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콜럼버스

5. 콜럼버스

#074. 마까

by 조이진

bohío

마까

물을 구하러 갔던 선원들이 배로 돌아왔다. 열대여섯 채의 집이 모여 있는 마을이 있었고 원주민들 집에도 몇 채 들어가 봤다고 보고했다. 풀로 지은 집은 큰 텐트 모양이었고 높은 굴뚝이 지붕 밖으로 났다고 했다. 원주민들은 이런 집을 가내Caney라고 했다. 집안은 아주 정갈하고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었고 나무와 나무 사이에 묶인 마까maka라 부르는 그물에서 잠을 잔다고 했다. 마까는 면으로 짠 실을 새끼줄로 여러 번 꼬아 엮어 만든 그물이다. 원주민들은 땅바닥에서 올라오는 습기와 벌레에서 떨어져 몸을 보호하기 위해 꼬아 엮은 그물에 올라가 잤다. 그것을 스페인 사람들은 아마까hamaka라고 불렀고, 뒷날 영어를 쓰는 이들이 해먹hammock이라고 바꿔 불렀다.

다이노의 아마까. 다이노들은 가내 앞마당에 아마까를 걸어 사용했다.

콜럼버스는 많은 원주민이 하나같이 아마까를 가져와 물건끼리 바꾸자고 한다고 일지에 적었다. 선원들이 아마까를 좋아했다. 배는 작아서 잠잘 곳이 좁은 데다 오래된 배이니 벌레와 쥐가 들끓었다. 그러니 배에서 마까는 아주 쓸모가 좋았다. 처음으로 해먹을 사용한 유럽인이 콜럼버스 선원들이다. 집에는 마스티프 종을 닮은 흰둥이거나 누렁이 개가 있었다고 기록했다. 마스티프 견종보다는 작았다고 했다. 결혼한 여자들은 면으로 된 짧은 치마를 입었고, 여자아이들은 18세가 되기 전까지는 그렇지 않았다. 쿠바섬 바닷가를 따라 항해하다 강을 타고 올라가노라니 강둑을 따라 수많은 사람이 겹겹이 서서 콜럼버스 일행을 보며 수군거렸다. 그러더니 일시에 전부 산으로 내뺐다. 산으로 도망가면서도 가져갈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챙겨 가는 것 같았다. “겁 많고 멍청한 토끼처럼” 산으로 도망을 치는 바람에 콜럼버스는 지팡구를 조사할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콜럼버스는 이미 원주민들을 그렇게 깔보고 있었다. 콜럼버스는 왜 그들은 하나같이 자신을 보자마자 모조리 ‘겁 많고 멍청한 토끼’처럼 산으로 내뺐는지 그 이유를 헤아리지 못했다.


콜럼버스는 50여 채가 있는 한 마을에 도착했다. 마을 사람들과 군장Chief은 이들을 환영했다. 콜럼버스 일행 한 명 한 명을 세 명이 한 조를 이뤄 어깨등에 태워 마을로 데려갔다. 마치 기마 싸움 놀이할 때 기마를 만들 듯 어깨로 손가마를 짜 기독교인들을 손님으로 모신 것이다. 군장은 나무로 만든 가마를 타고 앞서갔다. 가마는 네 명이 어깨에 멨다. 원주민들에게 어깨등에 태운 기마 태우기는 일종의 가마인 셈이고, 아주 귀한 손님을 극진하게 맞이할 때 원주민들은 손님을 이렇게 모셨다. 콜럼버스는 마을을 살폈다. 아주 큰 집들이었고 나무로 기둥을 세우고 풀을 엮어 지붕을 이었다. 이 집들도 모두 지붕이 하늘을 향해 둥글고 텐트 같은 모양을 했다. 가내에는 집마다 대가족이 함께 모여 살았다.

caney2..png 2종류의 다이노 가옥. 왼쪽 원통형은 평민이 거주한 가내caney, 오른쪽 사각형은 귀족이 거주한 보이오bohío다.

