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와 야수' 엠마왓슨이 아니었다면?

by 팔로 쓰는 앎Arm

개봉 후 얼마되지 않았을 때 바로 영화를 봤다. '라라랜드'를 또 보려고 했다가 길이 너무 막히는 바람에 시작 시간을 지나버려 가장 시간대가 많았던 '미녀와 야수' 외에는 매력적인 선택지가 없던 탓이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디즈니 덕후로서 안 볼 수 없었고.


이 영화는 유리하다. 완벽한 원작을 갖고 있고, 그걸 훌륭히 구현해내면 되는 거고, 엠마왓슨이라는 지성미와 스타성 모두 겸비한 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웠다. 실패하는 게 이상할 법한 조합이지만 결과는 아무도 알 수 없는 거였다. 완벽한 원작을 재현하지 못하면 오히려 비교만 당할 테니까. 거진 아무 생각 없이 영화를 보러 들어간 게 맞다고 보면 될 듯 싶다.


녹초가 되었고, 단 꿈이 필요했고, 디즈니를 마시러 들어갔다. 일주일여가 흐른 지금은 성공 가도를 달린다고 이미 전세계에 알려졌으나, 사견에는, 그냥 그랬다. 응. 그냥 딱 그거다.


코르셋을 거부하고 다인종을 내세우고 변화한 모습을 보이려 애쓴 것에 점수를 줘야 한다면 그러겠다. 그것만으로도 디즈니 세계관을 확장하는 데서 오는 의미가 크다면 말이다.


그건 실제로 크기도 하니까 그냥 그렇다고 일단 해두겠다. 그런 것을 억지로 끼워넣은 느낌이 강하게 들지만 완벽한 원작을 방해하지 않으려면 그 수밖에는 없었을 거란 생각도 든다. 결과물은 어쩐지 절충안의 느낌이다.


완벽한 오프닝, 벨이 노래하며 마을을 돌아다니는 장면, 글을 가르쳐주려다 대립하는 장면. 눈물이 나올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그 후엔 잘 모르겠다.


셰익스피어의 얘기가 연인간의 불꽃 튀는 데이트에 등장한 것도 영드 '오만과 편견' 다시 읽기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끔 하지만(물론 거론되는 작가는 다르다)….


이 '실사영화'의 매력은 그냥 엠마 왓슨이다. 그게 딱 첫 감상이다. 완벽한 CG라지만 'Be our guest'는 지루했고, 엠마왓슨의 노래는 모두가 매력적이었다. 특히 시작은 말이다.


어릴 적 만화를 볼 때와 사뭇 달리 읽히는 묘한 것들을 보며 다시 애니메이션도 정주행했다.


어릴 적 개스통의 긴 머리와 벨의 긴 머리를 대비하며 '둘 다 머리를 묶었네! 둘이 비슷하네! 그러나 좀 더 크고 작은 차이네! 야수가 머리를 묶었네! 야수와 벨이 닮았네! 어쩌면 야수가(결말에서 왕자로 변한) 더 예쁘네! 둘 다 머리를 풀었네! 비슷하네!' 따위의 '아기돋는' 아가야 시절 생각들이 급 떠올라 웃음이 나왔다.


잊었던 것들이 생각나기도 하고. 그 땐 드라마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을 성인이 된 후에야 저 마을에서 빨리 떠야지 쯧쯧 같은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하고. 왕자가 저주받은 나이가 너무 어린데 그럼 잘못을 초딩시절에 한 거라면...땀땀.. 같은 생각도 하고.


실사영화의 매력은 이건가보다. 아니, 실사가 아니라 디즈니의 매력이겠지. 획일된 세계관과 성역할 따위의 것으로 비난받아도 디즈니는 디즈니니까. 그리고 이렇게 실사영화를 통해 발전하고 있다는 걸, 흐름에 따라가겠다는 걸 보여주니까 의미는 있다고 해야겠다.


그런데 정말 나는 엠마왓슨이 아니었다면 이걸 봤을까 싶기도 하지만…. 미녀는 많으니까 또 모를 얘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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