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7. 외교
외교
크리스마스 다음 날 가시관 구가나가리가 직접 콜럼버스의 배에 올라왔다. 산타 마리아호에서 구해낸 모든 물건이 안전하게 잘 보관되어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더 도와줄 것이 있는지 묻고자 왔다. 그가 여전히 깊은 슬픔과 위로를 보였다. 구가나가리는 자신이 가져온 물건들을 받아달라며 콜럼버스에게 주었다. 그러고는 자기 땅에 남기로 한 기독교인들에게 이미 세 채의 큰 집을 내주어 살게 해 주었으며, 배에서 내린 생활용품들을 모두 잘 정리해 주었다고도 말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들이 필요로 하거나 원하는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잘 챙겨주겠노라고 약속했다. 그의 지원으로 기독교인들은 요새며, 망루며, 해자를 팠다. 목재는 산타 마리아호에서 뜯어내 가져온 것들과 다이노들이 가져다준 통나무를 썼다. 해자를 파서 설치했다. 다이노 마을과 분리하기 위함이었다. 세비야에서 바리오를 만들어 기독교인과 유대인을 분리했듯 카리브에서도 기독교인들과 다이노들을 분리했다.
대화를 나누는 동안 다른 지역에서 온 카누가 여러 척 다가왔다. 그 배에는 상당한 양의 금이 실려 있었고, 금은 하얀 면천으로 감쌌다. 양철로 만든 종 또는 구슬과 바꾸기 위해 가져왔다고 했다. 카누를 타고 온 자가 말하기를 기독교인들이 왔다는 사실이 자기 고을에도 소문이 났고, 황금을 가져가면 가죽 쪼가리나 하찮은 것들과 바꿀 수 있다고 하여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고을 사람들이 가져온 황금을 한데 모아서 콜럼버스의 배로 가져왔다고 했다. 기독교인들이 원하면 더 많은 황금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했다. 이 상황을 함께 지켜본 구가나가리는 콜럼버스가 황금을 무척 좋아한다고 판단했다. 그는 지바우Cibao 산 가운데 계곡에 가면 황금이 많다고 말했다. 그렇게 말한 데는 다른 속내가 있었다. 그곳은 그의 정치적 경쟁자인 가온아보가 통치하는 영토에 속했다. 지바우에 금이 많다는 정보를 알려주면 금을 좋아하는 콜럼버스는 틀림없이 그곳에 진출할 것이라 짐작했다. 지금 그는 콜럼버스를 통해 정적인 가온아보를 제거하려는 외교를 하고 있었다. 콜럼버스는 이 글을 적으면서 가온아보를 가리켜 ‘대 가시관Great cacique’이라는 말을 썼다. 콜럼버스는 이때 가시관이 한 명만이 아니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작은 씨족 마을마다 우두머리인 가시관이 있고, 더 넓은 범위의 여러 마을을 다스리는 지방 왕 가시관이 있고, 가시관 중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최고 가시관이 있다는 것을 눈치 빠른 그는 벌써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