그러므로 틀림없이 천 명 넘게 사는 마을이라고 콜럼버스는 계산했다. 군장은 콜럼버스 일행을 가장 큰 집으로 들게 한 다음 나무로 만든 낮은 의자 같은 것에 앉으라고 권했다. 그것은 아주 낮아 바닥에 거의 붙어있다시피 했다. 스페인에서 이것을 의자라고 할 수는 없었다. 차라리 스툴에 가까웠다. 스툴은 괴상한 동물 모양을 하고 있었다. 앞이마는 짧고, 눈코입이 분명했다. 앞다리는 단단하게 몸을 받쳐 섰고 뒷다리는 짧게 앉은 모양을 했다. 눈은 크고 동그랗고 눈빛은 날카로우나, 표정은 웃고 있었다. 동물의 몸통을 넓게 길고 만들어 앉은 사람이 등을 기댈 수 있게 고안되었다. 편안하게 기대어 앉도록 등받이는 엉덩이 받침만큼이나 넓었다. 나무를 잘라 이어 붙이지 않고 통나무를 깎아내서 만들었다. 콜럼버스를 긴장시킨 것은 눈과 귀가 또렷하게 새겨진 정면의 머리였는데, 눈과 귀를 금으로 만들어 박았기 때문이었다. 유독 눈과 귀를 금으로 장식한 것은 보는 일과 듣는 일의 중요함을 지도자가 마음에 새기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콜럼버스에게는 손님에게 앉도록 양보한 그 의자 비슷한 스툴에 담긴 의미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황금을 보았다는 사실만이 중요했다. 군장은 키 낮은 방석을 두오Duho라고 한다고 소개했다. 스페인 사람의 기록에 따르면 두오를 말할 때 ‘아주 낮고 긴소리로 두-오’라고 소리 낸다고 했다. 군장은 모든 스페인 사람에게 두오를 직접 내주었다. 그러더니 군장을 비롯한 모든 원주민은 맨바닥에 앉았다. 콜럼버스는 이 괴상한 의자가 최고 존엄을 상징하는 물건이라고 직감했다. 모든 스페인 사람이 두오에 앉자마자 원주민들은 한 명씩 돌아가면서 손을 모아 땅바닥에 엎드리는 큰절을 올렸다. 콜럼버스는 당황했다. 이 행동은 그들이 자신들의 발과 손에 입을 맞추려 다가서는 동작이라고 짐작했다. 콜럼버스는 원주민들이 기독교인들을 하늘에서 내려온 신으로 믿고 있음이 확실하다고 판단했다. 마을 남자들의 인사가 끝나자 곧 뒤이어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수의 여자가 스페인인들에게 절하기 위해 왔다. 여자들도 마찬가지로 바닥에 엎드려 큰절했다. 절을 하면서 고개 들어 기독교인들을 흘금 보면서 두려움과 놀라움에 떨었다.

두오. 대영박물관 소장

워싱턴DC에 있는 미국 의회 의사당 로톤다 홀은 천장의 원형 돔 아래 돌벽을 얕게 돋을새김해 장식한 그림들로 둘렀다. 이들 그림은 미국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 여기는 장면을 새겼다. 19개의 장면 중 그 첫 번째가 콜럼버스와 아메리카 원주민의 첫 접촉의 장면이다. 당당한 자세로 꼿꼿하게 바로 선 콜럼버스, 그에게 무릎 꿇고 엎드려 절을 하는 원주민들. 이 그림 속 장면이 지금 쿠바에서 콜럼버스와 원주민이 만나고 있는 장면이다. 두 문명이 처음 접촉하고 있는 순간이다.

gettyimages-1155692726-612x612.jpg 콜럼버스는 카리브해에 상륙했다. 오른쪽 아래 무릎 꿇고 절하는 원주민의 모습을 눈여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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