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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로 쓰는 앎Arm Mar 14. 2017

'헝거게임' 지금 개봉하면 어떨까

두 시간을 훌쩍 넘는 '헝거게임' 시리즈를 밤새가며 봤다. 요 근래 그랬다는 말이다. 여러 날에 걸쳐서. 엠마 스톤으로 빠진 할리우드 탐험은 제니퍼 로렌스에게로 넘어갔고 자연스레 헝거게임을 봤다. 한 줄 평은 이렇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도 많다. 이보다 더 사회비판을 어린 체 효율적으로 담아낼 수 있을까. 이 시리즈가 개봉 당시 국내에서 '망했다'는 건 솔직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예쁘고 가녀린 여자'나 '세상을 구하는데 앞장선 근육질 남자' 같은 게 안 나와서다. 모든 대중은 그 수준에 맞는 방송을 가진다. 누구 말 따라서.


이 영화가 대박을 치고 주인공이 세계에서 손꼽히는 배우로 성장할 수 있는 그네들의 문화가 너무나 부럽다. 물론, 잘 몰라서 부러운 거겠지. 살아보면 누구나 다를 테지만 일단 지금으로선 그렇다. 자기 확신에 가득찼고, 쓸데없이 상냥하지 않으며,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고군분투하며 지키고, 누군가를 끌어내리려고 애쓰지 않고 자기 능력으로 모든 걸 증명해보이는 사람. 탁월하게 멋지다.


이 시리즈엔 추잡한 사람이 없다. 악역도 이유가 있다. 그리고 그건 꽤 설득력 있다. 그의 몰락도 그렇다. 자기 능력 하나로 모든 걸 뒤집는 데 자신을 불사른 모킹제이는 더 멋있다. 뒷받침하는 주변인들 중 하나같이 멍청한 사람들은 속터지지만 현실에 널리고 널린 이들이다. 또 멍청한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반전이 있는 에피 같은 캐릭터도 세상에 널려 있다. 멋지고 또 멋지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상투적이지만.


반항하고 다른 세상을 원하면서도 결국 자기 이해관계에 따라 다른 윗사람을 찾아 멍청하게 환호하던 이들도 있다. 자기 사정은 중요하면서 방송에서 만들어낸 악의 이미지에는 다시 열광하는 모순적인 이들도 있다. 그 이미지는 자신들이 증오하는 체제가 만든 것인데 그걸 그대로 믿으며 살의를 다진다. 그 움직임이 모순이라는 걸 아는 이는 새 세상에도 많지 않았다.


나는 편하게 살고 싶다. 상식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말이다. 자기 일은 하고, 책임은 다하고, 쓸데없이 책임 다하는 이를 방해하며 깎아내리지 않고, 그런 사람들이 있는 세상. 그나마 그런 곳이 이 동네라고 생각하고 들어왔는데 세상 소름끼치도록 아니라는 걸 느낀 후로부터는 도무지. 그냥 이 일이 좋아 버틸 뿐이다. 마음과 정신이 힘들지만 그냥 버티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 어떤 의미에선, 이 세상에선, 그게 맞는 건 아니지만, '어른이 된다'는 건 꽤 무서운 일이다. 그게 무서운 일이 아니라는 걸 증명할 어른으로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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