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안 괜찮아도 괜찮아

by ㄷㄹ

사람은 불완전한 존재입니다. 다른 동물들보다 결코 우월하지 않은 그저 같은 동물이면서 어쩌면 보다 더 불완전한 존재라고나 할까요. 우리는 왜 다른 동물들처럼 온전한 자신이 되지 못할까 생각해 봅니다. 왜 자신을 숨기며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빛 좋은 개살구는 되지 말아야겠다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먹어가면서 점점 그렇게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 두렵습니다. 겉만 번지르르하고 실속은 없는 존재. 언제부턴가 아닌 척 좋은 척 아는 척 괜찮은 척 있는 척하며 살아갑니다 인간 취급을 받으며 살아가야 할 수밖에 없으니까 그런 거겠지요. 단순하고 가볍고 간단하게 살고 싶습니다. 이러면 어떨까 저러면 어떨까 하는 생각들 없이 지금 당장 생각이 닿는 대로 살아가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그럴 수 없는 게 혼자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니, 혼자 살아갈 수 없으니, 어느 정도 세상 돌아가는 이치에 맞춰서 살아가야 하다 보니 어쩔 수 없다고 한다면 변명일까요. 그 속에서 균형을 맞추기는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내가 원하는 것과 세상이 원하는 것. 나의 모습과 세상이 보는 나의 모습. 내가 꾸는 이상과 세상이 기대하는 이상의 괴리감.

결국 나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는 생각에 도달할 때 마음이 가장 편안해 짐을 느낍니다. 아무것도 아닌 '나'라는 존재가 죽음으로써 우주에서 영원히 사라져도 괜찮다는 생각에 도달할 때 어느 정도 가볍고 간단하게 살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환생을 믿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나'라는 존재가 지금의 의식을 가지고 다시 깨어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전생의 업을 가지고 새로운 존재로 태어나겠지만, 새로 태어난 '나'가 어떻게 전생의 '나'를 기억할 수 있겠는가 말입니다. 환생을 하든 하지 않든 간에 이번 생에서의 ‘나'라는 존재는 분명 끝이 납니다. 살아 있는 동안 내가 원하는 것에 집중하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행복해하는 것에만 집중하면 이번 삶은 충분히 충만해질 것이라 믿습니다. 누가 나를 알아봐 주지 않아도 누가 나를 인정해 주지 않아도 '나'는 지금 존재하고 있습니다. 내가 나를 알아봐 주고 내가 나를 인정해 주면 그걸로 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