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콜럼버스

5. 콜럼버스

#081. 가우리

by 조이진

가우리

콜럼버스는 여전히 쿠바 연안을 따라 동쪽으로 계속 항해했다. 오랫동안 상상했던 황금 지붕, 금밭을 찾아내지 못해 성마르고 조바심이 났다. 그는 쿠바섬에 처음 도착했을 때 이곳이 <동방견문록>에서 황금이 가득한 땅이라고 설명한 지팡구라고 확신했다. 자신이 평생 세상을 항해하며 터득한 경험으로도 그렇고, 자기가 보고 있는 지도에도 분명히 지금 있는 이곳이 지팡구라고 그려져 있었다. 원주민 언어를 잘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과나하니 섬에서 태운 길잡이도 이곳이 섬이라 말하고 있고, 카누로 20일 동안 다녀도 섬을 다 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섬이 시칠리아 정도 되는 크기의 섬이라고 헤아렸다. 지팡구에 온 마당에 굳이 섬을 한 바퀴 돌아 탐사까지 할 이유는 없었다. 또 마을에 들어가서 사람이 사는 모습을 관찰하는 짓 따위로 한가하게 지체할 이유도 없었다. 중요한 것은 금이다. 온몸에 금을 치장하고 다닌다는 지팡구의 왕이나 성주를 어서 만나야 했다. 그래서 자기가 원하는 만큼의 금이 있는지 알아보고 담판하겠다고 마음먹었다. 향신료는 여러 종류로 충분하게 많다고 벌써 확인했다. 금도 충분히 있으리라 믿었다. 며칠을 폭우와 풍랑을 견디며 섬 해안을 따라 이동했다. 아직도 금을 찾지 못했다.

마르코폴로의 <동방견문록>은 한반도를 '가우리'라고 표기했다. '고려'라는 뜻이다. 단재 신채호는 고구려의 이름이 '가우리'이며 '세상의 중심'이라는 뜻이라고 했다.

다이노 길잡이가 말하기를 저 동쪽으로 가면 다른 큰 섬이 있는데 그곳에는 확실하게 금이 많다고 했다. 그렇다면 지금 자신이 항해하고 있는 이 섬은 지팡구가 아니라 가타이 즉 요나라와 지팡구 사이에 있는 반도 땅일 것이라고 콜럼버스는 생각을 정정했다. 그 반도 땅을 <동방견문록>은 ‘가우리Caule’라고 했다. 마르코 폴로가 동방을 다녀와 견문록을 쓸 때 동방의 중국은 원나라, 한반도는 고려왕조 시대였다. 그러므로 <동방견문록>에서 ‘가우리’는 고려를 가리키는 나라 이름이었다. 그래서 서쪽으로 더 항해하면 가타이 즉 요 왕조가 있는 중국 땅에 도착한다고 생각했다. 만일 그가 가타이로 가고 싶었다면 그의 생각대로 서쪽으로 항해를 계속하면 되었다. 그랬더라면 콜럼버스는 아바나를 거쳐 플로리다반도에 도착했거나, 멕시코만으로 들어가 뉴올리언스에 다다랐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엉뚱하게도 정반대로 갔다. 그는 오히려 동쪽으로 향했다. 원주민 가이드가 동쪽에 있는 다른 섬으로 가면 그곳에서 황금이 많이 난다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또 자신의 판단으로도 지팡구는 동쪽에 있었다. 그에게는 가타이든 지팡구든 가우리든 중요하지 않았다. 오직 황금으로 뒤덮인 곳을 찾아내는 일만이 중요했다. 동쪽으로 가 황금으로 치장한 가시관을 만나고 충분한 양의 황금과 향신료를 확인할 수 있을 때까지 그는 해안을 뒤지겠다고 마음먹었다. 그것을 어떻게 빼앗는가는 다음에 생각할 일이었다. 머릿속을 무겁게 하는 과제가 하나 있었다. 지팡구가 있다는 동쪽으로 가면 서쪽에 있는 가타이 즉 중국에는 언제 갈 것인지를 아직 결심하지 못했다. 그는 중국 황제에게 전하라는 페르디난드 국왕의 편지를 지니고 있었다. 그의 생각으로는 가타이 황제가 다스리는 땅과 “그란 칸Gran Can을 틀림없이 찾아내게 될 것이고, 또 다른 황제들이 다스리는 여러 많은 땅을 발견하게 될 것인데, 그들은 모두 스페인 국왕 폐하 부부에게 기꺼운 마음으로 복종하게 될 것”이었다. 중국에 가 가타이 황제가 스페인 국왕에게 기쁘게 복종하겠다는 답변을 페르디난드 국왕에게 전해야 했다. <동방견문록>에서 중국 황제가 있다는 곳은 킨제이Quinsay라고 하는 곳. 오늘날 상하이가 있는 항저우 지역이었다. 콜럼버스는 일본으로 갈지, 중국으로 갈지 고민했다. 그때 그의 배는 한반도 동해안 어느 바다에 있었다.


+ 가타이에 대해서는 <3. 엘 미나> #46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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