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콜럼버스

5. 콜럼버스

#075. 다이노

by 조이진

다이노

너희는 누구냐. 콜럼버스가 군장에게 물었다. 그들이 '다이노 Tainos'라고 했다고 콜럼버스는 적었다. '다이노가 무슨 뜻이냐'라고 콜럼버스가 되물었을 때 “우리는 좋은 사람들이고 예의를 알고 지식이 있는 men of good and noble 사람들이다”라고 군장이 대답했다고 콜럼버스는 일지에 적었다. 콜럼버스가 자신이 점령하고 통치할 땅에 사는 사람들을 다이노라고 기록했다. 그를 뒤따라온 스페인 식민정복자들도 그렇게 불렀다. 과나하니에서 데려온 가이드와 쿠바섬 원주민들은 자기들끼리 서로 말이 잘 통했다. 언어와 문화, 인습도 같았다. 콜럼버스가 1차, 2차 항해를 한 곳은 과나하니가 있는 바하마 제도와 쿠바섬, 히스파니올라섬, 자메이카 섬, 푸에르토리코 같은 대 앤틸리스 제도 지역이다. 섬은 여럿이었지만 원주민들은 서로 말이 통했고 서로 빼앗지 않았다. 미국 인류학자들은 그들은 모두 하나의 민족이었다고 본다. 콜럼버스는 자신의 항해 일지에 다이노라는 단어를 딱 1번만 기록했다. 다이노라는 명칭 대신 기회 있을 때마다 ‘원주민 natives’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그리고 자신들을 가리킬 때는 ‘스페인 사람’이나 ‘기독교인’이라고 표현했다. ‘원주민’이라는 말에는 ‘원시인’, ‘열등인’, ‘야만인’, ‘동물 같은’이라는 멸시의 시선을 담았다. 반대로 ‘기독교인’이라는 말에는 문명인, 우월감, 정복자, 노예의 주인이라는 의미로 사용했다. 콜럼버스가 단 한 차례만 표기한 다이노라는 명칭은 약 200년 뒤인 17세기부터 스페인 문헌에서 다시 나타났다. 15세기부터 17세기까지 스페인 사람들은 원주민들이 다이노인 줄 알면서도 그 이름을 쓰지 않았던 것이다. 기독교인들은 노예 족속에게 이름까지 불러줄 만큼 친절하지는 않았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유럽인들에게 백인 우월주의와 인종차별, 그리고 노예제를 정당화하는 사상의 기틀을 닦아주었다.

api8apwyc__09657.jpg 콜럼버스의 1차 항해 항로. 가운데 C. de Cuba라는 표기가 있다. 후안 왕자가 죽자 후아나라는 이름을 버리고 쿠바라는 이름으로 바꾸었다.



+ 스페인어는 ‘코레아노’, ‘아메리카노’, ‘쿠바노’처럼 어느 나라의 사람을 가리킬 때 끝을 ‘-노 no’라는 어미를 붙이는 습관이 있다. 카스티야 왕국에 사는 사람은 카스티야노였다. ‘코레아노’에서 어미를 빼면 ‘코레아’라는 어간이 남는다. ‘다이노’에서 어간은 ‘단’이다. 콜럼버스에게 이들은 ‘단Tan’이라는 왕국의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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