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콜럼버스

5. 콜럼버스

#095. 예언

by 조이진

보이지 않는 위험

영화 <스타워즈:에피소드 1. 보이지 않는 위험>에는 흰 드레스를 입은 아미달라 여왕이 악의 세력을 무찌른 아나킨 스카이워커 일행에게 상을 내리고 승전한 제다이들을 환영하는 장면이 있다. 이 한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많은 제작비를 투입해서 만든 화려한 장면이다. 전투에서 잡아 온 낯선 생명체를 전리품으로 끌고 오는 퍼레이드는 길게 이어졌다. 영화 속에서도 군중들은 처음 보는 괴생명체에 신기해하고 환호하며 열광했다. 수십 개 계단으로 이루어진 단상에 올라 여왕에게 무릎을 꿇고 “여왕 폐하Your Majesty”라 하면서 여왕의 손에 입을 맞추면 여왕이 제다이 기사를 격려하고 작위를 내린다. 트럼펫과 온갖 악기들의 소리가 하늘로 울려 퍼지고 꽃가루가 쏟아진다. 이 개선 장면은 이날 테닐 살롱 앞 계단광장의 환영 행사가 그 원형이다. 승전한 제다이 아나킨 스카이워커처럼 이제 제법 위엄 가득한 귀족 분위기를 풍기는 신대륙의 부왕이 입장했다. 그 앞에 깔린 붉은 카펫을 밟으며 천천히 계단을 올랐다. 폐하 부부 앞에 무릎을 꿇고 이사벨라와 페르디난드 그리고 새 예루살렘의 재림 메시아가 될 후안 왕위 계승권자의 손에 키스했다. 그의 움직임은 느렸고 자태마다 품격은 충만했다. 트럼펫과 드럼 연주가 시작되자 계단 아래에서 작은 문이 열렸다. 스페인 군인 몇이 앞장섰고, 앤틸리스에 다녀온 선원들이 따랐다. 선원들은 큰 도마뱀과 뱀 가죽을 뒤집어쓴 자도 있었고, 이상하게 생긴 나무로 치장한 자도 있었다. 큰 은쟁반에 가득 채운 금덩이와 금으로 장식된 기묘한 생김을 한 탈, 그리고 사람을 닮은 작은 조각상을 들고 걸어 나왔다. 다이노들이 괴자라고 하는 탈과 재미zemis라고 부르는 조각상이었다. 선원들은 약으로 쓰는 식물의 잎사귀를 태워 냄새를 들이마시는 시늉도 했다. 보는 관중들에게도 식물 잎사귀를 태워 그 연기를 코로 킁킁대며 들이마셔 보게 했는데, 그 연기를 들이마신 자들은 하나같이 기분이 몽롱하고, 균형을 잃어 비틀거리기도 했다. 이제껏 듣도 보도 못한 이상한 행동이었다. 선원들은 태우면 환각작용을 일으키는 연기를 내는 나무 열매를 조개껍데기 가루와 섞어 Y자 모양으로 갈라진 나무 파이프에 눌러 담아 불을 붙여 태운 뒤 코로 그 연기를 들이마시는 일을 “코해바cojibá”라고 한다고 구경꾼들에게 설명했다. 코해바를 하면 환각작용을 일으켰다. 다이노들은 예언을 듣기 전에 하늘신과 교감하기 위한 수단으로, 또는 전쟁과 같은 중대사를 결정하기 전에 조상신에 의견을 물을 때, 의자healer가 아픈 자를 치료할 때나 첫 곡식을 수확하고 하늘신에게 감사하는 제를 올릴 때, 그럴 때 코해바를 했다. 이날 행사 이후로 유럽에서는 담배가 급속히 유행했다. 선원들은 또 옥수수를 보여주며 원주민 인디오들이 많이 먹는 음식이라고 말해주었고 이것을 메주mahiz라고 한다고 말했다. 옥수수가 유럽에 처음 모습을 보인 순간이다. 담배와 옥수수는 슬픈 사람들과 함께 이렇게 유럽에 상륙했다.

다운로드 (3).jpeg 다이노가 코로 풀을 태워 빨아들여 마시는 코해바를 하고 있다. 다이노는 신앙의식으로 코해바를 했다.


