중해 연안 북아프리카 이슬람권 음악에서도 쉽게 들을 수 있고 페르시아와 모슬렘이 지배했던 이베리아에서도 가이나들이 불렀던 멜리스마 음조의 특징이기도 했다. 재즈와 블루스 기타 연주에서 슬라이드 테크닉으로 연주하는 기법도 멜리스마 음조다. 재즈와 블루스의 특징이다. 노예가 된 그리오와 흑인들은 인간성이 짓이겨진 노예로 사는 비참함과 고통과 절망, 빼앗기고 유린당한 패배감으로 블루스의 음조를 빚어냈다. 길게 출렁이는 고독감, 음악이 되기 전에 먼저 가슴에 서럽게 차오른 어떤 소리, 모래알로 목을 긁듯 까슬까슬 거슬리는 흐느낌의 보컬 음색은 블루지한 흑인들의 한과 어두운 소망을 담아냈다. 악보를 읽지 못하는 문맹들의 음악인 데다 클라베가 없는 그리오 음악에는 정해진 리듬이라는 공간 개념도 없었다. 클라베가 만들어주는 리듬 마디는 쿠바 음악의 특징이다. 클라베가 만든 리듬 공간 안에서 쿠바 음악은 복선율의 음악을 만들어낸다. 클라베가 있는 쿠바 음악이 공간이라는 규격이 정해진 상자라면 그리오 음악은 연주자가 즉흥적으로 늘였다 뺏다 할 수 있는 자루 같은 음악이었다. 그래서 그리오 음악은 클라베가 있는 음악에 비해 상대적으로 단순한 선율과 규칙적인 반복으로 감정을 표현할 수 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쿠바 음악에서는 블루스 음악이 자아내는 블루지한 분위기의 음악은 찾을 수 없다. 블루스에서는 손으로 두드리는 아프리칸 드럼도 쓰지 않았다. 블루스가 처음 불린 초기에는 콜-앤-리스폰스Call and response 형식으로 노래를 이어갔다. 그것이 지금은 기타, 하모니카 같은 악기가 주고받는 형식으로 응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