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콜럼버스

5. 콜럼버스

#076. 저승사자

by 조이진

저승사자

다이노들이 그들에게 음식을 내왔다. 식물의 뿌리를 끓인 음식이었다. 콜럼버스는 스페인에서 본 알밤처럼 생겼다고 여겼다. 역사학자들은 그것이 감자였다고 했다. 콜럼버스가 감자를 처음 먹어본 유럽인이었다. 융숭한 대접을 받고 배로 돌아가려 하자 다이노들이 놀라며 자기들과 함께 살자고 간청했다. 설령 그렇게 하지는 못하더라도 단 며칠만이라도 더 쉬었다 가라고 애원했다. 이 고을 다이노들은 사람을 잡아갈 저승사자가 마을에 왔다고 믿었다. 저승사자가 한 명도 아니고 수십 명이 왔다. 큰일이 났다. 이제 많은 사람을 저승으로 데려갈 터였다. 다이노는 저승사자는 배를 타고 큰 물을 건너온다는 신화를 믿었다. 이번 저승사자들은 세척의 배에 나눠 타고 왔다. 그 배들은 카누에 비해 크기도 컸다. 저 큰 배에 온 마을 사람을 다 데려가겠다고 생각했다. 씨족 마을은 가문의 씨가 마를 일이었다. 그랬으니 고을의 최고 어른이자 지도자인 군장이 직접 나서서 저승사자를 융숭하게 대접하고, 상석에 앉힌 후 엎드려 큰절하면서 부디 저승으로 돌아가지 말고 자신들과 함께 살아달라고 간청한 것이다. 저승사자의 형편이 그럴 수는 없다는 것도 알고 있기에 대엿새만이라도 이승에서 더 살다 가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이런 속내를 알 리 없는 콜럼버스는 다이노들이 기독교인들을 두려워하며, 신으로 여기고 있다고 거듭 확신했다. 다이노들은 저승사자가 빈손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나이 든 다이노 여럿이 기독교인들을 따라가겠다며 스스로 나섰다. 금을 찾아 나서는 콜럼버스가 난색을 보였다. 오직 군장과 아들 그리고 시종 한 명만 콜럼버스의 배에 타는 것으로 그들끼리 정했다. 마을의 어른이 저승길로 따라나서면 다른 사람은 목숨을 유지하게 될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콜럼버스는 정중하게 그들을 배에 태웠다.

쿠바에서 감자와 고구마 씨앗을 유럽에 가져다 심었다. 쿠바의 감자씨앗이 유럽을 기근에서 풀려나게 했다. 오늘날 감자와 고구마는 쿠바에서 가장 중요한 작물이기도 하다.

군장을 태운 배는 여러 마을을 지났다. 지나온 섬에서 보았던 원주민들과 생김새도 같고, 사는 모습도 말도 같았다. 이들도 모두 벗고 살았고, 하얗고, 빨갛고, 검은 여러 색을 여러 문양으로 몸에 발랐다. 다이노 길잡이가 마을 구석구석 뛰어다니며 무어라고 크게 외쳐댔다. 바다 너머 저 하늘에서 사자가 왔노라고 말했다. 대여섯 집이 모여 사는 작은 마을을 지날 때마다 이들도 같은 방식으로 예를 갖춰 콜럼버스 일행을 맞이했고 환송했다. 콜럼버스가 배에 태우지 않아 마을에 남은 사람들은 기뻐했다. 한편으로는 저승사자를 따라 황천길을 떠나는 군장을 지켜보며 흐느꼈다.


저승사자 여럿이 왔다는 소문이 마을에서 마을로 퍼졌다. 콜럼버스가 배를 몰아 해안을 따라 마을을 탐색할 때마다 원주민들이 백사장까지 나와 배에서 내려 마을로 와달라고 손짓했다. 콜럼버스의 눈에는 “신에게 감사를 올리는” 행동이었다. 어떤 이는 물을 가져왔고, 또 어떤 이는 여러 음식을 가져왔다. 콜럼버스는 “원주민들이 우리에게 하늘에서 왔는지 아닌지를 계속 묻고 있다고 우리는 이해했다. 한 노인을 뒤따라 여러 남녀가 배에 오르더니 노인이 ‘여기와 저승에서 온 자들을 보라. 이들에게 먹을 것과 마실 물을 가져다 드려라’라고 하며 소리쳤다. 그들은 무엇이든 가져와 신이라고 생각한 우리에게 바치고 감사하며 바닥에 엎드렸고 두 손을 하늘로 올려 우리에게 제발 땅에 내려와 달라고 사정했다”라고 적었다. 콜럼버스는 이 마을 원주민들도 기독교인들을 하늘에서 온 신으로 믿고 있다고 판단했다. 콜럼버스의 추측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격이다. 하늘에서 온 신적인 존재로 원주민들이 생각한 것은 맞다. 하지만 원주민들은 그들이 저승에서 온 자들인지 아닌지를 묻고 또 물었다. 창백한 얼굴에 머리 풀고 이상한 옷을 입고 물을 건너온 그들을 틀림없는 저승사자로 알고 엎드려 큰절을 올렸다. 콜럼버스가 배에서 대포 2발을 옅은 바다에 쏘게 했다. 원주민들을 겁을 줄 요량이었다. 엄청난 굉음이 났고, 물이 하늘로 솟구쳤다. 그 소리는 우레와 같았고, 물이 튀는 모습은 용이 솟구치는 듯했다. 대포의 위력은 놀랍게 먹혀들었다. 저승사자인 콜럼버스 일행이 누구도 데려가지 않고 자기들의 마을을 떠나자 기쁜 마음으로 달려 나와 바가지에 물을 채워다 주며 환송했다. 그 마을에서는 누구도 저승으로 데려가지 않으니 저승사자가 고마웠다.

gettyimages-1155692726-612x612.jpg 콜럼버스에게 무릎 꿇고 절하는 원주민들. 그들은 왜 처음 본 이방인들에게 쉽게 무릎을 꿇고 엎드려 절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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