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말레콘

14. 말레콘

#306 손 볼레로

by 조이진

손-볼레로

  쿠바 음악의 황금시대 뮤지션 가운데 한 명인 유세비오 델핀도 볼레로 뮤지션이었다. 그는 노래를 불러 번 수익금을 가난한 이들을 위해 기부하는 시엔푸에고스의 명망가이기도 했다. 스페인과 멕시코에서 볼레로는 기타를 가볍게 쓸어내리는 스트로크 주법을 사용했지만, 델핀은 피크나 손가락을 사용해 줄을 하나하나 튕기는 아르페지오 주법의 볼레로 연주법을 개발했다. 그는 1/1과 1/2박자를 반복하는 리듬을 좋아했는데 1/2박을 연주할 때는 사운드를 아주 약하게 내서 강-약이 대비되게 하여 여리고 부드러운 감성을 표현했다. 그의 대표곡 <당신은 왜 그러시나요¿Y Tú Qué Has Hecho?>은 사랑에 아프고 서운한 마음을 맑고 고운 심성으로 노래했다. 델핀의 볼레로는 쿠바 트로바도르의 음악 스타일인 트로바를 더 시적이고 감성적인 음악적 분위기로 만들었고 트로바와 볼레로 모두 크게는 쿠바 손 장르 안에 흡수되었다. 볼레로-손 장르에서 단연 최고의 작품은 <두 송이 치자 꽃Dos Gardenias>이다. 쿠바의 치자 꽃 가르데니아스는 유난한 순백색으로 탐스러운 흰 장미와 닮아 아름답되 그 향기는 농밀하다. 우리 입맞춤처럼 뜨거운 향기를 지닌 가르데니아스를 나와 당신을 위해 두 송이를 드렸지만, 어느 저물녘에 꽃들이 시드니 당신이 지금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음을 두 송이 가르데니아스들은 알기 때문이라고 노래한다.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의 콤파이 세군도도 <당신은 왜 그러시나요¿Y Tú Qué Has Hecho?>를 불렀다.

  부유한 계층에게 보급된 라디오와 음반 시대에 대스타로 성장한 마리아 테레사 베라는 당대 최고 실력파들을 모아 6중주단을 만들었고 그중에는 베이스를 맡은 이그나시오 피녜이로Ignacio Piñeiro도 들어있었다. 이그나시오 피녜이로는 어쩌면 쿠바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일 수도 있다. 주로 발라드 스타일의 음악을 했던 마리아 테레사 베라와 달리 피녜이로는 재능 있는 룸바 뮤지션이었다. 기타에 능한 연주자이자 싱어송라이터인 테레사가 피녜이로에 베이스를 맡겼고 콘트라베이스 연주법을 가르쳐 베이시스트로 활동하게 했다. 이는 피녜이로가 평생 자기 악기는 콘트라베이스라고 말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사람보다 크고 20kg이나 되는 콘트라베이스를 들고 골목길을 걷는 흑인 뮤지션의 사진을 한 번쯤 본 일이 있을 것이다. 피녜이로가 쿠바 음악에 콘트라베이스를 처음 도입했다. 낮에는 벽돌공이자 시가를 마는 노동자였던 피녜이로는 1년 만에 독립하여 독자적인 6중주단을 만들었고 트럼펫을 추가해 쿠바 음악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밴드로 꼽히는 7중주단이 되었다. 오늘날까지 쿠바 손 밴드는 피녜이로의 7중주단이 기본 편성이다. 손이 쿠바와 미국의 대중음악을 장악할 만큼 비약할 수 있었던 데는 트럼펫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트럼펫이 피녜이로의 밴드에 합류했을 때 손 장르에 혁신이 일었다. 손에서 트럼펫의 역할은 압도적이다. 금관악기 가운데 가장 높은 음역을 지닌 트럼펫은 낭랑하고 시원한 음색으로 밝고 화려한 선율을 낸다. 트럼펫 연주자는 그때그때의 느낌을 즉흥적으로 연주하면서 곡 전체의 분위기가 흥겹고 박진감 있게 주도한다. 아프리카 음악의 오랜 전통에 뿌리를 둔 쿠바 음악에서 즉흥성은 큰 특징이다. 봉고, 마라카스, 기러도 밴드의 주인공인 듯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트럼펫의 주도에 따라 즉흥적으로 리듬과 멜로디를 변화했고 가수도 가사나 멜로디를 즉흥적으로 노래했다. 피녜이로의 7중주단에 일곱 번째로 합류한 트럼펫 연주자 라자로 헤레라Lázaro Herrera는 쿠바 음악의 황금기에서 가장 중요하고 또 여러 뮤지션이 모방하는 트럼펫 연주자이자 손 연주자가 되었다. 미국의 재즈에서는 솔리스트의 즉흥 연주가 새로운 현상으로 처음 소개되고 있을 무렵에 이미 쿠바의 손 장르에서는 손 가수와 봉고 연주가들이 흔하게 즉흥적으로 연주하고 있었다. 때로는 묵음으로, 또 때로는 봉고 연주와 함께 리듬 공간을 꽉 채우기도 하면서 트럼펫은 손을 더 힙하고 모던한 장르로 만들었다. 그가 손 장르 <살사를 뿌려요 Échale Salsita>의 도입부 트럼펫을 연주한 트럼펫 연주자다. 아바나와 뉴올리언스는 배를 타고 얼마 가지 않아도 다다를 수 있는 가까운 도시다. 즉흥성은 곧바로 손과 재즈로 대표되는 두 도시의 음악에 친연성을 상징하는 요소가 되었다. 아바나의 손 뮤지션들은 뉴올리언스의 뮤지션들처럼 재즈적인 느낌이 있다. 아바나의 손 연주자들은 클라베를 중심으로 노래한다. 1920년대 쿠바 음악의 이 특징은 오늘날 쿠바 음악에서도 여전히 지켜지고 있다.

20240222_091450.png 부에나소셜클럽의 이브라임 페레도 <두 송이 치자 꽃Dos Gardenias>을 불렀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14. 말레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