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이베리아

1. 이베리아

#002 이바르

by 조이진

이베리아

이베리아Iberia라는 말을 처음 쓴 사람들은 그리스 사람들이었다. 그리스 사람들이 이 땅에 처음 왔을 때는 먼저 터 잡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스 사람들은 그들을 이바르 사람들이라고 기록했다. 이바르 사람들은 그리스 사람들에게 자기들이 밝은 곳에서 왔고, 그곳은 물과 풀이 많은 곳이라고 했다.

바스크 나바르 왕국의 국왕 근위대 문장. 우리의 윷놀이 말판과 같은 모양이다.

이바르 사람들이 사는 땅이므로 그리스 사람들이 이 땅을 이베리아라 불렀다. 로마와 카르타고가 영토의 경계를 표시한 문서에도 이 땅은 이베리아로 표시되었다. 바스크는 이바르Ibar 또는 아바르Abar에서 나온 말이다. 모두 바르bar족을 부르는 말이다. 기원전 로마 문서에 ‘농사짓는 바스코 사람들Vasconum agrum’이라는 기록이 있다. 바스코 사람들이 이 땅에 와 땅을 갈아 농사를 지었다. 이베리아라는 지명은 이베리아의 북쪽 문을 열고 처음으로 이 땅에 온 사람들이 밝은 땅에서 온 바스크였다는 또 하나의 단서다. 지금도 바스크는 그 점을 무척 자랑스러워한다.


페니키아

지중해 동쪽 끝에 티레Tyre라는 도시가 있다. 이 땅 사람들 말로 티레는 ‘큰 돌’이라는 뜻이다. 티레는 넓은 돌 즉 반석 위에 세워진 아주 오랜 도시다. 레바논 베이루트 바로 남쪽 아래에 있는 이곳을 큰 돌에 있는 곳이라 부르기 전까지는 수르 sũr, 남쪽이라 했다. 베이루트 남쪽 수르는 상업이 발달했다. 주변이 온통 모래 땅인 이 지역에서 유독 넓은 반석 위에 선 티레는 이름처럼 반석 위에 세워진, 그 시대 지중해에서 가장 번성한 도시였다. 돈이 세운 반석의 도시에서 유럽의 여신 에우로페Europe가 태어났다. 이 사람들도 에우로페도 돈을 좋아했다. 돈이 주는 힘을 좋아했고, 돈을 위해 힘을 사용했다. 돈이 인간의 역사를 이끌기 시작했다. 반석 위에 선 자들은 돈을 벌어주는 것은 ‘가치’라는 사실을 일찍 알아차렸다. 그리고 어떻게 해야 가치를 만들 수 있는지, 그 가치가 어디서 오는지도 알았다. 새로운 생각이었다.


페니키아 사람들은 스스로 가나안이can’ani라 했다. 기독교 창세기 9장은 대홍수가 끝나고 노아의 세 아들 중에 아프리카를 물려받은 함이 가나안 사람들의 아버지라고 했다. 가나안 사람들은 바닷가의 낮은 땅에서 천에 색을 들이고 생선에 소금을 절여 먹고살았으므로 가나안 땅 사람은 곧 신분 낮은 사람들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그들이 보라색으로 염색한 직물은 특히 아름다웠다. 그런 가나안 사람들을 그리스 사람들이 포에니라 불렀다. 포에니는 영어 퍼플purple의 어원으로 탐나는 보라의 천을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뜻이었다. 그리스 사람들이 포에니라 하는 것을 따라 로마 사람들은 가나안 사람들을 포에니쿠스라 불렀다. 그리고 영어를 쓰는 사람들은 포에니쿠스를 페니키아 사람들이라고 줄여 불렀다. 페니키아 사람들이 만드는 달팽이 껍데기 추출물로 염색한 보랏빛 천은 아주 귀했고 지중해와 북아프리카의 권세 있는 자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페니키아인들이 이 상품을 배를 타고 옮겨 다니면서 원거리 상업, 교역을 시작했다. 보라색 명품 천을 파는 가나안 사람들이 지중해를 장악했다. 그들은 상술에도 능했지만, 과학과 기술에도 일찍 눈을 뜬 그들은 나무 닻에 깊게 구멍을 파낸 다음 납을 녹여 부었다. 납은 327.5°C까지 온도를 높여야 녹일 수 있다. 불과 광물을 다루는 능력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경쟁력을 만들어주었다. 납을 담아 훨씬 무거워진 닻은 지중해 푸른 물 깊은 속으로 내려가 바닥의 큰 바위에 걸렸고 배는 단단하게 고정되었다. 깊은 바닥에 걸린 닻은 물 위에 뜬 배를 흔들리지 않게 잡아주었고, 닻을 단단히 박았으니 이제 노를 젓던 수백 명의 선원이 노 대신 칼을 쥐고 갑판 위로 올라올 수 있었다. 닻이 가벼워 바다에 닻을 고정하지 못한 적의 배에서는 아직도 수백 명의 노꾼이 배 밑바닥에서 노만 저어야 했다. 그런 배는 보라의 천을 파는 페니키아인들을 막을 수 없었다. 지중해 세계에서도 처음으로 과학과 기술이 세상을 지배하는 수단이 되었고, 과학을 이용한 페니키아가 지중해 바다를 지배한 최초의 제국이었다. 새로운 생각을 발견한 자들이 세상을 지배했다.

페니키아 티레. 오늘날 레바논 베이루트 밑에 있다.


메마른 가나안 땅 사람들은 필요한 것을 서로 맞바꾸어야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었다. 바꾸기 위해 먼 길을 떠돌아야 했고, 사고팔기 좋은 곳에 사람들이 몰렸다. 도시는 그렇게 생겨났고 페니키아 사람들이 처음으로 도시를 세웠다. 힘이 강해진 도시는 국가가 되었다. 반면 농업으로 사는 지역은 너무 많은 사람이 모이면 오히려 살기가 어려워지므로 신석기시대에 일찍 농업혁명을 이룬 동북아시아 사람들은 떠돌아다니지 않았다. 그래서 유라시아 동쪽 끝 동북아시아에서는 상업적인 도시가 발전하지 않았다. 상업에 뛰어난 페니키아 사람들이 편하게 사고팔고 바꾸기 위해서 화폐를 처음 만들었다. 알파, 베타로 구성된 알파벳도 만들어 썼다. 문자도 돈을 벌기 위해 고안된 페니키아인들의 발명품이었다. 지중해의 상인들은 상업을 장악한 페니키아 상인과 거래하기 위해 페니키아인들의 글자를 배워야만 했다. 그래야 흥정하고, 셈하고,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알파벳은 돈의 길을 따라 지중해 여러 땅에서 사용되었다. 알파벳이 지중해의 문자가 되었다. 돈 버는 유전자가 남들보다 뛰어난 도시 티레가 지중해 서쪽 끝에 또 하나의 반석의 도시를 세웠고, 그 도시에 티레의 유전자를 이식했다. 새로운 생각의 발견자 페니키아 사람들이 이베리아의 남쪽 문을 열고 들어왔다. 지중해 세계에서 서쪽 유럽에 가장 가까운 이 문으로 티레의 새로운 생각이 유럽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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