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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로 쓰는 앎Arm Mar 15. 2017

삶이 팍팍해진 이유

좋은 것만 보려 했더니 이용만 당해 상처입은 탓일까 모르겠지만 참 팍팍하게 살고 있다. 과거에는 빡빡했다면 지금은 팍팍하다. 지인은 "사는 게 재미가 없다"는데 그렇지는 않다. 그 문장으로 표현될 건 아니다. 확실히 하루하루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열매가 보인다는 건 아름다운 일인데 문제는 열매 따먹는 걸 달갑지 않게 깎아내리는 누군가를 의식하기 시작했다는 거다. 어쩜. 이건 일이 하기 싫은 것보다 더 심각할지도 모른다. 그 사람을 의식하지 않으면 되는 건데 내 마음이 그냥 모든 것에 실망해버려 그만 주저앉아버리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그건 굳이 슬프다, 힘들다 따위로 표현할 필요가 없는 일이다. 이별하듯, 어느 가사처럼 "널 사랑하지 않아 다른 이유는 없어" 같은 거다. 그냥 그거일 뿐이다. 이유는 없다. 이걸로 끝이다. 미안하지도 않다. 더는 애지중지할 필요를 못 느끼나보다. 역겹고 실망스럽고 모순에 토나온다. 그러나 굳이 말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경험치를 타인이 그대로 공감하는 것은 비슷한 일을 하거나 함께 있어봤거나 하지 않았다면 이해하기 힘든 일이니까 말이다. 어린 시절엔 그렇게 쉽던 공감들이 이제는 어디로 증발해버린 걸까. 나도 늙어가나 싶어 슬프다.


늙고 싶지 않다. 나이가 들고 싶지 않다는 게 아니다. 보다 확고했던 과거엔 늙는 걸 근사하게 여겼다. 경험치가 쌓일 거라 생각했거든. 지금의 나는 그런 생각이다. 과거가 더 총명했던 것 같아. 어릴 땐 잘 모르니 오히려 더 아름답게 세상을 꾸릴 용기까지 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지쳐버렸다. 그렇다면 이 환경을 떠나야만 한다는 건데 이 세상 누가 그렇게나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겠느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또 씁쓸히 웃겠다. 당신 말이 맞으니까.


그러나 떠나고 싶다. 떠날 필요 없다고 생각했던 해외로 가버리고만 싶다. 꿈을 이뤄야 한다는 게 이제는 길이 모호해져 버린 걸까. 나는 지금이 좋고 감사하다. 그건 일순위로 두자. 그러나 그 환경이 주는 역겨움은 정말 참을 길이 없다. 세상엔 생각보다 앞뒤가 사람들이 많다. 그들이 정의의 이름을 달고 있다는 건 너무나 쓰고 웃기지만 다른 조직은 더할 거라는 타인의 말에 그저 웃는다. 그리고 공감한다. 가보지 않아 모르는 게 당연한데 지금의 우리를 진정시키고 다독이고 기다리라고 얘기하기엔 그 수밖에 없는 걸 아니까 스스로에게도 말하는 거다.


시간이 정말 빠르게 가기 때문에, 지금이 두렵다. 늘 느꼈다. 그래서 결심한 바를 항상 당장 실천하는 편이었다. 물론 때가 왔다고 느낄 때는 말이다. 그리고 지금은 그 때를 기다리는 촉이 이제 떠나라고 한다. 잠자코 있을 뿐이다. 숨쉬기 힘들다고 한다면 더 옭아매는 일만 생길 뿐이다. 회사란 곳은 가급적 말을 삼가는 게 좋은 곳인데 여긴 사람이 적어 그런가 어린 우리에게까지 마수를 뻗치는 이들이 존재한다. 난 위에서도 그걸 다 아는 줄 알았다. 뻔히 보이는 헛수작이니까. 아는 이는 알고, 모르는 체하는 이는 모르는 체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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