예언

클라이맥스는 이제부터다. 앞이마가 판판하고 머리뼈가 정수리까지 긴 두상을 한 다이노 인디오들이 앞으로 나왔다. 그것만도 희한한데, 더욱 숨이 막힐 광경은 울긋불긋 여러 빛깔의 새 깃털로 몸을 잔뜩 꾸몄고, 얼굴은 검고 희고 붉은색으로 칠하여 야만적인 무서운 느낌을 주었는데, 금으로 만든 바늘로 코를 뚫고 걸어 장식했다. 어깨에는 앵무새가 앉았는데, 이 많은 군중과 트럼펫, 드럼 소리를 처음 겪는 앵무새도 놀라고 당황하여 막 까오까오 소리 내며 부대꼈다. 앞서 세비야에서도 그랬듯 바르셀로나에서도 군중들은 서로 앞다투어 보려 했다. 붙잡혀온 사람들의 피부색도 역시 처음 보는 색이었는데 이날 행사를 지켜본 사람 중에는 이 사람들의 피부색을 “요리된 모과의 색”이라 기록했다. 모과는 익지 않은 올리브 열매 색 같기도 하고 잿빛이 도는 누르스름한 색이기도 했다. 그런 인디오들의 모습은 바르셀로나 사람들에게도 기괴한 것이었다. 다이노들은 스페인 사람들보다 더 놀라고 무서웠다. 콜럼버스는 바르셀로나까지 오랜 뱃길 동안 그들을 죽지 않을 만큼만 굶겨서 데려왔다. 먹일 식량이 부족하기도 했지만, 반항하고 울부짖는 그들의 기운을 빼놓기 위해서였다. 다이노들은 지금 행진에 전리품으로 전시되고 있었다. 사냥당한 짐승처럼 밧줄로 묶인 그들은 몸을 가누지 못한 채 비틀거렸다. 전시 기간 내내 콜럼버스는 굶주린 그들에게 오직 포도주만 먹였다. 몸부림치고 소리 지르며 서럽게 울부짖는 그들을 다루기 위해 포도주만 주었다. 다이노들은 밤낮으로 술에 취해있었고 몸은 몹시도 휘청거렸다. 포도주를 처음 먹어본 다이노들. 제 몸이 왜 이러는지 이유를 헤아릴 수 없었다. 세비야의 군중들은 낄낄댔고 야유했고 멸시했다. 그런 유럽 사람들에게 겹겹이 둘러싸인 다이노들. 두려움과 절망에 흐느꼈고 서러워 울부짖었다. 이때가 진실의 순간. 콜럼버스가 일어섰다. 이 행사의 하이라이트가 임박했다. 그는 스스로 신인 양 행세했고, 다이노 가시관이 그랬듯 손짓만으로 그를 따르는 신의 개들에게 지시했다. 개들은 몽둥이로 다이노들을 패 무릎을 꿇렸고, 제압해 울음소리도 내지 못하도록 했다. 웅성거리는 사람들은 더 패라고 외쳐댔다. 이때를 맞춰 찬송가가 거룩한 듯 시작했다. 합창으로 부르는 찬송가는 천상에서 천사가 들려주는 노래처럼 들려왔다. 거룩한 찬양은 통곡과 눈물 속으로 스며들었다. 감사 예배가 시작되었다. 왕실 성가대가 거룩한 찬양을 불렀다. 이사야의 예언이 낭송되었고, 시어는 궁전의 벽에 부딪혀 거룩한 듯 울려 퍼졌다. “갤리선이 다닐 수 있는 큰 물줄기를 따라 금과 은으로 가득한 그들의 땅이 끝이 없을 것이고, 보물도 끝이 없을 것이다. 보물을 실어 나를 배도 안전하리라.” 금은 보물에 관한 이 예언은 은유나 비유가 아니었다. 실물의 금과 은이고 보물을 뜻했다. 이제 새로운 예루살렘을 이룰 금과 은이 끝이 없이 대양을 오갈 터였다. 이사야는 갤리선에 대해서도 예언했다. 이 예언서의 갤리선이 아메리카에서 유럽으로 다이노를 노예 삼아 실어 날랐다. 다이노가 멸종한 다음에는 수천만 명의 노예를 아프리카에서 아메리카로 실어 날랐다. 예언대로 실제로 큰 물줄기를 따라 갤리선이 다녔다. 다이노도 금은이요 흑인도 보화였다. 돈을 실은 기독교인의 갤리선이 다니는 곳은 예언대로 그 땅이 끝이 없었다.

1369_5.jpg 콜럼버스 가문의 문장

스페인 국왕은 콜럼버스의 가문이 이제 왕족으로 신분 상승하였음을 입증하는 가문의 문양을 공개했다. 그리고 1,000개의 금화를 보상금으로 주었다. 콜럼버스 그에 버금가는 양의 금화를 추가로 받아냈다. 국왕은 맨 처음으로 새 땅을 발견한 자에게 주겠다고 약속했는데 맨 처음 새 땅을 발견한 선원은 콜럼버스가 아닌 핀존의 배에 탄 다른 선원이었다. 콜럼버스가 억척스레 고집해 자신이 받아냈다. 추기경도 그를 위해 매일 밤 연회를 베풀었다. 그가 먹을 음식을 독이 들어있을지 사전 검열도 했다. 이런 일은 왕과 교황에게만 하는 의전이었다. 콜럼버스는 기독교 왕국의 새로운 예루살렘이 될 신대륙의 개척자가 되었고, 무한한 황금을 가져올 영웅이기도 했다. 황금 양모를 찾아낸 헤라클레스가 되었고,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고 문명과 비문명의 경계를 넘는 신 디오니소스가 되었다. 콜럼버스가 잡아 온 낯선 안모의 원주민들을 본 스페인 사람들은 교만과 업신여김으로 가득 찼다. 유럽인이 아니면 모두 마리head로 세었다. 스페인과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원주민을 대하는 인식과 태도가 이날 결정되었다. 황금과 기독교가 혼인하여 낳은 악마 인종차별. 그날의 그 행렬은 인류사에 치명적인 순간, 보이지 않는 위험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이제 이사야의 예언대로 황금을 실어 나를 좋은 항구를 아메리카에서 찾아내면 되었다. 스페인의 항구는 세비야. 세비야로 가는 가장 가까운 항로에 있는 곳이 가장 좋은 항구가 될 터였다. 아바나 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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