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콜럼버스

5. 콜럼버스

#069. 충돌

by 조이진

충돌

동이 트자 콜럼버스는 롬바르드 대포를 장착한 니냐Niña호로 가까이 갔다. 대포를 쏠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다. 스페인 왕실을 상징하는 깃발과 자신을 상징하는 깃발을 올리라 지시했다. 그 시절 유럽에서는 깃발을 꽂으면 땅의 주인이 되었다. 이제 새로 발 디딜 땅은 스페인 왕의 땅이기도 하고 자기 재산이기도 했다. 땅에 닿았을 때 숲은 아주 완벽히 우거져 진한 녹색이었고, 처음 보는 여러 종류의 열매들이 달려있었다. 그들에게 간절히 필요했던 마실 물도 많았다. 콜럼버스는 두 배의 선장에게 “국왕 부부 폐하에게 바칠 이 땅을 콜럼버스가 찾았음을 분명히 목격했고 그렇게 증언할 것이다”라고 기록하라고 명령했다.

덥고 습한 열대우림지대 카리브 바하마 지역 섬 원주민들은 벗고 살았다. 콜럼버스는 아들을 보자마자 노예로 잡아다 유럽에 팔면 큰 돈벌이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


한 무리의 사람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더니 벗은 자들 여럿이 갯가로 몰려왔다. 모두 30살이 채 되지 않은 듯 젊고 키는 훤칠하며 친절하고 좋은 사람들이었다. 머리칼은 유럽인처럼 곱슬곱슬하지 않고 곧았다. 사람들은 앞이마가 무척 넓고 이마에서 정수리까지가 유난히 길었다. 콜럼버스는 위로는 아이슬란드에서 아래로는 적도 아래 아프리카까지, 동으로는 지중해 끝, 서로는 캐나다 허드슨만까지 안 다녀본 곳이 없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머리뼈가 긴 머리를 한 사람들을 여태 보지 못했다. 눈도 유럽인과 달리 가늘었다. 하지만 작은 눈은 아니었다. 쭉 뻗은 다리는 늘씬하여 곧았고, 배가 나오지도 않았다. 콜럼버스는 엘미나에서 사슬에 묶어 배에 태웠던 아프리카 흑인들을 떠올렸다. 그들에 비하면 생김새가 훨씬 좋아 보였다. 틀림없이 노예 시장에서 더 좋은 가격에 팔 수 있겠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여자들도 옷을 벗고 다녔다. 남자든 여자든 성기 부분만 면으로 짠 하얀 천을 몇 번 접어 앞치마를 두른 듯 살짝 가렸다. 입고 사는 자들과 벗고 사는 자들이 처음 마주쳤다. 유럽과 아메리카의 첫 번째 차이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옷을 입고 나타난 콜럼버스 일행은 벗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았을 때 미개하므로 무시해도 된다고 여겼다. 덥고 습한 카리브해에서는 앞치마만 걸치면 이미 충분히 옷을 갖춰 입은 것이다. 배를 타고 나타난 자들처럼 두껍게 옷을 입을 이유가 없었다. 유럽인은 유럽인처럼 옷을 입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주민들을 업신여기기 시작했다. 이것이 유럽인과 아메리카인들이 겪은 첫 번째 간격이었다. 문화적 충돌이었다. 첫인상이었다. 콜럼버스는 이들을 관찰하는 내내 헤아리기를 거듭했다. 이들은 틀림없이 아주 좋은 노예가 될 자들이었다. 콜럼버스는 스페인으로 되돌아갈 때 이들 여남은을 데려가겠다고 생각해 두었다. 스페인 국왕 폐하에게 선물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아시아를 발견했다는 것을 입증할 증거로 이들보다 더 좋은 것은 없을 것이었다. 포르투갈의 아프리카 흑인 노예무역 사업에 견줄만한 새로운 노예 공급처를 스페인도 갖게 되었다고 말할 수도 있었다. 가톨릭 국왕 부부와 맺은 계약서는 콜럼버스가 차지한 새 땅에서 생기는 수익의 10%는 콜럼버스의 몫이라고 명시했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벌써 노예를 꽉 채운 노예선이 대서양 양쪽 바다를 드나들며 활발하게 노예무역을 하고 있었다. 새로운 땅에 발을 디뎌 새로운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그의 첫 마음은 그 사람을 잡아 노예로 팔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돈을 벌겠다는 계획이었다. 그것이 그의 마음의 씨앗이었다. 그것이 아메리카에 도착한 유럽인의 첫 마음씨였다. 새로운 예루살렘을 찾아온 그가 이렇게 순진하고 친절한 사람들만 사는 새 땅을 발견하다니. 이것은 분명 하느님이 은혜와 역사로 자신을 인도하심이었다.

20171215082725942740.jpg 콜럼버스의 1차 항해 노선. 적도에 가까운 노선으로 과나하니와 쿠바섬, 히스파니올라 섬을 항해한 뒤 다이노 원주민을 길잡이 삼아 북상해 스페인으로 되돌아갔다.

+ 콜럼버스가 <항해 일지>에 "앞이마가 무척 넓고 이마에서 정수리까지가 유난히 길었다"며 두상이 긴 편두인을 묘사했다. 그는 편두인들을 세비야에 데리고 가서 전시했다. 콜럼버스는 이들을 보자마자 노예로 팔면 돈이 될 것이라고 일기에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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