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말레콘

14. 말레콘

#308 레쿠오나

by 조이진

레쿠오나

  독립 전쟁 시기에 태어난 세대들은 스페인에 지배당하던 시대를 알지 못했다. 그러므로 쿠바에서 유럽의 클래식 음악은 옛 문화가 되었고, 독립 이후 세대에게는 쿠바적 주제와 아프로쿠바인들의 리듬과 말투가 쿠바 음악의 중심이 되었고, 떠난 스페인 대신 새로 쿠바를 지배한 미국의 음악에 관심을 두었다.

에르네스토 레쿠오나. 아름다운 쿠바 음악을 많이 남겼다.

 

  플랫 수정안으로 미국이 이식해 놓은 인종 분리주의는 쿠바에서도 중요한 사회문제였다. 쿠바 대중들이 인종 갈등 문제에 관심이 많았으므로 작가들은 물라토 아가씨의 삼각관계와 출생의 비밀에 관한 이야기를 오페라로 만들었다. 소설 <세실리아 발데스>는 인종차별을 주요 정책으로 펼쳤던 마차도의 권력이 절정이었을 때 오페라로 만들어졌다. 이 시기에 쿠바 오페라는 전성기를 맞았지만 유성 영화가 상영되는 시대가 와서 쿠바에서도 오페라는 빛을 잃었다. 배다른 남매인 물라토 아가씨와 백인 귀족의 슬픈 사랑을 애절하게 노래한 오페라<세실리아 발데스>에서 가장 잘 알려진 곡은 서정적이며 로맨틱한 쿠바 볼레로 <많이 사랑해 주세요Quiéreme mucho>(1911) 다. 아직은 가수들이 이탈리아 오페라 아리아의 창법을 기본으로 노래하고 있었다. 1920~30년대 유럽 가수들도 쿠바와 마찬가지로 오페라 가수의 아리아 창법을 응용해 대중가요를 불렀다. 오늘날에 들어보면 이상한 스타일의 창법이라고 여기겠지만 오페라가 주류 문화였던 그 시절에는 자연스러운 경향이었다. 그 시절 가수들은 오늘날 가수들이 꿀을 바른 듯 매끄럽게 부르는 창법을 이상하다고 여길 것이다.

오페라 <세실리아 발데스>에 로맨틱한 쿠바 볼레로 <많이 사랑해 주세요Quiéreme mucho>가 들어있다.

 

 에르네스토 레쿠아나는 1950년대 전반 쿠바 음악에서 가장 유명한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다. 음악원의 17세 학생이 시절 피아노 단자 곡 <콤파르사 La Comparsa>(1912)를 초연한 그는 아프로쿠바 민속 음악에 집중했다. 할리우드에서 조지 거슈윈 앞에서 <랩소디 인 블루>를 연주한 그는 젊은 시절 <Danza de los Ñañigos>, <Danza lucumí> 같은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곡을 작곡했지만, 그는 그것들이 시시한 작품들이라며 스스로 연주하지 않았다. 레쿠오나가 사랑한 곡들은 따로 있었다. 그는 오페라 감독으로도 활동했는데 그의 페르소나인 리타 몬타네르와 볼라 데 니에베를 스타로 키워냈다. 물라토이기는 해도 흰 피부색을 지닌 리타는 아프리카 문화가 잘 보존된 흑인 바리오에서 성장했다.  그녀는 마을의 거리 축제인 콤파르사 행렬에서 춤을 추고 음악을 들으며 자랐다. 음악원에서 멘델스존 피아노협주곡을 연주해 수상했을 만큼 피아노에 재능을 보였던 리타는 오페라 가수 트레이닝을 받았다. 쿠바 대통령의 개인 라디오 방송에 고정 출연해 쿠바 역사상 최초의 라디오 스타가 된 리타는 1920년대에 푸치니에서 레쿠오나의 작품까지 오페라를 부르는 아리아 가수였다. 1930년 레쿠오나가 100년 전인 1830년대 아바나를 배경으로 한 코믹 오페라 작품을 처음 무대에 올렸다. 커튼이 올라가자 흑인 남자 마부 옷을 입고 얼굴을 까맣게 칠한 리타가 3옥타브 음역을 가진 오페라 가수의 찢어지는 보컬 창법으로 탱고 <여기요, 이네 마님¡Ay! mamá Inés>를 불렀다. 이 곡의 가사는 “이네스 마님 이제는 우리 흑인들도 모두 커피를 마셔요Ay Mama Inés, ay Mama Inés—todos los negros tomamos cafe”가 전부다. 극이 끝나자 다음날 아침 신문은 매우 단순하게 구성된 이 곡을 ‘수백 명의 검은 목구멍이 노래를 따라 불렀고, 수천의 갈색 발이 거리에서 춤을 추었다’라는 기사를 쏟아냈다.

79936941_1_200x200.jpg <씨보네Siboney>를 연주하는 루벤 곤잘레

레쿠오나는 또 다른 오페라 작품에서 리타에게 탱고를 부르게 했다. 레쿠오나는 <씨보네Siboney>를 통해 쿠바 문화의 뿌리가 스페인 문화도, 아프리카 문화도, 물라토 문화에도 있지 않고, 수천 년 쿠바섬에 살다 스페인의 침략으로 진멸한 다이노에 쿠바 문화와 민족의 뿌리가 있다는 생각을 쿠바 사회에 처음 제안했다. 물라토지만 밝은 피부색을 지녔던 리타의 노래와 인기는 미국과 유럽의 백인 사회를 선망한 일본에서도 크게 인기를 끌었다.

에르네스토 레쿠아나의 탱고 <여기요, 이네 마님¡Ay! mamá Iné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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