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말레콘

14. 말레콘

#301 에디슨

by 조이진

LP

  발명가 에디슨은 콘텐츠를 고민한 엔터테인먼트 사업가이기도 했다. 축음기를 발명(1877)했지만, 소비자가 들을 수 있는 음원이 있어야 축음기를 팔 수 있다는 생각에 음원을 공급하는 콘텐츠사업에도 손을 댔다. 에디슨이 인간의 역사에서 처음으로 가수와 연주자들의 노래와 연주를 녹음해 두고 언제든 듣고 싶을 때 다시 들을 수 있는 음반이라는 저장매체를 발명했다. 뮤지션이 직접 노래하고 연주하지 않아도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세상. 그것은 엔터테인먼트를 산업으로 발전시킬 혁명적인 사건이었다. 에디슨이 만든 레코드를 SP라 불렀다. SP는 1분에 78회전(rpm) 했고 지름은 7인치였다. 디스크 1면은 대개 3~4분 분량의 음악을 녹음으로 채워졌다. 저장 공간이 적었으므로 에디슨 시대의 음반은 모두 한 곡만 실린 싱글 음반이었다. 클래식 곡은 연주 시간이 3~4분을 훨씬 넘었으므로 SP로 녹음될 수 없었다. 그러므로 클래식 음악은 모두 LP가 발명된 1950년대 이후에야 녹음될 수 있었다. 최초의 음반 프로듀서였고, 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였던 에디슨은 뛰어난 마케터이기도 했다. 그는 축음기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준비하세요. 가족 모두를 즐겁게 해 줄 생생한 음악이 나옵니다’라고 광고했다. 1948년에 콜롬비아 레코드사가 녹음 길이와 음질을 비약적으로 향상한 음반 제작 방식을 새로 발명했다. 한 면에 27분, 양면에 60분가량의 음악을 실을 수 있으니 SP와 비교해 Long Playing Record였다. 그래서 LP였다. 3~4분짜리 10여 곡을 담아 LP 앨범을 만들었다. 오늘날의 대중음악도 4분 내외 규격의 곡이 대다수다. 1곡만 저장할 수 있었던 에디슨 시대의 SP 규격에 우리는 익숙해져 있다.

에디슨이 축음기를 발명하고 SP를 발명했다. 에디슨은 최초의 매스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사업가이기도 했다.

  음악을 송출하는 라디오 방송국은 음반을 보유해야 했다. SP든 LP든 에디슨 레코드, 빅터, RCA, 콜롬비아 같은 음원을 소유하고 음반을 제작, 판매하는 음반 회사들이 있었다. 음반사들은 인기 있는 가수의 노래를 녹음해 스탬퍼를 만들고 스탬퍼를 눌러 레코드판을 찍어냈고 라디오들은 음반에 실린 곡을 틀었다. 금속활자 이후로 500년 만에 라디오는 새로운 미디어 혁명을 일으키며 시대를 전환하고 있었다. 라이브로 부르는 노래만 송출할 수 있었던 초기 라디오는 SP와 LP가 발명된 뒤로 녹화방송이라는 제작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밴드가 직접 눈앞에서 연주하는 라이브가 아니어도 라이브와 같은 음악을 들을 수 있어요’라는 에디슨의 신문광고는 이 뜻이었다. 미국 남부의 라디오 방송국은 온종일 흑인 음악인 재즈와 R&B를 틀었고 1935년생 소년 엘비스 프레슬리는 누워 잠들지 않고 다이얼을 돌려 주파수를 찾던 라디오 광이었다.

27-1.jpg 에디슨이 집행한 축음기 판매 광고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14. 말레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